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 피해자 4명 중 1명만 안전조치 신청…용혜인 “가해자 제재 없는 안전조치 실효성 떨어져”

안전조치 절반 이상 스마트 워치 지급 2년 사이 교제폭력 피해자 2천명 증가 상반기 교제살인사건 8건 중 7건, 경찰 신고 안 해

2024-10-10     신다인 기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7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여성신문

교제폭력 피해자는 증가하는 반면,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활용률은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가해자 제재 없이는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교제폭력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제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교제폭력 피해 및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현황을 10일 분석한 결과, 교제폭력 피해자는 증가하는 반면 경찰의 안전조치 신청은 감소했다.

교제폭력 피해자는 2021년 1만777명에서 2023년 1만2,799명으로 2천여 명 증가한 반면, 안전조치 건수는 3,679건에서 3,157건으로 줄어들어 활용률이 떨어지고 있었다. 2024년 1~7월 기준 교제폭력 피해자 수는 7,512명인 반면, 안전조치 건수는 22.9%인 1,717건에 불과했다.

교제폭력 피해자 대상 안전조치의 절반 이상은 스마트워치였다. 2024년 1~7월 기준 안전조치 1,717건 중 1,025건(59.7%)이 스마트워치 지급에 해당했다. 그러나 스마트워치는 사건이 발생해야만 경찰에 신고자의 위치를 전송하는 방식이라, 즉각적인 범행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실제 경북 김천 전 애인 살인사건, 충남 서산 아내 보복살해사건 등 스마트워치를 지급 받은 이후에도 피해자가 위험에 처한 사례가 매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4년 1~7월 기준 교제폭력 피해자 수는 7,512명인 반면, 안전조치 건수는 22.9%인 1,717건에 불과했다. ⓒ용혜인 의원실

한편 경찰은 스마트워치, 지능형 CCTV 외의 교제폭력 피해자 대상 안전조치 유형별 통계를 관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제폭력 피해자가 어떤 안전조치를 받고 있는지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전반이 가해자에 대한 제재와 감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 의원이 2021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전체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수단 유형별 건수를 분석한 결과, 112시스템 등록이 12만1,695건(35.14%)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맞춤형 순찰(8만7481건/25.26%), 스마트워치 지급(6만168건/17.38%)이 뒤를 이었다.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수단 중 피해자 권고는 5만131건으로 14.48%를 차지한 반면, 가해자 경고는 9,453건(2.73%)에 불과했다. 범죄피해자 안전조치가 가해자에 대한 경고 및 제재보다는 피해자의 생활반경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5세 최모씨가 지난 6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얼굴을 가리고 있다. ⓒ연합뉴스

용 의원은 “스마트워치를 착용해도 보복범죄를 피하기 어려운 등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교제폭력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며 “피해자에게 조심하라고 요구하는 게 아닌 경찰이 가해자를 적극 모니터링하고 단호하게 제재하는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사기관의 대처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을 망설이게 했다. 용 의원실이 올해 3~6월 보도된 교제살인사건 8건을 분석한 결과, 교제폭력 관련 신고와 범죄피해자 안전조치가 이뤄진 사건은 거제 교제살인사건 뿐이었다. 사생활 간섭, 성관계 종용 등 사건 발생 이전에도 명백한 교제폭력의 신호가 있었지만, 살인에 이르기 전까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 피해자가 다수였다.

거제 교제살인사건은 작년 7월에 한 달간 스마트워치를 지급받는 등 피해자 보호조치가 일부 이뤄졌으나, 외부기관 개입 등 적극적 없이 종료됐다. 살인사건 발생 이전 총 11건의 신고가 이뤄졌음에도 피해자 처벌불원, 쌍방폭행 등의 사유로 다수가 현장종결로 처리됐다.

용 의원은 “경찰의 교제폭력에 대한 비협조적이고 미온적인 태도가 피해자가 신고를 포기하는 주된 이유”라며 “교제폭력을 ‘애정 다툼’으로 치부해 입건조차 하지 않거나 가해자가 쌍방폭행을 주장하면 주가해자 구분 없이 종결시키는 등 부적절한 수사관행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제폭력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이 교제살인까지 악화되기 전에 경찰을 찾아올 수 있도록 경찰의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용 의원은 “가해자 제재가 피해자 보호의 핵심”이라며 “잠정조치, 임시조치 등 교제폭력에 가해자에 대한 법적 제재수단이 마련되도록 교제폭력 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