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내다본 22대 국회] 주목해야 할 이슈 5선

[여성의 눈으로 내다본 22대 국회]

2024-04-17     이하나 기자

주권자의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 300명이 오는 5월 30일 국회에 입성한다. 앞으로 4년간 국민을 대변할 제22대 국회를 여성의 눈으로 전망해 본다.

1 ‘56.3세 남성’ 위주 국회, 여성 목소리 적극 대변해야

국회의사당.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도 ‘50대 중년 남성’이 장악하게 됐다. 22대 국회의원선거 여성 당선인은 총 60명, 비율로는 20%다. 역대 최다를 기록했으나 21대 국회(57명)보다 단 1%포인트 상승한 데 그쳤다. 남성 당선인 수는 244명으로 전체 의석 300석 중 80%를 차지한다.

20대 청년 당선인은 아예 없다. 연령별로 보면 50대가 가장 많은 150명으로 전체의 딱 절반이다. 이어 60대 100명(33.3%), 40대 30명(10.0%), 70대 5명(1.7%), 80대 1명(0.3%) 순이었다. 40대 이상(280명)이 95.3%에 달한다. 30대 청년 당선인은 단 14명(4.7%)으로 전체 유권자의 30%에 달하는 2030 유권자 비율에 크게 못 미친다.

직업별로 보면 현역 국회의원이 143명, 정치인 80명, 변호사 23명 등이다. 학력별로는 대학원졸업이 157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졸 110명, 대학원수료 29명이었다. 100억원 이상 자산가도 10명이나 된다. 50억 이상 100억원 미만은 20명, 1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전체의 절반 이상인 176명이었다.

전국 146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는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과 위치에 있는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국회가 오히려 다양성·비례성·대표성 모든 영역에서 매우 심각한 퇴행을 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 국회 입성 이준석, ‘반여성주의 정치’ 지속할까?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화성을에 출마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11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여울공원에서 당선이 유력시되자 기뻐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4수 끝에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4·10 총선 개표 결과 경기 화성을에서 42.41%를 득표해 당선됐다. 지역구에서 3번 낙선해 얻은 ‘마삼중’(마이너스 3선 중진)이란 오명도 벗었다. 개혁신당은 비례대표 투표에서 3.6%를 득표해 2석을 얻었다. 창당 초기 “15% 지지율 얻겠다”던 선언에 비해선 초라하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은 2030세대 남성이다. 이들을 규합한 정치 전략 중 하나가 ‘안티 페미니즘’이다. 이 대표 스스로 “이준석이 페미니즘의 안티테제로서 주목받게 된 것은 2018년 이수역 사건 당시 제 입장을 밝힌 것에서 시작되었다”라고 인정했다(2024년 2월13일 페이스북). 동시에 “현실에서 페미니즘의 이상을 관철시키는 과정”이었을 뿐이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이 대표의 이 전략은 4·10 총선 기간에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안보 위기, 병력 수급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3월 6일에는 성인지 교육에 대해 “국가가 국민의 사상적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라고 했다. 성인지 교육은 ‘사회 모든 영역에서 법령, 정책, 관습 및 각종 제도 등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능력을 증진시키는 교육’으로, 현재 양성평등기본법을 근거로 시행되고 있다. 개혁신당 차원에서도 ‘비동의 강간죄’를 반대하며 “모든 성관계를 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인생 송두리째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2030 남성 중 일부가 개혁신당을 선택했다. KBS 출구조사를 보면, 20대 남성의 16.7%, 30대 남성의 9.5%가 개혁신당에 표를 줬다. 하지만 20대 여성 유권자의 지지율은 4.0%, 30대 여성은 4.8%에 그쳤다. 강성 지지층에 영합하는 ‘반쪽짜리’ 정치로는 ‘거대 양당 정치를 벗어난 정치 개혁’을 해낼 순 없다.

3 폐지 추진하던 여성가족부의 미래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 복도 모습. ⓒ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하면서 여성가족부 폐지’도 멈춰 섰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부처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총선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 175석, 조국혁신당 12석 등 범야권이 187석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은 총 108석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법 개정을 하려면 과반 151석이 필요하다. 앞서 ‘2024 총선! 여성주권자행동 어퍼’가 각 정당에 보낸 정책 질의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은 ‘성평등 전담부처 여성가족부 강화’ 과제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여가부 폐지를 공약했던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여가부 폐지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여가부 폐지’를 내세우는 여가부 장관을 임명하는 한편, 여가부를 없애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정부는 법 개정이 불발되자,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 사표를 수리한 뒤 새 장관을 지명하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해 여가부를 반드시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현재 여가부는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가부는 “정부조직 개편은 입법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 논의를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만 답했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15일 여성노동연대회의 주최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주권자들의 준엄한 평가를 겸허히 수용해 ‘여가부 폐지’ 시도를 중단하고 성평등 실현을 위한 국가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지금의 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며 “하루 빨리 제대로 된 여가부 장관을 임명하라”고 밝혔다.

4 ‘비동의 간음죄’ 22대 국회서 마련하자

여성계 숙원 과제인 ‘비동의 간음(강간)죄’ 도입은 21대 국회에서도 좌절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에서 처음 법안이 발의된 후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강간죄 개정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제자리걸음 중이다.

‘비동의 강간죄’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으로 폭행·협박 등을 요구하는 현행 형법을 개정해 ‘피해자의 동의 여부’로 강간죄를 판단하자는 취지다. 법이 마련되면 서로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도 성폭력으로 처벌할 수 있다.

비동의 간음죄 관련 입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미투 운동이 활발하던 2018년다. 그해 9월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같은 당 김정재·김현아 의원, 바른미래당 김삼화·김수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등 여야 12명 의원이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과 당내 반발에 부딪쳐 법안 통과는 미뤄졌다. 21대 국회에서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소병철 민주당 의원이 각각 법안을 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한 차례 다뤄졌을 뿐 공청회 조차 열리지 않았다.

22대 국회는 달라야 한다. 민주당이 비동의 강간죄 도입 공약을 철회했고, 국민의힘은 아예 개정 반대를 외치는 상황이지만 일부 당선인은 소신 있게 강간죄 개정에 ‘동의’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가 강간죄 개정을 위해 연 ‘콜22(call22nd.works)’ 웹사이트를 보면, 강간죄 개정에 동의 의사를 밝힌 당선인은 총 6명이다. 민주당 소속 이연희 충북 청주흥덕 당선인과 같은 당 윤종군 안성시 당선인을 비롯해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소속 용혜인, 정혜경, 전종덕 당선인이 강간죄 개정에 ‘동의’했다. 윤종오 진보당 울산 북구 당선인도 비동의 강간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7년째 표류하고만 있는 ‘차별금지법’도 22대 국회에서는 제정돼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정책 공약으로 내세운 곳은 원내정당 중 진보당뿐이다.

5 심상정 퇴장 이후 진보정당의 미래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눈물을 흘렸다. ⓒ연합뉴스

녹색정의당은 4·10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2.14%로 1석도 얻지 못했다. 유일한 지역구 4선 심상정 의원도 경기 고양갑에서 낙선했다. 정의당이 원외정당이 된 것은 2012년 창당 이후 12년 만이자, 뿌리인 민주노동당이 10석으로 원내에 진입한 17대 총선 이후 20년 만이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심 의원은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진보정당의 지속 가능한 전망을 끝내 열어내지 못한 것이 큰 회한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는 목표도 끝내 이루지 못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대표는 선거 패배 후 “노동정치, 기후정치, 성평등 정치를 향한 녹색정의당의 진보정치를 지속할 희망의 언어와 방법론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으로는 원내 진입에 성공한 진보당이 진보정당의 역할을 떠안게 됐다.

총선에서 지역구 1석과 비례대표 2석을 확보한 진보당은 개혁신당(3석)과 함께 원내 4당의 지위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