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감서 뭇매...“딥페이크 성범죄·스토킹·교제폭력 대처 미흡”
11일 국회 행안위, 경찰청 국정감사 원은지 추척단불꽃 활동가·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참석 원은지 “경찰 수사 방관, 범죄자들도 안다” 비판 조지호 경찰청장 “위장수사 허용 범위 확대해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딥페이크(불법합성물) 성착취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찰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조지호 경찰청장은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위장수사의 범위를 확대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1일 경찰청 국감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추척단불꽃의 원은지 활동가는 “2019년 한 피해자는 수사관으로부터 ‘텔레그램이라 수사 협조가 어렵다. 피해물 삭제 조치라도 하자. 직접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연락해서 지워라’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후 5년이 흘렀는데 수사기관은 피해자들에게 ‘텔레그램은 수사 협조가 안 된다’는 말을 한다”고 지적했다.
원 활동가는 “5년 전부터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해온 경찰들을 최근 만날 때마다 ‘가해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으니 ‘검거돼서 본인이 죄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것을 아는 분들이 왜 그러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발언 도중 잠시 울먹이던 원 활동가는 이어 “범죄를 방관했다는 것을 범죄자들도 안다. 정치권에서 지금이라도 경찰에 책임을 물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서도 “5년 전 ‘텔레그램은 수사 협조가 안 된다’고 말하고, 지금 자료로 아무것도 못하니 피해자에게 직접 초동 수사를 해오라고 했던 경찰관들을 질의했다면 서울대, 인하대, 초·중고 딥페이크 사건 피해자들의 원통함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딱 하나만 부탁드린다. 민원창구에서 피해자분들을 받는 수사관들의 전문성과 진심, 의지를 고취시켜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조지호 청장은 “텔레그램은 수사하기 어렵다. 위장수사를 해야 하는데 성인 성착취물은 현행법상 위장 수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뿐만 아니라 성인 성착취물도 경찰이 위장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적인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수사를) 못한다면 저희 경찰이 온몸으로 비난을 감수하겠다”며 “경찰이 열심히 하는 것은 제가 책임질 테니 제도적인 길을 열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 관련 교육 부실과 위장수사 예산 감소 문제를 지적했다. 윤 의원은 지난 8월 경찰청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중심으로 범죄 첩보를 수집하겠다고 발표한 보도자료를 언급하며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학교전담경찰관에게 딥페이크, 텔레그램 성범죄를 담당하라는 것 자체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는 범죄 특성상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데 교육과 예산, 인력이 부실하다 보니 전문성이 약화되고 있다”며 “제도적인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말로만 떠들 수밖에 없다. 사이버범죄과와 여성청소년과의 중복된 기능을 모아 통합부서를 만드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날 국감에서는 교제폭력과 스토킹범죄를 둘러싼 경찰의 대처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경찰이 교제폭력을 단순히 쌍방폭행으로 처리하고, 현장에서 사건을 종결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참고인으로 국감에 참석한 인천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부상정도를 파악하거나 주가해자를 파악하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을 쌍방폭행이라 했고, 피해자인 동생에게 경고장을 줬다. 그러나 이날 동생의 부상은 갈비뼈가 골절될 정도로 심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상호간 폭행이라 (사건이) 종결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현장에서 종결하는 일 때문에 목숨을 잃는 피해자가 존재한다”며 “교제폭력 입법도 반드시 이뤄져야 하지만 법이 바뀌어도 현장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법이 없고,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말 뒤로 숨을 것이 아니라 교제폭력에 대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