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자·영케어러 등 돌봄 시민들의 외침 "공적 돌봄 강화하라”

10.29 국제돌봄의날 기념 증언대회

2024-10-31     신다인 기자
3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10.29국제돌봄의날 기념 증언대회’가 열렸다.ⓒ신다인 기자

국제돌봄의날(10월29일) 주간을 맞아 영케어러, 장애인활동지원사, 가사노동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돌봄 인력을 확충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는 공적 돌봄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3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10.29국제돌봄의날 기념 증언대회’가 열렸다.

권영은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엄마가 되고서야 돌봄 당사자로 어깨가 무겁다는 것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동안 돌봄 노동은 여성의 몫이었고, 이를 사회가 같이 분담해야 한다며 권 대표는 돌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동시간이 단축돼야 한다고 했다.

강석금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회장은 아버지가 국가유공자라 보훈병원에서 실비 혜택을 받았음에도 2021년 9개월간 부모를 간병하며 수술비, 간병비 등 총 2400백만원 넘게 들었다고 했다.

그는 “간병하는 데 정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어려움이 많다. 자녀는 부모기 때문에 간병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 부모 돌봄 상담센터나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강 회장이 노인 돌봄에 있어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운영에 대한 안내,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돌봄대상자에게 맞는 맞춤돌봄 시스템 구축, 노인돌봄종합서비스에서 장기요양등급으로 전환되는 과정의 제도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살며 돌보고 있는 ‘영 케어러(young carer)’ 강하라 씨는 “영케어러로서 저를 힘들게 한 건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오는 정서적 압박감과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적장애의 문제에 대해 인식하지 않은 현실의 차가움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영케어러가 돌봄당사자와 분리되고 싶다면 분리하는 지원이 필요하고, 함께 하고 싶다면 함께 할 수 있도록 마음의 근력을 심어줄 수 있는 심리지원이 필요하다. 돌봄으로 인해 빈곤해지고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이 핵심”이라고 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기순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부 조합원은 “활동지원사가 처우가 나빠서 일터를 떠난다. 그 빈자리는 누가 채워주나요? 아직은 국가와 지자체는 그럴 능력이 없다”며 “지원사들은 아파도 쉴 수가 없다.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원사들은 평균연령 60세인 여성노동자이다. 어깨, 손목, 허리가 아파도 산재적용을 받을 수 없다. 대부분 지원사들은 참거나 본인부담금으로 치료해가며 활동을 한다”고 했다.

김 조합원은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해서는 무급, 유급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하고 전문인력으로서 제대로 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10월 29일을 ‘국제 돌봄 및 지원의 날’로 정했다. 올해 한국의 여성, 장애, 청년, 노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 29개 단체들이 모여 ‘10.29 국제돌봄의날 조직위원회’를 꾸려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돌봄 주간으로 설정했다.

10.29 국제돌봄의날 조직위원회는 △돌봄 중심 사회로의 전환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공공성 확보 △돌봄노동 가치 재평가 및 처우개선 △돌봄권리 보장 등을 요구안으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