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박용옥 교수, 한국여성사의 새 장을 열다
정현주·강영경·강영심 구술채록·편집 역사여성미래 펴냄
“‘여성들이 이렇게 남의 지배를 받고. 특히 남자의 지배를 받고 그 휘하에서 산다는 건 안 된다.’ 늘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우리 가정을 보더라도 해방 후에 아버지가 안 계셔서 어머니가 경제활동을 해서 우리 4남매를 다 키웠거든요.”
한평생 한국 여성사 연구에 헌신한 박용옥 선생의 구술생애사가 나왔다. 박용옥 선생은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 선언문인 ‘여권통문’(女權通文)을 발굴하고, 여성 독립운동가인 김마리아를 재조명한 한국 여성사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1935년 중국 심양에서 태어나 해방 후 귀국한 그는 홀로 4남매를 키워낸 어머니의 위대함을 느끼며 여성사 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0년대 중반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일하던 당시 함께 라디오방송에 출연한 이선근 박사로부터 “왜 여성들은 여성사 공부를 안 하느냐?”라는 말을 듣고 본격적으로 여성사 연구에 뛰어든다.
박용옥 선생은 1968년 국채보상운동(1907)에서 여성의 참여를 짚어낸 논문 「국채보상운동에의 여성 참여」를 발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76년 발간된 『이조 여성사』를 통해서는 여성이 유교에 의해 통제받았다는 일반론과는 달리 조선시대의 여성들이 주류사상으로 유교를 적극 수용했다고 주장하며 학계는 물론 언론으로부터도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대한제국기 이후 한국근대여성과 여성독립운동가, 여성독립운동단체 등에 대한 수많은 선구적인 연구를 내놓았다. 『이조 여성사』외에도 『한국여성독립운동사』, 『한국근대여성운동사연구』, 『김마리아 : 나는 대한의 독립과 결혼하였다』 등의 저서를 발표했다.
이번에 발간된 『박용옥 교수, 한국여성사의 새 장을 열다』는 박용옥 선생의 학문적 여정과 연구 성과를 후배 연구자와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사단법인 역사여성미래 이사인 정현주, 강영경, 강영심이 구술생애사 기록과 정리, 편집을 맡았다. 향후 여성사를 연구하는 후학들에게 중요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