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청장 ‘여성 구의원 비하’ 논란...김규진 의원 “사과하라”

이성헌 구청장, 구의회 예산 삭감 갈등 언급하며 “젊은 의원이 무슨 약을 먹었는지” 발언 김 의원 “구청장 사과하고 재발방지책 마련해야” 서대문구 “아직 입장 정리 안 돼”

2025-02-05     이세아 기자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1월20일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민생예산 선결처분 긴급 시행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서대문구의회 김규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여성 폄하 발언”을 했다고 규탄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4일 김 의원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문제의 발언은 지난해 12월23일 열린 동직능단체와의 송년간담회 자리에서 나왔다. 이 구청장은 당시 구민 2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구의회의 서대문구청 여자농구단 예산 삭감을 둘러싼 갈등을 언급하며 “연희동에 있는 김규진 의원은 나이가 불과 30대 됐고, 둘째 아이 출산하는 젊은 의원까지 무슨 약을 먹었는지 10억 원을 깎아놓고 그거를 우리가 깎았다고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한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 구청장은 제가 불과 30대의 젊고, 출산했으며 다둥이를 키우며 일하고 있다는 신상을 저격했다. 그게 예산 삭감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라며 “아무리 정치적으로 이견이 있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저뿐만 아니라 서대문구에서 육아를 하며 일하는 젊은 근로자에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또 “저출생이 국가적 위기인 지금, 출산을 정치적 비난의 도구로 사용하는 빈곤한 인식에 서대문구민으로서 서글픔을 느낀다”고도 덧붙였다.

서대문구의회 김규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대문구의회 제공

김 의원에 따르면 당시 간담회 참석 주민 일부가 이 구청장의 발언에 항의하자, 이 구청장은 “듣기 싫으면 나가셔도 된다”고 했다. 서대문구청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면 당사자가 나서면 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참으로 책임감 없는 답변”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주민 제보에 따르면, 구의원들에 대한 인신모독성 발언은 그날 이후에도 유사한 규모의 주민 행사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며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우리를 대표해 구청장의 품격 없는 언행에 반드시 문제제기 하라"는 주민들의 준엄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 구청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서대문구청에도 “기관장의 낮은 감수성과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을 인지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교육경비 집행과 돌봄, 보육, 청소년 예산 집행 등도 촉구했다.

서대문구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5일 여성신문에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구청 차원의 구체적인 입장은 아직 정리된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