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반 ESG 행보에, 국내 기업도 ESG팀 ‘축소’ 우려

전문가 “ESG 흐름 지연되는 정도, 계속 준비해야”

2025-02-13     신미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임신중지 반대 시위자들을 사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의 반 환경·사회·지배구조(ESG)흐름으로 우리나라 기업들도 ESG 팀을 통폐합하거나 축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올해 초 조직개편에서 ESG 기획팀을 사업개발팀과 통합해 ‘ESG 기획/사업개발팀’을 만들었다. 업무는 동일하게 유지했다.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ESG 팀을 각 사 성과관리팀 밑으로 편입시켰다. 업무 기능은 유지하면서 팀을 다른 부서의 하부 조직으로 급을 낮췄다.

SK지오센트릭이 올해 말 완공 예정이었던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울산ARC’ 조성 계획을 재검토하면서 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일부 팀도 해체됐다.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신한은행은 올 초 있었던 조직개편에서 조직 명칭을 ESG 대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용어를 사용했다. SDGs는 2015년 유엔(UN)이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지구환경문제, 경제 사회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것으로 2030년까지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사항으로 이뤄졌다.

이 같은 흐름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反) ESG 정책이 국내 기업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반 ESG를 외쳤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취임과 함께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가스 시추와 생산을 확대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춰 다시 제조업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에너지 비상사태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같은 날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 협정을 탈퇴한다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지난 1기 행정부 시에 이어 두 번째 탈퇴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 변화협약 당사자국(COP21) 회의에서 채택된 국제 협약이다. 각국이 자발적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하고 이행해야 한다.

앞서 트럼프는 2기 집권을 준비하며 ‘아젠다47’이라는 예비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엔 퇴직연급의 ESG 투자금지부터, 에너지, 기후변화, 성소수자, 중국의 인권 이슈 등 ESG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공약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트럼프는 “급진 좌파의 ESG 투자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 DEI 금지 정책도 사실상 같은 흐름이다. 코카콜라 등 해외기업들은 트럼프 취임 이전부터 ESG 후퇴 기조를 보인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한국ESG경영개발원에서 대기업 및 공공기관 432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서에서 올해 ESG 관련 예산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9.4%로, 전년 조사(38.6%)보다 9.2%포인트(p) 줄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것이 ESG의 완전한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중심 국가의 경우 장기적으로 ESG를 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시형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팀 과장은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 이후 ESG 관련 부서를 줄이거나 통합하는 흐름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수익에 민감한 금융사나 탄소배출이 많은 정유, 석유화학 기업들이 두드러지는 모양세”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ESG 흐름은 축소된다기보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인 4년에서 2년 정도 지연되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 “우리는 수출이 매우 중요한 국가일 뿐만 아니라 미국처럼 행동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이를 어떻게 준비를 해 나가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