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전북특별자치도, 성평등한 지역사회를 만들어야
[민선 8기 지역성평등정책 현주소] ⑨전북도
[편집자 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민선 8기 지역성평등정책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펴보는 기획 칼럼을 총 9차례 연재합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퇴행 흐름, '저출산 인구 위기 담론'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현실 속에서 반환점을 돌고 있는 민선 8기 광역자치단체의 성평등 정책과 저출산정책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은 참으로 시끄럽다.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흐름에 10~30 여성들이 빛을 발산하며 광장의 중심에 서 있다. 1987년 6월 항쟁에서 넥타이 부대가 있었다면,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의 ‘촛불 소녀’, 2016년 박근혜 탄핵에 등장한 ‘유모차 부대’ 등 역사 변혁의 길목마다 여성들은 광장의 문화를 만들어 왔고, ‘내란죄’ 윤석열에 대한 ‘탄핵’의 광장에서도 여성은 객체로서가 아니라 주체로 서 있다. 여성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늘 역사의 중심에 있었지만 조명받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 생계 부양자, 여성 전업주부라는 가족 모델이 퇴색하고 있다. 하지만 가사·돌봄 노동은 여성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여성은 고용·임금 등에서의 성차별, 성폭력과 혐오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다. 권력의 중심에 서지 못하는 여성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성별 갈라치기와 ‘여성가족부 폐지’를 걸고 시작된 현 정권은 10개월째 장관을 임명하지 않아 여성가족부를 방치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여성정책 수립·시행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마저 흔들리는 현재, 성평등을 지향하는 정책의 수립·시행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소멸 위기 지역이자 성평등지수 하위권
2024년 현재 전북도 인구 현황을 보면 총인구는 175만1318명으로 여성 87만9488명(50.2%), 남성 87만1830(명49.8%)이다. 전북도는 5년간(2019~2023년) 인구 증감률은 –0.5%(전국 0.0%), 조출생률 3.8(전국 4.5)로 낮고, 고령 인구 비율은 24.7%(전국 19.6%)로 지방소멸위험지수가 0.394(한국고용정보원 계간지 ‘산업과고용’ 여름호, 2024)으로 소멸 위험지역이다.
2022년 성평등 지수는 78.4로 하위권이다. 상위 순위에 있는 분야는 경제활동(5위)이며, 하위 순위는 교육・직업훈련(15위), 복지분야(16위)이며, 성평등 개선 및 점검이 필요한 지표는 성별 임금 격차, 상용근로자, 관리자 비율, 스트레스 인지율, 여가시간 등이다.
전북도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23년 64.9%, 고용률은 63.3%이며, 성별 격차를 보면 경제활동참가율은 15.6%p 고용률 15.1%p 여성이 남성보다 낮다. 취업자의 종사상 지위를 보면, 상용직의 비율은 10%p 여성이 낮고, 임시직은 32.4%p 높게 나타나 여성의 고용이 불안정과 성별 임금격차가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상용근로자의 여성비율을 높이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비경제활동인구(545천명) 중 여성은 ‘가사·육아’로 인한 경우가 97.4%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남성은 3%에 불과해 여전히 가사·돌봄 노동은 여성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정책을 총괄하고 조율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추진기구
전북도의 여성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는 보건복지여성국 7개 과 중 여성가족과로 4개 팀(여성정책, 여성권익, 아동보호, 가족‧다문화)으로 구성돼 있으며, 출연기관으로 (재)전북여성가족재단이 있다. 여성정책 연구는 (재)전북여성가족재단의 여성정책연구소에서 담당하고 있다. 여성가족과로는 전북도에서 시행하는 모든 정책 과정에 성평등 관점이 적용될 수 있도록 총괄‧평가하며,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2023년 전북연구원 산하 여성정책연구소에서 전북여성가족재단으로 이관돼 좀 더 독립적인 정책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주변화돼 있는 여성정책과 예산
제4차 전북도 종합계획(2021~2040)에 여성의제는 포함돼 있지 않다. 민선 8기 공약은 5대 분야 124개 과제가 제시돼 있으나 여성 관련 공약은 3개(일‧생활 균형 지원, 다문화 가정 원스톱 지원 서비스 고도화, 공공 산후조리원 건립) 뿐이다. 2024년 도정 운영 방향을 보면, 성평등 의제는 10대 역점 시책에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역점 시책 7. 함께 누리는 행복 복지의 한 꼭지로 양성평등문화 확산이 있을 뿐이다.
전북도의 여성정책은 중앙정부의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따라 매년 시행계획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사업은 거의 없다. 2024년도 여성정책 예산은 총예산 대비 2.84%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동복지’ 관련 예산을 제외하면 0,98%에 불과하다. 성평등정책 전담부서인 여성가족과 예산을 3개의 정책 사업으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여성복지증진’ 7.4%이며, 아동복지향상’ 61.1%, ‘가족복지 증진’ 31.3%로 구성돼 있다.
지속가능한 성평등 지역사회를 향하여
조직체계에서 정책 전반에 성인지성이 담보되기 위해서는 각 국‧실, 과에서 여성정책을 책임질 수 있는 책임자가 선정돼야 하며, 이를 종합・조정하고 추진실적을 점검,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조직체계의 변화와 더불어 전북도의 중장기 계획, 도정 운영 방향에 성평등이 핵심의제로 추진될 때 성평등 지역사회에 대한 인식의 확산과 정책담당자의 관심과 책임이 강화될 수 있다.
고령사회, 저출산 사회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캠페인 수준인 일·가정양립 정책만으로는 안된다. ‘모두를 위한 돌봄’ 정책과 함께 고용 불안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 성평등한 노동환경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전북도는 지역성평등 지수를 높이기 위해 지역의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 여성들의 정치・사회적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행정과 의회, 시민사회/여성단체, 학계, 경제계, 언론 등 지역의 기관 및 단체와의 협력체계인 젠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