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성매매’라는 환상...더 교묘해진 착취

[성매매방지법 20주년 기획] ⑥ (끝) 성매매경험당사자가 반성매매 활동을 하는 이유 여성 뒤 숨은 구매자·알선자들 봐야 ‘진정한 피해자’ 증명하지 않아도 ‘사람을 사는 일은 폭력’ 말하는 사회 되길

2024-10-14     진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회원

여성신문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가 성매매방지법 20주년 기획 칼럼을 연재했습니다. 성매매는 여성폭력이며 여성인권의 문제라는 데 주목해 반성매매 운동의 역사와 과제를 다뤘습니다. 6회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편집자 주>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동안 성매매 여성을 착취하면서도 비난해 왔다. “돈만 밝혀서 그런 거 아니냐”, “피해자가 어딨냐”, “좋아서 하는 거 아니냐”, “요즘 시대에 감금이 어딨냐”, “돈 많이 벌었잖아” 같은 비난과 낙인 속에서 성매매 경험 당사자들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검열하기도 하고 죄책감에 빠지기도 하고 화내기도 했다. 청소년인지 성인인지, 업소나 조건만남 등 어떤 성매매 피해 유형을 겪었는지는 상관없이 언제나 성매매 여성들은 비난과 낙인의 대상이 돼왔다. 그래서 우리는 성매매 경험 당사자로서 성매매라는 것이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단순한 ‘성관계’일 수 없으며, 그저 폭력일 뿐이라 이야기해 왔다.¹

성매매 경험 당사자로서 성매매를 반대하는 이유? 그건 너무 단순하다. “내가 경험해 봐서”이다.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마치 여성을 위하는 것처럼 “성매매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무책임한 말들을 던진다. 그리고 우리를 피해자인지, 아닌지를 구분 짓기 위해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성매매를 하게 됐는지’, ‘얼마나 피해를 심각하게 당했는지’, ‘얼마나 불행했는지’ 묻고 우리에게 증명하라 요구한다. 물론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성매매 여성들에게만 ‘진정한 피해자’인지 묻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성매매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찾고, 나와 같은 여성들이, 아이들이 생기지 않고 탈성매매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반성매매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겪은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쌍팔년도 소리”라고 한다. 그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착취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눈에 쉽게 보이지 않게 좀 더 교묘해졌을 뿐이다. 2000년 군산 대명동에서 일어난 화재 참사에서 눈에 보이는 쇠창살은 2002년 군산 개복동 화재 참사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합판으로 대체된 것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감금과 착취로 이어지고 있다. 구매자들과 알선자들은 사라지고 여성이 앞으로 내세워져 마치 ‘자발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

뭉치에서 제작한 2024년 개복동 화재 참사 22주기 추모 카드뉴스, 뭉치가 반성매매 운동을 하는 이유 카드뉴스 시리즈, 군산 대명동 화재 참사 20주기 카드뉴스로 자세한 내용은 뭉치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볼 수 있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인스타그램 @moongchi2006)
뭉치에서 제작한 2024년 개복동 화재 참사 22주기 추모 카드뉴스, 뭉치가 반성매매 운동을 하는 이유 카드뉴스 시리즈, 군산 대명동 화재 참사 20주기 카드뉴스로 자세한 내용은 뭉치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볼 수 있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인스타그램 @moongchi2006)
뭉치에서 제작한 2024년 개복동 화재 참사 22주기 추모 카드뉴스, 뭉치가 반성매매 운동을 하는 이유 카드뉴스 시리즈, 군산 대명동 화재 참사 20주기 카드뉴스로 자세한 내용은 뭉치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볼 수 있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인스타그램 @moongchi2006)

실상은 알선자들이 그루밍의 방식으로 성매매를 알선하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성매매 사실을 유포하거나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성매매업소 업주, 소개업자, 사채업자, 보도 실장들이 연결돼 여성들에게 선불금 명목으로 채무를 대여해주고 사채업자는 화장품, 옷, 곗돈 등 다양한 업종을 겸하고 있어 빚을 더 늘어나게 하고 있다. 선불금 등을 갚지 못하면 어플을 통해서 조건만남을 하게 하고 업주들은 엄마, 아빠, 이모, 삼촌 등의 이름으로 가족이라고 부르게 하지만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모든 비용과 온갖 벌금의 명목으로 여성한테 빚을 지게 하고 있다. 구매자들은 성구매 후기사이트로 더 싼 값에, ‘가성비’로 여성을 착취할 수 있도록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알선자들과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성매매 알선 사이트는 여성알바 사이트로 둔갑했고 채팅앱 운영자들은 여러 개의 앱을 관리하면서 남성들이 지불하는 채팅 아이템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버젓이 보이는 성매매 업소 광고들과 구매자들의 성매매 제안은 제재하지 않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20년 동안 알선자들과 성구매자들은 기술 발전에 힘입어 좀 더 교묘하고 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가성비로 즐기기 위해 성매매 카르텔을 공고하게 만들어왔다.

이제는 구매자, 알선자들이 어떤 가해 행위를 했는지, 얼마나 수익을 벌었는지에 초점을 두고 그들을 비난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내가 얼마나 불행했는지, 피해를 입었는지 이야기하지 않아도 당연히 돈을 주고 사람을 사는 건 잘못된 것이고 그 자체가 폭력이라고 말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스웨덴 성매매 경험 당사자와 국회의원 등을 만났을 때 우리는 그들이 부러웠다. 스웨덴에서는 성구매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전 국민의 많은 수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성매매는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며, 경제력이나 위력을 행사하는 것 모두 성착취라고 보고 있다고, 성매매는 대등한 거래라고 볼 수 없다고 국가적인 입장이 그렇고 시민의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언젠가 우리 사회에서도 피해자가 어떻든 상관없이 누군가가 자신의 성적인 욕구를 채우거나 이득을 얻기 위해서 권력을 행사하고 착취하는 것은 폭력임이 당연해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때까지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는 반성매매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¹ 이에 대해서는 SNS 페이스북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인스타그램 @moongchi2006, X(구, 트위터) @Moongchi_2014, 뭉치의 책 『무한발설』, 봄알람(2021)에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회원단체로 2004년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2006년 전국 자조모임을 중심으로 결성돼 활동 중이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