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귀령 “2030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 듣지 않기로 결심한 세대…정치·사회 완전히 바꿀 것”
[인터뷰]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비정규직 앵커 출신…2022년 이재명 캠프 합류하며 정계 진출 계엄군 총구 잡은 모습, BBC ‘올해 인상적인 사진’에 등극 “계엄, 두려웠지만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민주당 핵심 기반은 2030 여성…앞으로의 변화 지켜봐 달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던 지난해 12월.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바로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진입하려는 계엄군의 총구를 손으로 막은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모습이었다. 당시 무장 계엄군과 대치하던 안 대변인은 총구를 움켜잡고 계엄군을 향해 “부끄럽지도 않냐”고 외쳤다.
안 대변인이 계엄군과 대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은 국내를 넘어 해외의 이목도 집중시켰다. 영국 BBC는 안 대변인이 계엄군의 총구를 붙잡은 사진을 ‘2024년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12장면’ 중 하나로 선정했다. BBC는 “안귀령의 굳건한 결단력과 나아가 그의 옷에서 반짝이는 강철 같은 빛은 영국 화가 존 길버트의 19세기 수채화인 잔다르크 초상화를 떠올리게 한다”고 표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체포영장 발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 감싸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반성하지 않는 여당과 윤 대통령 체포 지연은 일부 국민에게 실망과 무력감을 안기고 있다.
최근 여성신문과 만난 안 대변인은 국정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먼 훗날 돌이켜보면 ‘그때 힘들었지만 잘 해결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느리고 더디지만 우리 사회는 발전하고 있으며, 역사는 진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시위를 주도한 2030 청년을 향해 “절대 정치를 외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대변인과 일문일답.
- 계엄군의 총구를 붙잡고 대치한 모습이 연일 화제다. 당시 현장 상황은 어떠했는가. 또 계엄이 선포됐을 때 어떤 심경이었는가.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일단 국회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하니 헬기 소리와 군홧발 소리가 들려 굉장히 공포스러웠다. 또 계엄군들이 국회 본청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의원들이 국회 안에서 준비하는 동안 밖에서는 많은 시민이 무장한 계엄군들이 (국회)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저지하고 있었다. 함께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국회가) 뚫려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군인들이 저지한다면 다음은 없다는 생각에 공포스러웠다. 그다음의 우리나라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정신없는 와중에 팔이 붙잡혔고, 팔을 빼는 과정에서 눈앞에 보이는 것을 밀고 당기다 보니 총구도 잡았던 것 같다. 사람인지라 두려웠지만 그때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 외신의 반응도 뜨거웠다. 해외 언론으로부터 주로 어떤 질문을 받았는가.
“21세기에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보니 ‘왜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생각하느냐’ 그리고 가슴 아픈 질문이지만 ‘한국이 다시 독재 시절로 회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많은 해외 언론이 이를 우려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더라. 심지어 한 언론은 ‘한국이 독재 시절로 회귀할 수 있다고 해외에서 우려하고 있다.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시민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룩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나라다. 그 역사를 잊지 않고 있으며 이번에도 반드시 시민들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이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 윤석열 정권은 왜 실패했다고 보는가.
“윤석열 정권의 몰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바로 배우자 김건희다. 주가조작, 고속도로 특혜, 명품백 수수, 학력 위조, 경력 위조, 논문 표절, 명태균 게이트 등 온갖 논란과 의혹을 윤석열은 정권 차원에서 틀어막았다. 가족, 친인척 비위 수사를 막은 대통령은 윤석열이 유일하다. 이를 정당하게 지적하는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보는 그릇된 인식과 극우 유튜버 중독이 비상계엄 선포라는 오판으로 이어졌다. 비상계엄 선포로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안보 등 모든 영역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위기에 처했다. 다음 대통령은 이 모든 문제를 잘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개헌론도 나온다.
“승자 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 구조를 개편해야 할 때인 것은 맞다. 개헌의 필요성에도 공감한다. 다만 아직 내란이 종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논의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로서는 내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개헌을 빌미로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려 한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란 수습과 탄핵 심판이 우선인 상황에서 논의를 분산시키지 않아야 조속한 수습이 가능하다.”
- 탄핵 시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2030 여성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같은 세대의 여성으로서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왜 2030 여성이 집회에 나왔다고 보는가.
“10대, 20대, 30대 여성과 남성이 다 나온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여성을 포함한 2030 세대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지 않기로 결심한 세대다.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사태 그리고 이태원 참사까지 겪으면서 또래를 많이 잃은 경험이 있고, 그 과정에서 정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실망했을 수도 있고, 기존의 정치인이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생각도 했을 수 있다. 여러 참사를 겪은 경험과 정치가 그들을 변화시켰다.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을 너무 많이 겪은 세대 같아서 마음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2030 세대가 사회와 정치를 완전히 바꿀 것으로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 광장으로 나온 젊은 여성 중 일부는 민주당이 여성과 소수자 의제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안희정·박원순 성폭력 사건을 거치면서 민주당에 실망한 여성들도 있다.
“내란과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얻은 소득 중에는 여성을 포함한 2030 세대의 민주주의를 위한 헌신과 활약이 있다. 앞으로 그들이 원하는 의제를 위해 목소리 낼 것이고, 우리 사회에 관철시킬 것이다. 정치권도, 민주당도 그들의 목소리에 더 주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저희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은 2030 여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세대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데 실망하고 계시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여기시는 부분이 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 앞으로의 변화를 함께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 여성들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공언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컸다. 이들은 탄핵 정국 이후 여성 의제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한다. 어떻게 하면 여성 의제가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까.
“윤석열과 그 주변 세력 그리고 국민의힘을 포함한 수구는 효용성을 다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의 역할이 절실한 때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여성 의제를 포함해 윤석열 정권 이후 그리고 내란 사태를 겪으면서 망가진 모든 것을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함께 싸웠던 이들을 어떻게 잊겠는가. 사태가 마무리된다 해도 함께 싸웠던 이들의 목소리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여성을 포함한 2030 세대는 앞으로 새로운 사회와 정치 지형의 주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단순히 그들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발굴하는 데서 더 나아가 현실적인 정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치의) 문턱을 낮추고 더 깊게 고민해야 한다.”
- 언론인 생활을 이어가다 정치권에 입문한 계기가 있나.
“비정규직으로 YTN 앵커 생활을 했다. 아나운서 중에서도 여성 아나운서는 지상파를 제외하고 정규직 채용을 찾기 힘들다. YTN에서 6년을 일했는데 그 6년간 휴가를 나흘 밖에 안 썼다. 열심히 일하면 누군가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뀌는 것이 없었다. 특시 여성 앵커는 선배들을 봐도 결혼과 임신, 출산이 해고로 이어지더라. 비정규직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보장돼 있지 않다. 그런 현실을 보며 나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 지난 총선 때 출마했던 도봉갑은 김근태·인재근 전 의원이 지켜온 민주당 텃밭이다. 인권문제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인권문제에 관심이) 없을 수가 없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많은 차별 대우를 받았다. 가령 비정규직 프리랜서 앵커에게는 상여금도 없다. 회사를 나올 때 퇴직금도 못 받았다. 부조리와 불합리한 일을 겪었고, 이를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정치권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관심이 없을 수 없다.”
- 정치권에 입문할 때 청년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말했다. 2030 의제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노동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의 형태는 다양화돼 있다.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한 노동, 안전과 복지에 관심이 있다. 또 모든 청년이 대기업에서 안정적인 정규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그러다 보니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하고 있는 청년의 문제에 관심이 있다.”
- 대변인님을 응원하는 2030 여성을 보며 많은 여성이 새로운 여성 정치인을 원한다고 느꼈다. 어떻게 하면 젊은 여성 정치인이 늘어날까.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많은 분이 제가 단순히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제가 냈던 용기를 지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여성 정치인이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 아닌 제가 낸 용기를 보고 지지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정치에 뛰어들게 만든 경험을 잊지 않고,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함을 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제 모습을 보고 많은 여성이 용기를 얻어 정치에 뛰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제가 잘해야 한다.”
- 국회 앞, 남태령, 한남대로 앞에서 밤을 새우며 목소리를 내는 같은 세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집회에 나온 여성분들과 2030 청년들을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잘 모르는 분인데도 광장에서 눈을 마주쳤을 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울컥함이 있었다. 제 지역구에 있는 덕성여대와 정의여고에서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연대하는 마음으로 QR 코드를 통해 시국선언문 전문을 볼 수 있게 현수막을 걸어놨다. 내란사태를 겪으면서 평범한 우리의 힘이 모여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진보시킨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정치를 떠올리면 혐오나 무관심, 무력감 등의 말들이 따라붙는다. 현재의 과정이 너무 지난해서 지친다고 하시는데 절대로 정치를 외면하면 안 된다는 말씀도 꼭 드리고 싶다. 그것이 바로 기득권이 원하는 것이다. 정치는 소수의 기득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서도 깨달았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은 우리가 지키는 것이고, 정치 역시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정치를 절대 외면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 역시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
*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989년 경상북도 경주 출생으로, 삼산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다. 한국낚시방송과 KBC광주방송의 아나운서를 거쳐 2016년부터 YTN에서 앵커로 일했다. YTN 뉴스 프로그램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의 앵커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안 대변인은 2022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22대 총선에서는 도봉구갑 지역구에 출마했다. 현재 도봉구갑 지역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