헌법재판소,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법조계 “너무나 당연한 판결” 한목소리
민변 “민주주의 위대한 승리”…변협 “헌재 결정 존중하고 승복해야” 헌재 판결 “헌법수호 의의…화합·협치 메시지까지 전달” ‘38일’ 역대 최장 평의로 무성했던 추측 잠재워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파면됐다. 2022년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한 지 1060일 만이자,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지 122일 만이다. 이로써 윤석열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로 파면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은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했다.
먼저 헌재는 12·3 비상계엄이 선포 요건부터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국회에 모인 의원들을 끌어내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하려고 했다는 의혹과 국군방첩사령부를 통해 주요 정치인과 법조인 등을 체포하도록 지시했다는 탄핵소추 사유도 인정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해온 부정선거론도 계엄선포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헌재가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윤석열의 파면을 선고하자 법조계에서는 ‘당연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성명을 내고 “헌재의 파면 결정은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라고 환영하며 “헌재의 결정은 헌법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지당한 결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에 승복해야 한다”며 “헌재 결정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한 차원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헌법수호 의의…헌재, 화합·협치 메시지까지 전달”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판결이라 전원일치로 날 수밖에 없었다”며 “계엄과 같은 비상적인 조치는 아주 통제적인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법적 절차적인 요건들을 제대로 지켜야 하고, 법치주의의 기본적인 틀은 대통령의 권력을 통제하는 데 있다는 것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가긴급권에 호소하기 전에 성실하게 정치적인 역할을 이행했어야 한다는 것과 권력을 행사하기 전 정치인으로서 정치적인 타협이나 협상의 과정을 거쳐나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에 합치되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며 “보충의견이 있긴 하지만 이는 절차적인 부분으로 탄핵심판에서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양현아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마땅히 나와야 하는 판결이 나왔다”며 “헌재가 진보·보수 등 정치적 이념이나 성향과 상관없이 엄정한 판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 등의 표현은 그간 판결문에서 잘 듣지 못했던 표현으로, 이처럼 판결문이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일상적인 언어로 쓰인 것도 특별한 부분이었다. 광장과 시민, 사회 현실 등을 함께 고려하며 사안을 바라보는 재판부의 고민이 느껴졌다”며 “또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기 위해 균형잡힌 논거를 사용해 앞으로 정치권이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화합과 협치의 메시지까지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민변 변호사는 “누구보다 헌법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정적들을 제거한다는 목적 아래 헌법을 위반하고, 폭력적인 수단까지 동원하는 등 대통령으로 자격이 없다는 점이 명백했다”며 “헌재가 이러한 부분들을 명확히 짚어주고, 윤석열 같은 인물에 의해 헌법이 훼손당하지 않게 지켜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38일’ 역대 최장 평의로 무성했던 추측들 잠재워
당초 헌재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최우선적으로 심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탄핵심판 선고기일 지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여러 추측과 음모론이 난무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은 재판관 평의에 돌입한 지 38일 만에 나왔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변론종결일부터 선고까지 소요된 기간은 각각 14일, 11일이었다.
특히 이른바 중도·보수로 분류되는 김복형,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이 기각 의견을 낼 수도 있다는 예측이 대두되기도 했으나, 8명의 재판관은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고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종훈 변호사는 “시간이 지연되면서 국민들을 지치게 한 점은 아쉽다”면서도 “선고까지 길었지만 윤석열 측의 주장들을 하나하나 틀렸다고 구체적으로 명시를 한 뒤 선고를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결국 돌고 돌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주장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한 헌법 제68조 2항에 따라 이제 탄핵 정국의 막이 내리고, 정치권은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현재로서는 선고일인 이날부터 60일을 꽉 채운 6월 3일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