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성차별 겪고·알바 최저임금도 못 받는 90년생 노동자

2021-11-24     진혜민 기자
2월23일 경기도 수원시청에서 열린 '2021 희망일터 구인·구직의날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폴리텍 대학에서 4차 산업 기술 분야 전공을 한 A씨는 졸업 전 같은 학교 남학생 한 명과 취업 면접을 보러 간 적이 있다. 학점이나 자격증 등 스펙 상으로 자신이 함께 지원한 남학생보다 나았지만 면접관으로부터 “우리는 여자 잘 안 뽑는다”는 말을 대놓고 들어야 했다. 마땅한 취업처를 찾지 못한 A씨는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는 중에서도 성별직무분리배치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했다. 그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계속 부딪혔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초단시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채용과정에서 90년대생 여성노동자들이 경험한 것은 성차별이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지난 16일 유튜브를 통해 ‘유예된 미래, 빈곤을 만드는 노동: 90년대생 여성노동자 실태조사 토론회’를 열고, 2021년 6~9월 전국 90년대생 노동자 4774명(여성 4632명, 남성 111명, 기타 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질적·양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90년대생 여성 노동자들의 경험은 △일 시작 이후 평균 3회 이직하고 △3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월 평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다가 △2년이 되기 전에 다른 일자리로 이직했다.

“이왕이면 남자”...채용과정부터 성차별 

성차별적인 직장 관행이 유지, 계승돼 청년여성노동자들의 취업을 제한하고 장기적 직업 전망과 노동 안정성을 위협하기도 했다. 90년대생 여성노동자 응답자 2425명(52.4%)는 채용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응답자 3명 중 한명은 성차별적 채용과정을 경험하면서 문제라고 여겼다.

성차별적 채용과정에는 △모집과정에서 성별제한을 두지 않지만 여성은 거의 뽑지 않는 관행(1436명, 16.8%) △면접과정에서의 성차별(812명, 9.5%) △이력서 제출 시 성별 제한(808명, 90.4%) 등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편의점에서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은 이후 다시 취업을 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J씨, 여성, 편의점)

-‘2021 알바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심층인터뷰 중 발췌.

 

편의점 담배 진열대 ⓒ뉴시스

초단시간 노동자 중 여성이 51.9% 

알바연대가 리서치 전문기업 한국정책리서치에 의뢰한 알바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최저임금이나 근로계약서 교부 준수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근로계약서 작성 비율은 73.3%, 임금명세서 수령 비율은 41.1%에 그쳤다.

최저임금 위반 업종은 편의점 38.7%, PC방 15%, 음식점 13.2% 순이었다. 세 업종의 합은 66.9%에 육박했다. 이같은 초단시간 노동에는 주로 여성들이 종사했다. 지난해 6월 청년유니온이 발표한 660명의 아르바이트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카페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의 53.4%(348명)가 주당 15시간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51.9%)일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초단시간 노동 비율이 더욱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