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보다 대화로, 함께 살아가는 나라 만들길” 이른 아침 투표소

이른 아침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나선 여성유권자들 “정치인 막말·성희롱 아이들 배울까 겁나” “너무 화가 나서 아침 일찍 투표” “국민과 취약계층 대변하는 정치를 해야” “공정하게 서로를 견제하며 국회 운영하길”

2024-04-10     박상혁 기자
10일 오전 6시경 시민들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투표를 위해 서울 마포구 합정동주민센터를 찾았다. ⓒ박상혁 기자

“이 날만을 기다려왔어요. 지금 국회의 모습에 불만이 너무 많았거든요. 국민과 자손들을 위해서 일해야 할 정치인들이 ‘정부독재’, ‘국회독재’ 거리며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만 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협의를 통해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장에 달려왔어요. (70대 전직 교사 C씨)”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오전 5시 56분, 서울 마포을 투표소인 합정동주민센터에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청소년·대학생·트럭기사·교사·주부 등 각자 살아온 배경은 다르지만, 다가올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은 모두 같았다. “비난보다 대화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여성신문은 10일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합정동과 서교동 등 마포을 지역구를 다니며 투표를 마치고 나온 여성들에게 현 국회의 문제점과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2월 말 기준)에 따르면, 마포을은 여성 인구 비중(54.3%)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이 더 많은 지역이다.

여성유권자들은 선거를 앞두고 뉴스를 뒤덮은 정치인들의 막말을 현 국회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매만 때리고 사랑이 없는 계모 같다”고 발언해 재혼가정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는가 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 등을 겨냥해 “쓰레기 같은 말”을 한다고 비난해 막말 논란이 휩싸였다.

식품점에서 일하는 67세 A씨는 “아이들이 미디어에서 정치인들의 막말을 보고 영향을 받을까 걱정”이라며 “집안에 새 식구를 들여도 ‘우리 가족’이 되려고 서로 다독거린다. 막말과 비난만을 일삼는 국회를 바로잡자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밝혔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사진)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이대생 성매매’, ‘이황은 성관계 지존’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분노해 투표소에 나선 이들도 많았다.

60대 B씨 부부는 “국회의원 후보라는 사람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거론하며 성희롱을 일삼고 있다”며 “투병생활로 이동이 어렵지만 너무 화가 나서 아침 일찍 투표하러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들은 “지금 국회의원들은 협치가 아닌 비난만을 일삼으며 나라 발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전직 교사로 근무했던 77세 C씨는 “국민과 자손들을 위해 일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정부독재’, ‘국회독재’라며 서로를 비난하기 바쁘다”며 “서로 협의하는 정치를 통해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40대 주부 D씨도 “국회의원들이 통합의 정치를 보여주면 좋겠는데, 서로가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만 보여 실망스러웠다”며 “공정하게 서로를 견제하며 국회를 운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장을 찾았다”고 했다.

분기 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며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월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한 관계자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난을 넘어 협치로 만들어야 할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여성유권자들은 국회가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치가 아닌 ‘국민과 취약계층’을 대변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사단체에서 근무하는 50대 E씨는 “저출산(저출생)이 심각한 문제인 만큼 청년들이 결혼해서 아이들을 잘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며 “경제발전을 위해 돈을 쓰는 것도 좋지만, 취약계층이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음 국회는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에 좀더 관심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토론과 선거유세, 인터뷰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왔다는 20대 학생 F씨는 “모든 정치인들이 기득권의 이익만을 대변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의석이 많아졌을 때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정치에 반영해줄 정치인과 정당이 누구인지 고려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한편, 오전 6시 전국 254개 선거구 1만 4259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전국 유권자 4428만11명 가운데 지난주 실시된 사전투표에 1384만9043명이 참여해 사전투표율 31.28%를 기록했다. 이날 투표가 가능한 유권자는 3043만968명이다.

전국 어디서든 투표가 가능한 사전투표 달리 본투표는 정해진 투표소에서 해야 하며,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등 신분증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