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청 1년 된 전남도 동부지역본부 ‘말뿐인 2청사 시대’
"준독립화 돼야 하지만 출장소 한계 못 벗어나" 브리핑룸 없고 언론홍보비 본청 대비 1/7 수준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해 동부지역본부를 개청하면서 실질적인 2청사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헛구호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7일 여성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도는 지난해 9월 순천 신대지구에 있는 동부청사에서 개청식을 하고 실질적인 2청사 시대 개막을 알렸다. 동부지역본부는 4개국 13개 부서가 입주해 있다.
당시 김 지사는 “동부청사 개청과 본부장 2급 직제 승인으로 실질적인 2청사 시대를 열었다”며 “더 큰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지역민과 함께 화합과 융성의 지방시대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개청 1년이 지난 현재 김 지사의 호언장담은 지역민의 기대에 한 참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전남도가 동부 지역사회와 소통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다.
동부본부는 2급인 본부장을 중심으로 4개국 13개 부서 체제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정작 언론 브리핑룸은 없다. 일선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격주 단위로 진행하는 언론 브리핑을 광역지자체인 전남도 동부본부에서는 주요 도정에 대해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열악한 언론홍보 인프라도 문제점으로 지적받는다. 전남도의회 한숙경 의원(더불어민주당, 순천7)은 최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동부지역본부의 홍보 인프라 개선을 촉구했다.
전남도 본청 홍보예산이 70억원인데 반해 동부지역본부는 9억9000만원에 불과해 그 격차가 7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여수, 순천, 광양 등 동부권은 인구 밀집이 높은 지역으로 도정 홍보를 위해서는 예산 확대가 시급하다”며 “특히 동부지역본부에는 기자실과 브리핑룸이 없어 주요 현안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부권 출신 도의원들이나 주민들이 민원업무와 주요 사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싶어도 브리핑룸이 없어 무안에 있는 도청까지 이동하거나 동부청사 야외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동부본부 조직도 지역 여건과 동떨어져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남 동부권은 지역 내 총생산의 62%를 차지할 정도로 전남경제를 견인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그러나 여수국가산단과 광양국가산단을 담당하는 부서인 전략산업국은 본청에 있다. 소속 직원들은 본청에서 동부권으로 잦은 출장을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출장비 등 경제적인 부분과 시간적, 안전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관광산업국 내 마이스산업 관련 부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남지역 마이스산업은 대규모 컨벤션시설이 갖춰진 동부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더 나아가 세계와 경쟁해 국제회의 등을 유치하며 마이스산업을 육성·강화해야 하는데 동부청사에는 관련 부서가 없어 본청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전남이 ‘아시아의 우주항’을 목표로 추진하는 우주항공산업 지원부서도 동부청사가 아닌 본청에 있다.
이러다 보니 동부청사가 개청한 지 1년이 지났어도 주민들은 나아진 행정 편의를 느끼거나 김영록 지사의 동부권에 대한 애정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남도의회 신민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순천6)은 “2청사는 독립적인 체제 속에서 준 독립화 이뤄져야 하는데, 2급 본부장이 있어도 예산, 인사 등 김영록 도지사가 전권을 쥐고 있다”며 “실질적인 2청사 시대를 열었다고 했는데도 출장소 수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략산업국이나 우주항공산업 지원부서, 마이스산업 등 관련 부서를 동부권 지역 실정에 맞게 조직개편을 해야 한다”며 “브리핑룸도 마찬가지로 주요 도정들을 곧바로 알려야 하는데 그런 기능도 없이 반 박자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김규옹 전남도 동부지역본부 기획홍보담당관은 “동부권 홍보를 위해 예산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며 “공간 부족으로 기자실과 브리핑룸 설치는 현재로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