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몸들은 어디로 갈까...여성 작가가 발굴한 ‘미래 생물’
이피 작가 개인전 ‘미래 생물 발굴’ 25일~9월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스페이스3
이피 작가의 개인전 ‘미래 생물 발굴’이 오는 25일부터 9월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스페이스3에서 열린다.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하고 기이한 상상의 세계를 담은 작품으로 주목받는 작가다. 정치·사회·경제 현상들로 촉발된 기이한 감정의 생성과 변화를 기이한 생물종으로 형상화한 드로잉, 회화, 조각, 퍼포먼스 등을 선보인다.
이피(b. 1981) 작가는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 과정을 지냈다. 199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Finimism Fnosticism (Artplace, 2018)”, “여-불천위제례 (자하미술관, 2018)”, “현생누대 신생대 이피세 (롯데 에비뉴엘 아트홀, 2019)” 등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해 왔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신진작가에게 수여하는 Arko Young Art Frontier Grant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을 수상했으며, 2011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2014년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17년 스페인 빌바오 시에 위치한 아트센터인 빌바오아르떼(BilbaoArte, Fundación Bilbaoarte Fundazioa)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그의 작업은 여성 작가로서 현실에 부딪혀 경험하는 수많은 이야기의 집적이자 일상과 상상의 세계를 오간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류세’가 이어지며 발생하는 유전자 변형 또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괴한 생명들에 주목한다. 작가의 감각, 감정, 경험과 상상에 의해 탄생해 작가에 의해 '발굴된' 그로테스크한 미래 생물체의 표본들은 정성스럽게 차려진 파인다이닝의 끝없는 서빙 메뉴처럼 전시장 중앙에 크게 자리한 식탁 위에 펼쳐진다.
작가에 따르면 먹는 행위는 한 생명의 죽음을 전제로 한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은 수많은 타자의 죽은 몸들은 우리의 몸과 합체돼 ‘미래 생물’의 모습으로 식탁에 오른다. 작가는 이로써 먹는 행위 속 망각된 다른 몸의 죽음을 소환해 죽음을 감각하고 애도하는 과정을 통해 타자의 몸의 희생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이연숙(리타) 시각예술평론가는 “이피 작가가 감각하고 경험하고 기억하는 ‘타자적인 것들’은 이피라는 이름의 기계 속에서 고유한 기호 체계와 시각적 논리를 따라 분쇄되고, 혼합되고, 재조립되는 과정을 거쳐 드로잉으로, 회화로, 조각으로, 퍼포먼스로 변형돼 재탄생한다. 이피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마치 숨을 쉬고 내뱉듯이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만드는 그의 행위가 생성하는 운동성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음식물의 환생’ 퍼포먼스는 프리즈-키아프 서울 기간에 맞춰 오는 9월7일 열린다. 인류세의 종착역에 출현한 생물들의 암컷 종들의 표본 아래서 진행되는 기괴한 식사와 배설 퍼포먼스다. 작가는 “참여자들은 이 퍼포먼스를 통해 다른 생물의 죽음을 먹는, 인간들의 먹는 행위의 탐욕이 지구의 다른 생물종을 탄생, 변화시키고, 동물·식물·광물·사물이 합체된 새 생물종이 탄생해 지구를 점점 더 위기로 몰아갈 거라는 암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seoul@artspace3.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