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아동·청소년 온라인 이용 실태 및 안전 인식조사...10명 중 1명 디지털 성범죄 피해 경험

‘학교도 불안...’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아

2025-01-21     서정순 기자
서초구양성평등활동센터가 아동·청소년 온라인 이용 실태 및 안전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10.%가 피해를 경험했으며, 피해 유형으로는 외모와 몸매를 조롱당하는 경우가 69.2%로 가장 많았다. ⓒ서초여성가족플라자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가 꾸준히 증가하며, 디지털 세대가 범죄 표적이 되고 있다. 서초구가 실시한 ‘2024 아동·청소년 온라인 이용 실태 및 안전 인식조사’는 이들이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명확히 보여줬다. 이번 조사 결과는 디지털 성범죄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서울 서초구(청장 전성수)와 서초구양성평등활동센터(센터장 조영미)가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서초구에 거주하는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서초구 아동·청소년의 하루 평균 인터넷 사용 시간은 3.2시간에 달했다. 대부분 유튜브와 틱톡 같은 플랫폼에서 동영상을 시청했으며, 남학생은 온라인 게임을 통해 폭력적 콘텐츠에 더 자주 노출되는 경향을 보였다.

디지털 성범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응답자 중 81.7%가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 개인정보를 공개한 경험이 있었다. ⓒ서초여성가족플라자

디지털 환경에서 개인정보 노출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조사 결과 81.7%의 응답자가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 개인정보를 공개한 경험이 있었다. 나이와 성별이 가장 많이 노출됐지만, 일부는 사는 곳이나 학교와 같은 민감한 정보까지 밝힌 사례도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었다. 응답자 10명 중 1명은 피해를 경험했으며, 외모와 몸매를 조롱당하는 경우(69.2%)가 가장 많았다. 이어 동의 없이 사진·영상을 공유하거나 음란 메시지를 받는 피해도 빈번했다. 이러한 범죄는 주로 메신저, SNS, 채팅 앱 등에서 발생했으며, 가해자 중 59.6%는 또래 친구와 같은 청소년이었다.

그러나 피해자의 61.5%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응답자들은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37.5%), “보복과 협박이 두려워서”(18.8%), “피해 사실이 알려질까 봐”(14.5%)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는 디지털 성범죄 대처 능력과 지원 체계가 부족함을 보여준다.

학교도 안전지대 아니다…불법촬영 불안감 심각

여성 청소년의 75.9%는 디지털 성범죄를 두려워했지만, 남성은 44.3%에 그쳤다. ⓒ서초여성가족플라자

디지털 성범죄 중 불법촬영은 청소년들에게 큰 불안을 안겼다. 응답자들은 공중화장실(34.5%)을 가장 위험한 장소로 꼽았으며, 수영장, 찜질방, 대중교통 시설도 주요 위험 장소로 나타났다. 특히 교실과 체육관 같은 학교 시설도 10%에 달해, 학교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성별에 따른 불안감의 차이도 뚜렷했다. 여성 청소년의 75.9%는 디지털 성범죄를 두려워했지만, 남성은 44.3%에 그쳤다. 초등학생의 경우 30.1%가 불법촬영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았으며, 이는 나이가 어릴수록 범죄의 심각성을 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미로 한 장난”이 가해가 된다… 윤리교육 시급

디지털 성범죄 가해 경험이 있는 학생 중 37.0%는 “재미나 장난”이 가해 이유라고 답했다. 이는 디지털 공간에서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윤리교육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방교육의 필요성은 높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서초구 청소년 대부분이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을 받았지만, 신종 범죄에 대한 인식은 낮았다. 특히 ‘온라인 그루밍(온라인을 통해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성적으로 착취하는 행위)’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낮아, 새로운 범죄 유형을 포함한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 경험자의 범행 이유는 재미나 장난(37.0%)이 가장 많았다. ⓒ서초여성가족플라자

서초구, 디지털 성범죄 예방 위해 전방위적 대책 강화

서초구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피해 지원 사업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2024년부터 ‘디성 ZERO 서초’를 슬로건으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사업을 확대하며, 지역 맞춤형 청소년 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한다. 서초구양성평등활동센터는 약 6천 명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구민과 함께 디지털 성범죄 근절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아동·청소년은 성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한 만큼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피해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