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특허 등록만 50여 건...3D프린팅 기술 혁신 이끄는 윤희숙 박사

[2024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산업 부문 수상자 윤희숙 한국재료연구원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장 세라믹 소재 한계 극복 3D프린팅 기술 최초 개발

2024-12-16     이세아 기자
2024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산업 부문 수상자 윤희숙 한국재료연구원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장. ⓒ본인 제공

치과 진료에서 흔히 쓰이는 인공 치아부터 허리디스크 수술에 사용되는 골이식재까지, 모두 3D 프린터로 간편하게 만드는 시대가 온다.

올해 산업 부문 ‘2024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으로 선정된 윤희숙 한국재료연구원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장은 이 ‘꿈의 기술’ 개발을 주도해 온 전문가다. 그간 국내외에서 등록한 기술개발 특허만 50여 건이다. 국내 기업에 일곱 차례 기술을 이전해 상용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산업용 3D프린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프린터로 물건을 찍을 때 쓰이는 ‘소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윤 본부장은 흔히 쓰이는 플라스틱 외에도 다양한 3D 프린팅 전용 소재를 개발하고자 노력해 왔다.

특히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쓰이지만, 깨지기 쉬워서 정밀 제조가 어려운 세라믹 소재의 한계를 넘을 방법을 연구했다. 국내 세라믹 산업은 꾸준히 대외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소재와 장비 기술도 대부분 해외시장에 의존하는 현실이다. 윤 본부장은 “기술적 혁신 없이 침체한 시장을 활성화할 방법이 없다”고 봤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세계 최초로 광중합 기반 다종 세라믹 3D프린팅 소재·부품·장비 기술과 무소결 세라믹 3D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두 종류 이상의 소재와 빛을 활용해, 튼튼하고 정교한 세라믹 골이식재와 의료부품을 3D 프린터로 찍어내는 방법을 처음으로 개발한 것이다. 세라믹을 고온 열처리해도 모양이 변형될 걱정 없이 정교한 3차원 구조물을 만드는 기술도 개발했다. 반도체·에너지 등 분야 부품 제작에도 적용할 수 있어, 경제적·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기술들이다.

그는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을 받게 돼 매우 영광스럽고 기쁜 동시에 큰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낀다”며 “그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11월 5일~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제15회 환태평양 국제세라믹학회(PACRIM 15)에 연사로 참여한 윤희숙 한국재료연구원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장. ⓒ본인 제공
윤희숙 한국재료연구원 바이오·헬스재료연구본부장. ⓒ본인 제공

윤 본부장은 2006년 ‘여성 연구자의 불모지’였던 한국재료연구원 사상 첫 정규직 여성 박사(선임연구원)가 됐다. 늘 자신을 따라다니는 ‘여성 1호’ 호칭이 불편하다고도 했다.

“우리가 아직도 ‘여성 과학자’라는 표현을 쓴다는 건 사회에 분명한 구분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여전히 여성 과학자를 동료로 두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물론 여성 과학자가 늘면서 성과를 인정받고 리더십을 보이는 여성들도 늘고 있습니다. ‘여성’이 아닌 동료‘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일하는 환경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봅니다. 꾸준히 실력과 능력으로 본인의 위치에서 가치를 입증하면 유리천장을 깰 기회가 온다고 믿습니다. ’여성 과학자‘라는 단어를 쓸 필요가 없는 날이 곧 오리라 믿습니다.”

그는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길을 찾아내기를 즐긴다.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낼 때, 그것이 세상에 필요한 기술임을 입증하고 검증받을 때 가장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몇 달,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힘들어도 그만두지 못하고 이 일을 계속하게 되는 매력이기도 합니다.”

여성 과학자들과 지역 내 청소년 등의 멘토링에도 힘써 왔다. “‘공대를 가서 공학자가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연애도 못 하고 공부와 연구만 해야 한대서 고민’이라는 여학생들이 있어요. 막연한 두려움을 깨려면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 과학자들을 많이 접하고, 연구도 개인의 삶도 열심히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중요합니다. 저도 제가 어떻게 성과를 냈고 어떻게 제 삶을 즐기고 있는지 함께 표현합니다. 제 이야기에 용기를 얻었다거나 박사님처럼 되고 싶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가끔 저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