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SNS 중독 심각” 비판에...인스타그램, 18세 미만 계정 ‘비공개’·부모 감독 강화
메타, ‘청소년 계정’ 도입 등 청소년 이용자 보호 방안 발표 성적·폭력적 ‘민감한 콘텐츠’ 접근 제한도 한국은 2025년 1월부터 적용 예정
인스타그램이 18세 미만 청소년 이용자들의 계정을 기본적으로 비공개로 전환하기로 했다. 청소년들은 이미 팔로우한 이용자들로부터만 개인 메시지(DM)를 받을 수 있다. 또 성적·폭력적인 콘텐츠나 성형수술 홍보, 자살·자해 등에 관한 ‘민감한 콘텐츠’를 볼 수 없다.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플랫폼은 17일(현지시간) 청소년 이용자 보호 방안(Built-In Protections for Teens)을 발표했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의 과도한 중독성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며, 플랫폼의 보호 조처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앞으로 18세 미만 이용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청소년 계정’(Teen Accounts)으로 자동 전환돼 기본적으로 비공개된다. 팔로우하지 않으면 청소년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지도, 서로 태그, 멘션하는 등 상호작용도 할 수 없다. 팔로우하거나 이미 연결된 사람만 청소년 계정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또 ‘괴롭힘 방지 기능’이 적용돼 청소년 계정이 남기는 댓글이나 쪽지 요청에서 욕설 등 불쾌한 단어나 문구가 걸러진다.
청소년 계정 이용자는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성형 시술을 홍보하는 콘텐츠 등 ‘민감한 콘텐츠’를 볼 수 없다. 알고리즘이 이러한 유형의 콘텐츠를 자동으로 제한한다.
또 인스타그램에 접속한 지 60분이 지나면 ‘앱을 종료하라’는 알림이 온다. 밤 10시~오전 7시에는 ‘수면 모드’가 켜지면서 활동 알림이 꺼지고 DM에도 자동 답장이 전송된다.
부모의 ‘감독 기능’(parental supervision)도 강화했다. 부모는 자녀가 지난 7일간 누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일일 인스타그램 이용 시간 한도를 정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스타그램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밤이나 특정 시간대에 자녀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수도 있다. 또 자녀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적합한 주제의 게시물을 보여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6세 미만 이용자는 부모가 허락해야만 이 기능을 끌 수 있다.
이러한 설정은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지역에서 인스타그램을 사용 중인 청소년과 새로 가입하는 청소년에게 바로 적용된다. 기존 청소년 가입자의 계정은 앞으로 60일 이내에 ‘청소년 계정’으로 바뀐다. 유럽연합(EU)은 올해 말, 나머지 국가에서는 2025년 1월부터 같은 방침이 적용될 예정이다.
메타는 청소년들이 허위로 성인용 계정을 만든 경우를 추적, 청소년 계정으로 전환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굿모닝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겐 인스타그램을 청소년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탐구하고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 책임이 있다”며 “부모들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부모의 개입 없이도 이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자녀에게 가장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부모들이며, 부모가 원할 경우, 자녀에게 가장 적합한 경험을 만들 수 있도록 몇 가지 강력한 도구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본 존슨 전미학부모교사협회 회장은 “오늘날 부모들은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가 자녀에게 주는 혜택과 도전 과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메타의 이번 업데이트는 메타가 부모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인스타그램 내에서 더 안전하고 나이에 적합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조처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에서는 과도한 SNS 사용이 청소년과 청년의 우울증, 불안 증상, 외모 비하, 삶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33개 주정부는 2023년 10월 메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청소년들을 중독시켜 정신 건강을 해치는 등 보호에 미흡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EU)도 유사한 취지로 조사에 착수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1월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SNS 중독 피해를 주장하는 청소년과 그 보호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여러분의 가족이 겪은 일을 누구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업계를 이끄는 노력을 이어가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