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인선 여가위원장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 위해 내년 예산 늘려야”

[인터뷰] 이인선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최초 여성 부지사 지낸 재선 의원딥페이크 등 여성·가족 현안 산적 ‘7개월 부재’ 여가부 장관 임명해야 도입 15년 성인지 예산제 내실 위해 기재부 내 전담 부서 설치 긍정적

2024-09-13     이하나 기자
이인선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여성신문

22대 국회 전반기 여성가족위원회를 이끄는 이인선(65, 국민의힘) 위원장은 ‘딥페이크(불법합성)’ 성착취 범죄에 대해 “우리사회 전체가 직면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법적 규제 강화와 함께 기술적 차단, 피해자 지원 체계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경상북도에서 전국 최초 여성 부지사를 지낸 이 위원장은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고, 22대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2대 국회에서는 여가위와 함께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한다. 보수 진영에서 여가위원장이 나온 건 16년 만이다. 이 위원장은 디지털 성범죄 등 시급한 현안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공석인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월 김현숙 전 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이래 여가부 장관은 7개월째 공석이다. 현재 신영숙 여가부 차관이 장관 업무를 대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장관 임명을 통해 “여가부가 현재 직면한 여러 문제들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부처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22대 전반기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을 맡아 두 달이 지났다.

“위원장으로서의 두 달은 매우 바쁘고 도전적인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짧은 기간 동안 여성과 가족을 위한 정책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체감했다. 이 자리에서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은 때때로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한 작업이다. 앞으로도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여성과 가족을 위한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미국의 사이버보안 업체인 ‘시큐리티 히어로’는 한국을 딥페이크 성착취물 취약국 1위로 꼽았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그 심각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문제다. 기술 발전의 부작용 중 하나로, 생성형 AI 기능을 악용하여 특정 인물의 얼굴을 성착취물에 합성함으로써 그 사람의 명예와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술이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해지면서 피해의 규모와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시큐리티 히어로’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가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매우 취약한 국가로 지목됐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법적 규제 강화는 물론, 기술적 차단 방법과 피해자 지원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이러한 범죄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예방과 대응을 동시에 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와 가해자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데.

“디지털 성범죄의 증가와 함께 피해자와 가해자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보편화로 청소년들이 쉽게 디지털 기기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성적 콘텐츠나 잘못된 성인식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학교와 가정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위험성과 피해를 알리는 교육을 강화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부모와 교육자들이 청소년들의 온라인 활동을 적절히 관리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이인선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여성신문

-2025년도 여성가족부 예산안을 보면 디지털 성범죄 대응 예산이 2억9천만원 가량 늘었으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예산은 2억원 가량 줄었다. 내년 디지털 성범죄 대응 예산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보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에 대한 예산이 일부 증액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예산이 줄어든 것은 삭제지원 시스템 서버 이중화 작업이 완료됨에 따라 순감한 부분이 있다. 오히려 정규직 직원이 2명 증원되고 사업·인건비는 순증했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 예산과 관련해서는 피해자 지원센터의 인력 확충과 전문화된 상담 및 법률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예산이 더 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들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24시간 긴급 지원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법률 개정안을 통해 이러한 센터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을 추가적으로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일한 여성 위원이다. 성인지 예산제도가 도입 15년이 지났어도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엔(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통합적인 성인지 예산 프로세스를 채택하고, 충분한 예산을 할당할 것을 권고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기획재정부 내 성인지예산과(가칭)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성인지 예산제도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도구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난 현재, 그 효과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분명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성인지 예산은 정책과 예산의 성과가 실제로 남녀에게 어떻게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는 이 평가 과정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기재부 내에 성인지예산과 같은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성인지 예산의 기획, 집행, 평가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각 부처에서의 성평등 관점 반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부터 성평등 영향을 고려하도록 하는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고, 성인지 예산 효과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7개월 넘게 공석이다.

“여가부 장관 자리가 장기적으로 공석인 현 상황에서 차관이 장관대행으로서 역할을 매우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성과 가족 관련 주요 정책의 추진력과 방향성이 흔들릴 수 있기에 장관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대응이나 성평등 정책과 같은 여러부처가 협업해야 하는 현안들을 논의할 때 장관의 역할이 필요하다. 장관은 부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각종 정책을 조율하며,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장관 임명이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 빠른 시일 내에 능력 있고 소신 있는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 이를 통해 여가부가 현재 직면한 여러 문제들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부처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22대 국회에서 꼭 추진하고 싶은 법안은.

“반드시 추진하고 싶은 법안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법안이다. 현행 법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범죄 수법은 더 교묘해지고 있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피해자가 신속하고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처럼 아직 충분히 조명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한 법적, 제도적 대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족 성폭력은 피해자가 가해자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지내야 하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그 고통이 더욱 크다.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신고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피해자 보호시설의 접근성을 높이며, 지속적인 심리 지원과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법안이 통과돼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하고,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위원장님의 정치철학은 .

“제 정치철학은 ‘약자 중심’이다. 모든 정책과 법안은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며,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층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과 가족을 위한 정책 또한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상에 있다.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믿는다. 여야를 떠나 모든 위원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로 서로 협력하고, 갈등보다는 상생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해 주시기를 바란다.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지향하는 목표는 국민의 행복과 안전이다. 여가위는 협력을 통해 모범적인 상임위 활동을 펼치겠다.”

*이인선 위원장은?

△대구 출생 △계명대 식품보건학부 교수 △계명대 대외협력부총장 △경상북도 정무·경제부지사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21·22대 국회의원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국민의힘 원내대표 비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