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산이, ‘여혐’ 없인 정권 비판 못합니까?
래퍼 산이, ‘여혐’ 없인 정권 비판 못합니까?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6.11.28 16:43
  • 수정 2017-10-16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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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산이, 박근혜 대통령 비판 노래에서

“병신년” “네 눈 홍등가처럼 빨개” 등

장애인·성매매 여성 혐오 표현

예전 발표한 노래도 ‘여혐’ 가사 논란

 

‘여혐’ 가사로 논란이 된 래퍼 산이. ⓒ브랜뉴 뮤직 홈페이지 캡쳐
‘여혐’ 가사로 논란이 된 래퍼 산이. ⓒ브랜뉴 뮤직 홈페이지 캡쳐

한국힙합의 ‘여성혐오’ 짙은 노래가 사회비판이라는 미명 아래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노래에선 ‘미스박’ ‘나쁜년’ 등 질 낮은 가사와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한다.

힙합그룹 DJ DOC의 ‘수취인분명’에 앞서 래퍼 산이는 지난 24일 ‘나쁜X’(BAD YEAR)이란 노래를 발표했다. 이 노래는 제목뿐 아니라 노랫말에서도 ‘나쁜년’ 등의 욕설이 사용되며 박 대통령의 성별을 부각시켜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낸다. 이밖에도 ‘병신년’ ‘네 눈은 홍등가처럼 빨개’ 등의 가사는 장애인·성매매 여성에 대한 혐오 표현을 담고 있어 여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산이의 노래는 표면적으로는 바람 핀 여자친구를 비난하는 내용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노래가 시국비판 가요라는 점에서 그 비난의 대상은 박 대통령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올핸 참 별일이 많았어. 그중에서 베스트 단연 제일 나쁜 건 그녈 만난 거 나쁜년”으로 시작하는 노래는 “좋게 끝내보려 했는데 내려올래 (빨리) 좀만 더 가면 걸릴 듯 공황장애” “충혈된 네 눈은 홍등가처럼 빨개” “너의 혀는 매번 내 귀를 희롱했고” 등으로 이어진다.

산이의 노래를 접한 누리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fe*********)은 “가사 진짜 혐오 범벅이다. 실제로 공황장애 겪는 사람들 되게 힘들어하는데 (그들에 대한) 타자화 심각하고, 홍등가라는 게 여기서 무슨 의미와 의도를 가지는지 생각해보면 너무 불쾌하다”며 “가사 정말 추잡하다”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fe*********)도 “박근혜를 사적영역(여자친구)으로 끌어내려 딴 놈이랑 놀아났니 등 여성혐오가 가득한 욕을 하고 마지막에 병신년으로 화룡점정을 찍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tk*******)은 “여자 욕만 실컷 써놓고 박근혜, 최순실 이름 비슷하게 끼워 넣는 게 사회비판이라고 누가 그랬나”라고 꼬집었다. 

 

래퍼 산이. ⓒ뉴시스·여성신문
래퍼 산이. ⓒ뉴시스·여성신문

이밖에도 누리꾼들은 시국을 비판하는 노랫말이 왜 바람 핀 여자친구를 비난하는 내용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대학생 김도영(24)씨는 “여성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여성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로 공격받는 것은 전혀 옳지 않다. 국정기밀 유출, 정경유착, 세월호 7시간 등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며 사건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병신년’이란 욕설도 옳은 표현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악 중의 최악은 ‘병신년아 빨리 끝나’라는 가사”라며 “이 용어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조롱하는 말로 쓰이기 때문에 올해 내내 ‘병신년’이라는 표현을 삼가자는 이야기가 많았다. 산이가 부패한 권력을 비판하는 데 약자를 조롱하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한 트위터리안(@vo*******)은 “노래에서 뭐 하나 통쾌하게 하거나 본질을 건드린 게 없는데 뭐가 시국비판이고 풍자라는 거냐”며 “그냥 대충 여자 욕하다가 대통령 발언이나 마리오네트 껴 넣고 뿌듯해했을 생각하니 어이없다”고 꼬집었다.

이 노래가 공개된 후 과거 산이의 ‘여혐’ 가사들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래퍼 릴샴이 2014년에 발표한 ‘Ride’라는 곡에서 피처링을 맡은 산이는 “I'm speaking to you bitch play that 소라넷 스타일”이라는 가사를 사용한 바 있다. 소라넷은 디지털 성범죄, 강간 모의 등 성범죄가 만연하게 일어나던 음란 사이트다. 오랫동안 아무런 제재 없이 운영되다 여성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지난 6월에야 폐쇄됐다.

‘소라넷 스타일’이라는 가사에 누리꾼들은 “이런 노래까지 들어야 하나.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일상이 전쟁”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 누리꾼(@su**********)은 “2014년에는 소라넷 스타일이란 가사를 쓰고 2016년엔 나쁜년이라는 노래를 냈다. 너무 투명한 혐오라서 감탄밖에 안 나온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래퍼 예지가 낸 노래 ‘미친개’에서 피처링을 한 산이는 욕설뿐 아니라 성관계를 의미하는 가사를 쓰기도 했다. 그는 노래를 통해 “얜 진짜 미친년” “예방접종 안 한 암캐 한 마리” “어서 타 뭐해 그래 예지야 오빠랑 너 해보고 싶었다며 실제 하게 되니 어때 소문대로 맛 좋아” 등 성희롱에 가까운 가사를 내뱉는다. 

누군가는 ‘여혐’ 가사 하나 가지고 유난을 떤다며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앉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절대 ‘여혐’과 같이 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페미니스트 그룹 ‘페미당당’은 지난 26일 페미니스트 시국선언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이들의 선언은 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데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부패정권이라는 해일이 밀려오고 있다. 뛸 힘이 있는 사람은 다른 이를 밀며 도망간다. 넘어진 자를 일으키기 위해 손을 뻗는 우리를 보고 누군가는 조개를 줍는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우리는 조개를 줍는 사람이 아니다. 해일이 밀려올 때 해안에 남아 대피신호를 쏘아 올리고 구명보트를 띄워 소외받아 뒤처진 마지막 한 명까지 구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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