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흥행작 중 절반 이상이 여성 주연작…“성평등 달성 첫 해”

2024년 흥행 100위 중 54편 여성 주연 혹은 공동주연 반면 유색인종 주연작은 급감 “역사적인 진전이지만…유색인종 여성 위해 갈 길 멀다”

2025-02-16     김세원 기자
영화 ‘서브스턴스’ 스틸. ⓒ찬란 제공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흥행한 영화 중 절반 이상이 여성 주연 혹은 여성 공동주연 작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애넌버그 포용정책 연구소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흥행 수입 상위 100편의 영화 중 54편에서 여성이 주연 혹은 공동주연을 맡았다. 이는 최고 흥행작 중 여성 주연 영화가 30편을 차지했던 2023년보다 크게 늘어난 숫자다. 

지난해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운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신시아 에리보가 출연한 ‘위키드’와 안야 테일러 조이가 주연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마이키 매디슨의 ‘아노라’, 데미 무어의 ‘서브스턴스’ 등이 있다.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기록한 ‘인사이드 아웃2’과 ‘모아나2’에서도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을 맡았다.

2007년부터 2024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애넌버그 포용정책 연구소의 보고서 갈무리

USC 연구소 애넌버그 포용정책 연구소 창립자인 스테이시 L. 스미스 박사는 “(지난해는) 최고 흥행작에서 성평등이 달성됐다고 볼 수 있는 첫 번째 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는 여성 주연 영화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는 권리 옹호 단체와 영화사,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등 스크린에서 평등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지난해 할리우드 영화에서 유색인종이 주연 혹은 공동주연을 맡은 작품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흥행작 상위 100편 중 유색인종이 주연 혹은 공동주연을 맡은 영화는 25편에 불과했다. 이는 직전 년인 2023년의 37편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또한 유색인종 여성이 주연 혹은 공동주연을 맡은 작품은 13편으로 조사됐다.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스틸.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이에 보고서는 미국 전체 인구에서 유색인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41.6%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할리우드에서 유색인종이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박사는 “관객들은 여성과 유색인종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한다”며 “스튜디오와 영화 제작자들은 (여성과 유색인종) 둘 중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연구 참여자인 캐서린 네프 역시 “연구 결과는 여성의 대표성과 관련해 역사적인 진전을 보여줬지만, 유색인종 여성을 위해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