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 여성·성평등 정책 지우기는 현재 진행 중

[민선 8기 지역성평등정책 현주소] ③대전시

2024-11-07     전한빛 대전여성단체연합 정책위원장

 [편집자 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민선 8기 지역성평등정책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 펴보는 기획 칼럼을 총 9차례 연재합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퇴행 흐름, '저출산 인구 위기 담론'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현실 속에서 반환점을 돌고 있는 민선 8기 광역자치단체의 성평등 정책과 저출산정책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대전시는 민선 8기에 들어서자마자 성평등 추진체계의 핵심이었던 기획조정실 산하 성인지정책담당관을 폐지하고 여성청소년가족과로 축소·통폐합했다. 또한 성주류화 관련 주요업무를 삭제하는 등 현 정부의 여성·성평등 정책을 지우는 기조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성인지정책담당관은 민선 7기였던 2019년, 대전시정의 컨트롤 타워인 기획조정실 내에 설치되어 대전시 모든 정책에 있어 성인지 관점에서의 정책 환류를 가져오는 등 중요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민선 8기 조직개편과 동시에 폐지되면서 복지국 내 여성가족청소년과로 격하됐다.

성평등 정책 담당업무 인력은 성인지정책담당관 내 △양성평등정책팀 △성인지팀 △여성권익팀으로 총 14명에서 복지국 여성가족청소년과 내 △성인지정책팀 △여성권익팀 총 11명의 인력으로 축소됐다. 그리고 올해, 대전시는 5월 대규모 조직개편을 예고하면서 성평등 정책 전담부서인 성인지 정책팀과 여성권익팀을 ‘복지국’에서 신설국인 ‘교육정책전략국’으로 이관했다.

발표에 따르면 ‘교육정책전략국’은 대학교, 생애주기 교육정책 개발, 평생교육, 인재양성, 지역 정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정책전략국은 시의회 교육위원회의 소관으로 배정되었는데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 또한 적지 않은 상황이다. 과연 성평등 정책 전담부서를 어떤 비전과 계획으로 해당 국으로 이관한 것인지 도무지 근거를 알 수 없다. 이는 해당 정책에 대한 이해나 숙고가 전혀 없는 결정이다.

대전시의 2023년 대비 2024년 성평등 관련 예산 삭감 현황(단위는 천원) 

이러한 대전시의 기조에 따라 민선 8기의 시작과 함께 자연스럽게 예산 또한 대폭 삭감되면서 없어졌다.  축소된 성평등 관련 사업은 △여성친화도시 조성 △젠더폭력 예방 청년활동가 양성사업 △여성친화도시 조성사업(대전형 공공일자리) △양성평등위원회 등 운영 △성인지 정책 추진 △성평등 의식 제고 등이며, 대부분 공공일자리 혹은 정책 개발 및 인식 개선 분야에 해당된다.

2024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새로이 보강되거나 신설된 사업은 크게 없으며,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여성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인 ‘대전 여성 취·창업 박람회’의 축소이다. 여성 취·창업 박람회는 경력단절 여성을 중심으로 모의면접, 취업 및 창업 컨설팅, 일자리 정보 열람 등의 내용을 담아 수년 간 운영해왔던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전시는 올해부터 이를 대폭 축소, 구인구직 만남의 날을 신설하여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대전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4.6%로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인 72.4%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업자의 비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높으며, 비경제 활동인구의 사유를 살펴보면 가사 및 육아로 인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비율이 여성 94.6%, 남성 5.4%로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의 여성이 가사와 육아로 인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제적 지위에 대한 여러 지표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근거로 일자리 정책의 일환인 사업을 대폭 축소했는지, 그저 예산 삭감이 목적이 아니라면 과연 충분한 논의와 고민의 과정이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다. 대전시의 여성·성평등 정책 관련 사업들의 예산 삭감은 민선 8기가 취임한 이래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민선 8기 1년 정책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여성·성평등 정책 연구와 활동, 교육의 기능을 갖춘 여성플라자 혹은 여성재단과 같은 플랫폼의 필요성에 대해 제언한 바 있다. 대전시의 경우 여성·성평등 정책을 전담하여 연구하는 독립적인 기관이나 재단이 아닌 대전세종연구원 소속 센터로 존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지난 민선에서는 특정성별영향평가 사업을 배정하여 지역에 필요한 여성·성평등 정책을 발굴하고자 노력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예산 또한 작년 삭감되었다.

이는 대전시가 여성·성평등 정책 연구 추진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 1월에는 대전광역시 사회서비스원에서 여성가족부 사업을 받아 성별영향평가, 정책모니터링,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의 내용을 담은 대전·세종 양성평등센터를 개소했다. 지역사회의 여성·성평등 정책에 대한 고민의 주체 중 하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나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 민선 8기의 여성·성평등 정책에 대해 총평하자면 첫 번째로는 성평등 추진체계 약화이다. 성평등 전담부서를 폐지하고 그 역할을 축소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행이다. 두 번째는 정책 전반의 예산 삭감 및 사업 축소이다. 성평등 추진체계의 약화는 자연스럽게 사업과 예산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어찌보면 예견된 수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여성·성평등 정책에 대한 비전의 부재이다.

지금까지의 대전시의 태도를 보면 컨트롤 타워는 고사하고 해당 정책에 대한 비전과 목표가 있는지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이장우 시장은 올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선정한 성평등 걸림돌에 선정된 것에 대해 본인은 양성평등 등 인권 정책을 균형 있게 꾸리고 있으며 ‘보편적 성평등’을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장우 시장이 말하는 보편성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어떠한 대안 없이 여성 정책과 사업을 줄이고 없애면서 성평등을 주장하기만 하는 것이 이장우 시장과 대전시의 보편성인가?

또한 대전시는 지난 9월, 대전 시민의 참여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수 년간 진행해왔던 성평등주간기념 대전여성영화제를 ‘여성 퀴어’내용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검열한 바 있다. 결국 대전여성영화제 측은 사업비 전액을 반납하고 시민들의 모금으로 행사를 끝마쳤다. 이장우 시장이 말하는 보편과 인권이란 무엇인가. 2년 간 정책 모니터링을 하면서 느낀 것은 대전시가 도무지 하는 것이 없으니 평가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대전시의 여성·성평등 정책 지우기는 현재 진행 중이며, 여전히 표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