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의원, "교육생 제도는 노동 착취 수단"… 국회서 해결책 모색

정부 지원금 받고 최저임금도 안 주는 기업…제도 개선 필요

2025-02-07     서정순 기자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동자성 부정하고 사용자 책임 회피하는 교육생 제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교육생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논의가 이뤄졌다. ⓒ김주영 의원실

기업들이 직무교육을 명목으로 노동자를 ‘교육생’으로 분류해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으면서 정부 지원금까지 받는 현실이 국회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김포갑)·이용우(인천 서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노동자성연구분과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동자성 부정하고 사용자 책임 회피하는 교육생 제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교육생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교육 명목으로 저임금 노동… 10명 중 3명은 3개월도 못 버텨

‘교육생 제도’는 기업이 직무훈련을 명목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면서도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정부의 직업능력개발훈련 지원금을 받는 방식이다. 이 제도를 통해 고용된 노동자 10명 중 3명은 3개월도 채 근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영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해당 제도로 채용된 47만1410명 중 30.2%에 해당하는 14만2200명이 90일 미만 근속했다. 이들의 평균 근속일수는 37.8일에 불과했다.

특히 교육생 제도가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콜센터·텔레마케팅 업계에서는 45.8%가 90일을 버티지 못했다. 기업들은 교육을 명목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교육생들에게는 최저임금 이하의 낮은 급여를 지급하며 사실상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KBS 콜센터에서도 교육생에게 하루 2만원만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한편, 지난해 기준 콜센터 교육생 1인당 정부 지원금은 5만3920원이었으나, 교육생이 하루 8시간 일하고 받는 교육비는 3만~4만원 수준에 그쳤다. 지난 10년간 이 제도로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117만2192곳에 달했다.

"노동 아닌가요?"… 교육생들의 증언 이어져

이날 토론회에서는 실제 교육생으로 일했던 노동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대한항공과 쿠팡이츠 원청 콜센터에서 일했던 김 모 씨는 “콜센터 교육생은 위장 계약의 그늘에 가려진 노동자”라며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이츠 상담사로 일했던 김수정(가명) 씨는 “같은 회사 소속인데 지역마다 노동자성 판단이 다르다는 게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노동청에서 교육생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결정을 받은 사례를 전하며 “노동법이 지역별로 다른 것이냐”고 반문했다.

틱톡 데이터라벨링 교육생으로 일했던 김지우(가명) 씨는 “직무교육은 원래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데, 교육생 제도를 악용해 노동을 외주화하고 있다”며 “국가 지원금을 악용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대원여객지부 문재홍 위원장은 “서울시는 교육 기간을 근로자로 인정했는데, 버스 회사들은 이를 피하려고 교육 기간을 2~3일로 대폭 축소했다”며 기업들의 편법 운영을 비판했다.

노동부 행정해석 변경·지원금 제도 개선 필요

토론회에서는 기업이 ‘교육생’이라는 명목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변경과 사업주 직업훈련 지원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은성 노무사(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노동자성연구분과장)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직무교육을 받는 교육생은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돼야 한다”며 “그러나 2000년에 나온 행정해석이 여전히 유지되면서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등 혼란이 크므로 노동부가 통일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훈 국립부경대학교 교수는 미국과 일본 사례를 소개하며 “교육생이 받는 직무교육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명확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데이터라벨링 교육생이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사례를 참고해 교육생 보호를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정부기관인 인천공항조차도 3개월간 무급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며 “행정해석이 바뀌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계속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육생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노동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취약한 교육생들의 지위를 고려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부위원장)는 “최근 법원에서도 노동자성을 계약서가 아닌 실질적 노동 관계로 판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교육생이 되려면 반드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이 과연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나”라고 노동부 행정해석을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진정과 근로감독이 진행 중인 만큼, 행정해석 변경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장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기업훈련지원과 측은 “올해 1월부터 지원 기준을 변경해 기업이 고용 유지를 더 신경 쓰도록 했다”며 “훈련 지원금이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없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교육생 보호 위한 법적 기준 마련해야"

토론회를 주최한 김주영 의원은 “공공기관마저도 교육생을 무급으로 사용하고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는 현실”이라며 “교육생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더 취약한 노동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이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면서 현장에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교육생의 노동을 착취하는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일이 없도록 새로운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콜센터·텔레마케팅 업계에서 90일 미만 근속자가 절반에 이르는 상황에서, 사업주는 여전히 직업능력개발훈련비를 받아가고 있다”며 “정부 지원금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