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의 국보와 보물들, 대구간송미술관에서 본다

27일 기자간담회 열고 국보‧보물 40건 97점, 간송 유작 26건 60점 공개 ‘훈민정음 해례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신윤복의 ‘미인도’ 선보여 '촉잔도권', 가로 8.1m가 넘는 대작 처음 펼쳐 전시

2024-08-28     대구=권은주 기자
대구간송미술관은 27일 기자간담회을 열고 개관전시, 미술관 운영, 미술관 건축설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왼쪽부터) 백인산 대구간송미술관 부관장, 대구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 미술관 설계를 맡은 최문규 교수가 참석했다. ⓒ권은주 기자

9월 3일 개관을 앞둔 대구간송미술관은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관기념 국보‧보물전 ‘여세동보-세상 함께 보배삼아’에 전시되는 국보‧보물 40건 97점, 간송 전형필 선생의 유작 26건 60점을 공개했다.

가치를 따질 수 없어 '무가지보'(無價之寶)로 불리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신윤복의 ‘미인도’(보물), 김홍도의 ‘마상청앵’, 심사정의 '촉잔도권'등 간송미술재단을 대표하는 작품들로 간송미술관이 개최한 전시 중 가장 큰 규모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대구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 백인산 대구간송미술관 부관장, 미술관 설계를 맡은 최문규 교수 등이 참석해 미술관 운영 및 전시, 건축물 등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간송 전형필의 맏손자인 전인건 관장은 부친 전성우(1934~2018년) 간송미술문화재단 전 이사장의 뒤를 이어 3대째 간송의 문화보국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개관기념 국보‧보물전 ‘여세동보-세상 함께 보배삼아’ 전시실 입구. 이번 전시에는 국보‧보물 40건 97점, 간송 전형필 선생의 유작 26건 60점이 전시된다. ⓒ권은주 기자

이날 전인건 관장은 인사말을 통해 “2024년은 문화보국의 정신으로 대표되는 간송의 유지를 이어받아 열심히 노력해온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한해이다. 상설전시를 기본으로 대구간송미술관은 문화보국정신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간송이 수집하고 지켜낸 문화유산은 개관기념 국보‧보물전 ‘여세동보’를 시작으로 다양하게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어“1938년에 만들어진 보화각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앞으로도 봄과 가을 한 달반 정도 공개되는 공간으로, 대구간송미술관은 우리문화와 전통에 대한 현재적인 담론을 지역과 세대를 넘어 미래세대와 함께 풀어가는 미술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계를 담당한 최문규 교수는 "땅에 어울리는 건축, 간송을 담는 담백한 그릇, 모두에게 열린 미술관 등 세 가지를 설계할 때 중점을 두었다”며 ”기존 지형의 높낮이나 자연 환경을 그대로 살리고자 했으며 건물보다는 작품이 돋보이는, 아이들이 미술관 마당으로 소풍도 오는 시민들에게 열린 미술관이 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간송 전형필 선생의 정신과 신념은 미술관 입구 아름드리나무기둥과 소나무를 통해 표현했으며,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계단식 기단, 터의 분절 등 전통 건축요소를 접목했다. 팔공산, 대덕산을 품고 있는 박석마당과 한국적 정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수공간 등 가장 한국적인 미술관을 구현하고자했다”고 덧붙였다.

9월3일 문을 여는 대구간송미술관 외부전경. ⓒ2024 김용관

“작품 하나하나가 보배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전시실마다 차별화된 공간으로 구성했다”는 백인산 대구간송미술관 부관장은 “간송미술관이 개최한 역대 국보·보물 전시 가운데 최대 규모인 이번 개관전시는 간송미술관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보여준다. 올림픽 선수단 입장식 같은, 이런 대표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인사와 같은 전시라고 보면 된다. 앞으로 간송미술관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다양한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를 통해 다른 각도로 더 넓게, 더 깊게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전시실1에는 산수, 인물, 풍속 등 다양한 장르의 회화와 조선 문예를 대표하는 전적(典籍)을 전시했다. ⓒ권은주 기자

전시실1에는 산수, 인물, 풍속 등 다양한 장르의 회화와 조선 문예를 대표하는 전적(典籍)을 전시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비교적 초창기에 수집한 회화로 검은 비단에 금니(金泥, 아교에 개어 만든 금박 가루)로 그린 이정의 대나무 그림, 정선·심사정의 산수화, 김홍도의 고사인물화, 신윤복과 김득신의 풍속화 등 다양한 장르의 회화작품이 소개되고『금보(琴譜)』등 조선의 학술과 문화를 대변하는 세 권의 책도 함께 볼 수 있다.

백 부관장은 "겸재 정선, 관아재 조영석과 함께 조선시대 '삼재'(三齋) 중 한 명인 현재(玄齋) 심사정이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그린 두루마리 그림인 '촉잔도권'은 화폭만 가로 8.1m가 넘는 대작이 전시됐다. 간송이 구입했을 당시 손상이 너무 심해 구입가의 5배 넘게 주고 수리한 작품이다. 간송이 어떤 마음으로 우리 문화재를 수집했는지 일화가 담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실2에서는 신윤복의 <미인도>를 특별하게 마주한다. 한명의 관람객이 독대하듯 미인도를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했다. 전시장에는 최대 6명이 들어갈 수 있으며 그림을 보호하고자 조도를 낮췄다는 것이 미술관의 설명이다.

대구간송미술관 2전시실에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가 단독으로 전시됐다. 조선 최고의 미인을 만날수있으며 간송미술재단의 대표라고 할수있다. ⓒ간송미술재단

전시실3에서는 한글의 창제원리와 용례를 담고 있는 국보이자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을 만난다.

《훈민정음 해례본: 소리로 지은 집》은 현대미술 송예슬 작가와 협업한 3점의 미디어 아트 작품이 훈민정음 해례본과 함께 전시된다. 현대미술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훈민정음이 가지는 애민정신을 강조하고 문자에 대한 배리어프리를 확장하고자 했다. 해당 미디어 아트 작품은 청각 장애, 문화적 차이 등 한글에 대한 장벽을 허물기 위해 마련됐다.

대구간송미술관 3전시실에 단독으로 전시된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 전시실엔 한글 창제 원리를 담고 있는 해례본을 낭독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훈민정음이 가진 애민정신을 강조하고, 문자에 대한 배리어프리를 확장하려는 시도다. ⓒ권은주 기자

전시실4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친 불교미술과 도자기, 서예 작품들을 만난다. 추사 김정희의 묵란화 네 점을 모은 ‘난맹첩’과 서예작품, 도자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국보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 등 병(甁)류 외에도 ‘청자기린유개향로’, ‘청자오리형연적’ 등 귀한 국‧보물을 볼 수 있다.

사진은 청자오리형연적’. 4전시실에서는 국보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 등 병(甁)류 외에도 ‘청자기린유개향로’ 등을 만난다. ⓒ권은주 기자

전시실5에는 조선화단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대표작품들을 실감영상으로 구현했다. 제목 <흐름·The Flow>는 정선, 김홍도, 신윤복, 이인문 등의 작품을 재구성, 지나가는 하루의 시간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약38미터의 반원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영상은 원작의 아름다움은 물론 큰 스케일의 화면이 주는 현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지훈 가구디자이너의 작품 '자리'에 앉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5전시실에 조성된 실감영상. 38m의 반원형 스크린에 정선, 김홍도, 신윤복, 이인문 등 조선 대표 화가들의 작품을 재구성해 하루의 시간을 영상으로 담았다.검은색의 의자는 하지훈가구디자이너의 '자리' ⓒ권은주 기자

‘간송의 방’에서는 대수장가, 연구자, 예술가, 교육자였던 간송을 만난다. 간송의 유작 26건 60점에서 전형필 선생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이현서옥(梨峴書屋)’, ‘옥정연재(玉井硏齋)’, ‘보화각(葆華閣)’총 3개의 구역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각각의 공간에서는 간송의 삶과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과 영상이 펼쳐진다. 

간송의 방에 전시된 간송 선생이 평소에 쓰던 인장들이다. 정선인, 간송, 전형필과 같이 간송의 본관, 호, 함자를새기거나 북단장, 보화각 등간송이 거쳐하던곳을 주로 새겼다고 한다. ⓒ권은주 기자

대구간송미술관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유일한 상설전시공간으로 간송미술관이 지난 50년 동안 다뤄왔던 다양한 콘텐츠와 연구주제를 토대로 다채로운 전시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간송미술관이 반세기 이상 축적한 지류문화유산의 수리복원 기술과 노하우를 지역사회를 위해 적극 활용하여 '영남권 지류문화유산 수리 복원 허브'로서 역할을 담당한다.간송미술관이 가진 문화유산 수리와 보존, 그리고 연구에 대한 오랜 현장경험을 유림(儒林)의 본고장인 대구·경북과 영남지역을 위해 활용할 예정이다. 

미술관 1층에 위치한 '보이는수리복원실' 운영을 통해 관람객이 실제 수리복원에 사용되는 도구와 재료, 수리 복원의 과정을 확인하고, 전문 학예사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지류 문화유산 수리복원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관람객에게 제공한다.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장은 "이처럼 간송미술문화재단과의 지속적인 연구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등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가치 확산에 기여하고, 대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중·남부지역에 문화적으로 공헌하는 미술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