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웬 농사?” 편견 깨고 연매출 1억 달성한 청년 농부
여성신문-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공동기획 [청년여성농업인을 만나다] 3. 안다섬 ‘장안산할매’ 대표
23살, 남들보다 일찍 농업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안다섬 ‘장안산할매’ 대표는 벌써 10년차 농업인이다. 지금은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농부지만, 시작은 순탄치만 않았다. 고향도 아닌 전북 장수에서 농사를 시작한 안 대표는 ‘여자가 무슨 농사냐’는 무시어린 핀잔을 들었고, 결혼하면 떠날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무시당할수록 오기가 생겼다. 농사 잘 짓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농사를 시작하고 3년간은 이렇다 할 수익이 나지 않았다. 폭설에 오미자 밭이 아예 무너지기도 했다. 그래도 안 대표는 버텼다. 실패에서 배우며 처음 천 평짜리 밭에서 시작한 농사는 점차 커져 지금은 4천평의 농장에서 오미자, 사과,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가공 식품 판매와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연 1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농업경영인으로 거듭났다. 또, 전북 4H 최초 여성회장이 되는 성과를 일구기도 했다.
안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농촌이 더 이상 소멸하지 않도록, 청년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지난달 24일 전라북도 장수군 ‘장안산할매’ 매장 겸 사무실에서 안 대표를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 장안산할매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장안산을 지키는 산신이 할머니 산신인데, 할머니 산신이 있는 자락은 먹을 것이 풍요롭고 식물이 잘 자란다는 설화에 따라 ‘농작물이 잘 자라고’, ‘안전하고·건강한’ 식품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 오미자, 토마토 사과 등 레드 푸드를 재배하고 있다. 가공품으로는 오미자청과 토마토즙 등을 판매하고 있다. 그 외에도 농촌 체험프로그램 등도 운영 중이다.
- 어떻게 농사를 시작하게 됐나?
“원래 식물을 좋아했다. 중학생 때 조경이 유망할 거라는 말을 듣고 진로를 정했고, 이후 농업 관련 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쳐 자연스럽게 농사의 길을 걷게 됐다.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23살에 졸업하자마자 농사를 시작했고, 5천만원 빚을 내서 오미자 농장을 마련했다.”
- 여성 농업인으로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
“많았다. 특히 초반에는 ‘여자가 농사지어서 뭐 하겠냐’라는 시선도 있었고, 시집이나 가지 왜 이러고 있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사실 전북 4H 회장은 두 번 도전해서 당선됐다. 첫 도전 때 ‘여자가 회장하면 나가겠다’는 회원도 있었다. 이전에 제주를 제외한 전국 8도 4H에서 여성 회장이 나온 적이 없었다. 여성도 회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재도전했다. 그렇게 전북 4H 최초 여성회장이 됐다.”
- 무언가 다시 도전하는 건 굉장히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나?
“실패도 굉장히 많이 했다. 선거도, 농사도 실패를 많이 했지만, 그렇다고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실패해도 계속 도전했다. 될 때까지 하다 보니 결국 이루게 되더라. 내가 잘나서 성공경험이 많은 게 아니라 많이 실패하고 배우고 또 도전해서 이룬 게 많은 것 같다.
- 농사 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전북 4H 회장,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청년자문위원 등을 맡았다. 무슨 계기로 이런 활동을 하게 됐나.
저에게는 농업도 농촌도 너무 소중하다. 농촌 소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사실 장수는 작은 동네기도 하고, 고령이 많다보니 농촌 소멸에 대해 체감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서울같은 도시에서 살라고 하면 전 못살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너무 사랑하는 이 농촌이 사라지는 게 싫고 지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 또 음식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입에 들어가는 음식은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그래서 이런 소중함을 더 많이 알리고 싶기도 하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농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싶다.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걸 넘어, 농업 교육과 후계 농업인 양성에 힘쓰고 싶다. 농촌이 더 이상 소멸하지 않도록, 청년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사실 10년간 농촌을 떠나는 청년 농업인들을 많이 봤다. 청년 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농업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키워가는 것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