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좋은 돌봄’ 되려면… “현장 종사자 역할 구분과 보상이 핵심”

김영옥 서울시의원·어르신돌봄종사자센터·여성신문공동주최 통합돌봄시행에 따른 돌봄종사자의 역할 정립 토론회 내년 3월부터 통합돌봄지원법 시행 “요양보호사 업무 과부하 우려” 목소리 ‘직군별 업무 범위 명확화’ 시급 ‘좋은 돌봄은 종사자 존중에서 시작’

2025-03-25     신다인 기자
여성신문, 김영옥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 공동 주최로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 대회의실에서 ‘통합돌봄시행에 따른 돌봄종사자의 역할 정립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여성신문

내년 3월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요양보호사, 방문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현장 인력의 역할 구분과 보상 체계가 불분명해 요양보호사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준비 부족으로 돌봄 종사자들이 혼란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영옥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과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 여성신문이 공동 주최한 ‘통합돌봄 시행에 따른 돌봄종사자 역할 정립 토론회’가 지난 3월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은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돌파하며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돌봄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 중 현업에 있는 사람은 2023년 11월 말 기준 23.4%(보건복지부)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3월부터 노인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와 일상 돌봄을 통합 지원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

이번 토론회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장기요양현장의 역할 변화와 돌봄노동이 좋은 일자리로 전환되기 위한 정책 과제가 무엇인지 논의하는 토론의 장으로 마련됐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21일 ‘통합돌봄시행에 따른 돌봄종사자의 역할 정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여성신문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통합돌봄은 단순한 제도나 행정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직결된 근본적 변화”라며 “오늘 나온 좋은 의견들 서울시의회가 실질적 정책 성과로 이어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옥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돌봄 종사자들의 노고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선 여성신문 대표는 “돌봄 노동은 단순히 여성의 몫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돌봄 노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길 바란다”고 했다.

유성희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지금 통합돌봄 시대를 준비하는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며 “센터는 이 과정에서 돌봄종사자 권익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돌봄 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계속해나가겠다”고 축사를 했다.

좌장을 맡은 신복자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 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여성신문·이동윤 사진작가

발제자로 나선 송해란 서울시복지재단 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돌봄통합지원법의 방향성은 노인, 장애인 등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 요양 등 돌봄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통합돌봄 관련 직역으로는 방문의료, 재활치료, 요양보호, 생활지원 등이 있다”며 “재가 장기요양에서 요양보호사는 거의 유일한 방문 돌봄의 제공자였으나 통합돌봄은 다직역이 팀을 이루어 다각도의 돌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요양보호사의 작업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서동민 백석대 교수는 “돌봄통합지원법은 의료, 요양, 돌봄을 연계하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데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를 이제 가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장에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와 돌봄 인력의 모호함과 처우 등의 문제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여성신문, 김영옥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 공동 주최로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 대회의실에서 ‘통합돌봄시행에 따른 돌봄종사자의 역할 정립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여성신문

돌봄통합지원법으로 인해 요양보호사들의 업무가 가중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남현주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요양보험 체제에서 요양보호사는 신체활동 지원, 가사 지원, 정서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통합돌봄 체계에서는 의료, 재활, 주거 지원까지 포함하는 다층적 서비스가 요구되기 때문에 기존의 역할이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어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요양보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증가시키면서도,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 체계와 역할 분담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통합돌봄 체계에는 요양보호사와 방문간호사 등의 역할이 불분명한 상태다.

그러면서 남 교수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규칙 제정 과정에서 요양보호사와 방문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각 직군의 역할과 업무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여 역할 혼선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업무 부담 증가에 따른 적절한 보상 체계 마련, 요양보호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지자체 중심의 통합돌봄 전달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정찬미 서울요양보호사협회장 역시 명확한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회장은 “통합돌봄지원법의 시행으로 요양보호사들이 겪는 업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법 시행 전에 요양보호사들의 업무환경 개선과 처우 향상을 위한 명확한 로드맵이 수립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요양보호사 업무에 대한 명확한 직무 정의와 업무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