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응원봉 든 여성들 “윤석열 탄핵하라” 목 터져라 외쳤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규모 집회 응원봉∙야광봉 등 다양한 촛불 물결 주최 측 추산 100만명 인파 몰려

2024-12-07     신다인 기자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손 피켓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샤이니 ‘샤팅스타’부터 엔시티 ‘믐뭔봉’,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모아봉’, 뉴진스 ‘빙키봉’까지. 아이돌 응원봉을 든 여성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을 형형색색으로 수놓았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오후 6시 30분께부터 “투표해! 투표해!”라고 연신 외쳤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촛불대행진’에는 주최 쪽 추산 100만명, 경찰추산 10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국회 앞부터 여의도 공원 인근까지 인파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앞서 4일부터 열렸던 퇴진 집회 중 가장 많은 인원으로 통신이 먹통이 되기도 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무대에 선 심미섭 페미당당 활동가는 “이번 윤석열 탄핵 집회에도 수많은 페미니스트, 소수자 단체들의 깃발이 보인다. 깃발을 흔들어 달라”고 부탁하자. 수많은 여성들과 소수자단체가 함성으로 화답했다.

심 활동가는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대통령 탄핵을 외칠 것이며, 동시에 투쟁 현장에서의 소수자 혐오를 막을 것이다. 페미니스트와 함께해 성평등으로 국론 결집을 이루자”며 “페미니스트가 요구한다, 윤석열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몽 씨와 친구들이 응원봉과 프라이드 플래그를 보여주고 있다ⓒ신다인 기자

실제 이번 집회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참여했다. 친구들과 응원봉과 프라이드 플래그를 참석한 몽(22)씨는 “이런 역사적인 현장에 소수자도 존재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갖고 오게 됐다”며 “퀴어들은 이런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뛰어나올 수 있게 특화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입시가 끝나지 않은 고등학교 3학년 김모씨는 집회에 참석해서 문제집을 풀었다. 그는 “(계엄 선포는)독재의 시도라고 생각하고,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국민이라면 당연히 참여해야 하는 집회라 나왔다. 아직 입시가 끝나지 않아, 할 수 없이 참석해서 숙제를 하고 있다”고 했다.

룸메이트 3명과 함께 나온 김해빈(21)씨는 “어제도 나왔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 친구들과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직 입시가 끝나지 않은 고등학교 3학년 김모씨는 집회에 참석해서 문제집을 풀었다. ⓒ신다인 기자

오후 5시경 국회 본회의가 시작됐을 때까지는 흡사 축제 분위기였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에스파의 ‘위플래쉬’, 로제의 ‘아파트’ 등에 맞춰 집회 참가자들은 춤을 추고, 구호를 외쳤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거리에 울렸던 ‘님을 위한 행진곡’이 여의도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회사원 김민아(33)씨는 “춥지만 사람이 많아서 후끈하다. 이런 분위기면 계속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공기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부결된 후 바뀌었다.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107명이 집단 퇴장하자 시민들은 "투표해! 투표해! 하고 외쳤다.

대학생들이 국회 담벼락을 감시하고 있다. ⓒ신다인 기자

오후 7시경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국회 담을 넘어 도망갈 시도를 하고 있다는 말이 돌자, 대학생들이 달려가 국회 담벼락을 에워쌌다. “서울여대가 앞쪽 담벼락을 막았대요. 이화여대는 이쪽부터 이쪽까지 담당할테니, 성공회대 학우분들은 저쪽으로 가주세요”라고 서로 협업하는 부분도 목격됐다.

오후 9시 20분 정족수 미달로 탄핵안이 폐기되자,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국민의힘을 향한 날선 비난이 이어졌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국힘은 해체하라”는 구호도 이어졌다. 이동화(25)씨는 “화가 난다. 국민의힘은 너무 비겁하다. 자기 당에 유리한 것만 표결하고 도망치고 나가는 것이 국회라는 입법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 같다. 입법부가 존재해야 하는 기본 전제와 그 질서를 어긴 것이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