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여성농업인을 만나다] 농업의 ‘새로운 미래’ 개척하는 크로프트 류희경 대표
여성신문-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공동기획 [청년여성농업인을 만나다] 1. 류희경 크로프트 대표 국제기구·NGO 거쳐 2022년 크로프트 설립 스마트 온실 자율제어 AI 개발 작물 수확량·수익 극대화 목표 아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도 노린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가속화로 농촌이 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귀농을 꿈꾸거나, 농업에 대한 야심을 품고 농촌에 정착하는 청년들도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 역시 귀농을 꿈꾸는 청년층을 사로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오는 2027년까지 청년농업인 3만명을 육성해 농업 인력구조 불균형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여기 ‘누구나 재배할 수 있다’(Anyone can grow)는 비전을 갖고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청년여성농업인이 있다. 바로 2022년 설립된 스마트팜 스타트업 크로프트(Croft)의 류희경 대표다. 조경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경관생태와 기후변화를 연구한 류 대표는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에서 근무하기도 했으며 한국수출입은행도 거쳤다. 이후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NGO(비영리단체)를 만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농민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농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 농업인분들과 대화를 하는데 내 이야기가 그분들께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농업은 특수하고, 보수적인 산업이다. 단순히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사업적으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귀농한 류 대표는 전북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청년창업보육 교육과정을 마쳤다. 이후 대학 시절부터 가깝게 지내던 이우람 현 크로프트 CTO(최고기술경영자)가 합류했다. 두 사람은 크로프트 창업 전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이 주최하는 ‘국제 온실 자동화 대회’에 출전해 AI 기술 평가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크로프트는 현재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와 전북 정읍 2곳에 실증 온실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실증 온실에서는 방울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이외에도 크로프트는 가장 최근 네덜란드 스마트 온실 기업인 프리바(PRIVA)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여성신문과 만난 류 대표는 향후 한국을 넘어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해외로도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크로프트는 어떤 스타트업인가.
“크로프트의 슬로건은 ‘누구나 재배할 수 있다’로, 누구나 스마트 온실에서 어떤 작물이든 수익이 날 수 있게끔 잘 키우게 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앞으로 모든 농사는 실내로 들어와 스마트팜에서 짓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AI 자율제어 시스템을 개발해 온도와 습도 등 작물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생산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알고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실증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 크로프트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저희는 농업에 특화돼 있다. 대부분의 애그리테크(Agritech·농업과 기술의 합성어) 스타트업은 테크 분야에 기반을 둔 분들이 창업한다. 이분들은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탓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저희는 직접 농사를 짓는다. 비록 초보 농부지만 농업교육도 받았고, 농업에 특화된 회사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또 다른 부분은 기술력이다. 다른 곳은 환경데이터만 갖고 AI 분석을 돌려 접근한다. 하지만 환경 데이터만으로는 메타데이터(Meta data·구조화된 데이터)와 정답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표준화가 불가능하다. 가령 네덜란드의 A라는 토마토 농가에서 잘 작동하는 AI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한국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데이터와 정답데이터가 함께 수집되고 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이 만들어져야 하는 데 이를 위해서는 작물을 관찰해야 한다. 작물을 관찰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보니 다들 기후데이터로만 접근하는데, 저희는 작물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작물 재배를) 컨트롤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저희는 농민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상업용 온실 솔루션을 개발한다.”
- 네덜란드 ‘국제 온실 자동화 대회’ 출전을 통해 느낀점이 있다면.
“스마트팜은 고품질 센서와 좋은 기후(climate) 컴퓨터, 운영 시스템, 시공 기술, 하드웨어, 연구개발(R&D) 등 다양한 구성 요소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네덜란드는 각자의 전문분야가 명확히 구분돼 협업이 원할하게 이뤄지는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특히 바헤닝언 대학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산학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끌고 있다. 네덜란드는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서로의 데이터도 공유한다. 예를 들어 센서를 가장 잘 만드는 기업의 경우 ‘우리는 센서를 잘 만들지만 소프트웨어를 못 만든다. 우리의 데이터를 줄 테니 협업하자’는 열린 자세를 갖고 협업할 준비가 돼 있다. 이게 바로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는 농업인의 표가 중요한 정치인이 이해관계에 맞는 정책을 펼치다 보니 농업의 발전 방향과는 괴리감이 있다. 정치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농업이 발전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향의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 네덜란드는 세계적인 스마트팜 강국이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상당수가 간척지이며, 국토가 해수면 보다 낮다. 간척지라 토양이 비옥하지 못해 농사짓기에 적합하지 못하다. 바람도 많이 불고 일조량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유리온실과 수경재배가 발달하게 됐고, 온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네덜란드는 195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시스템 개발에 나서 현재 세계적으로 농업을 이끌어나가는 국가가 됐다. (더 나은 기후환경을 갖춘) 한국은 네덜란드보다 더 빠르게 농업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 기후위기와 식량위기가 고조되면서 스마트팜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기후변화 쪽을 전공했다 보니 기후와 식량에 대한 위기감을 다른 분들보다 더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기후 예측에는 수십개의 시뮬레이션이 있는데, 그 어떤 시뮬레이션을 보더라도 2030년 이후 노지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2030년과 2050년을 기점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노지에서 재배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쌀과 밀 등은 다른 문제일 수 있으나 과채는 실내에서 재배할 수밖에 없다.
또 생산자(농업) 인구가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생산자만 생산하는 시대는 끝나고 태양광발전사업처럼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농업에 뛰어들어 생산하게 될 것이다. 땅과 자본만 있으면 자율제어 시스템을 통해 농장을 운영, 작물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시스템이 필요하고, 저희는 3~5년 내 ROI(투자수익률)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목표로 온실표준화부터 작물재배 방식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 스마트팜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느끼는 정부의 정책이나 지원이 있는가.
“정부는 항상 농업은 보호해야 하는 분야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보조금과 지원금을 주고, 농민들의 표를 얻기 위한 지원 정책을 펼친다. 농업이 보호받아야 하는 산업으로만 비치는 부분이 아쉽다. 기후변화 등 앞으로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수익이 날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 생산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영향은 오롯이 소비자가 감당해야 한다. 진통을 겪더라도 다수의 소비자를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농업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필요하고, 시장의 논리로 풀어야 지속가능하다.”
- 청년 여성 농업인으로 겪은 어려움은 없었는가.
“농업 분야는 아무래도 남성이 훨씬 많고, 연령대도 높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또 아직까지 농업은 힘을 써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여성 혼자 할 수 없고 도움을 필요로 한다. 어떻게 하면 잘 협업하고, 좋은 분을 팀원으로 모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객관적으로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서로 (장점을) 주고받을 수 있는 협업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저는 운이 좋게 좋은 팀원분들을 만난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프리바와 파트너십을 맺고, 온실 자율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데 완성되면 한국 시장뿐 아니라 아시아 등 해외로도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생산자가 사라지고, 실내 스마트팜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스마트팜이 많이 신축될 시장을 타깃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