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제5차 촛불집회]

30여개 페미니스트 단체 세종문화회관 앞서 모여

제5차 민중총궐기 집회 사전행사

‘박근혜 퇴진 넘어 다른 세상 향한 페미니스트 시국선언’

 

30여개의 페미니스트 단체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박근혜 퇴진을 넘어 다른 세상을 향한 페미니스트 시국선언’을 가졌다. 이들은 ‘박근혜를 구속하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채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강하게 촉구했다. ⓒ변지은 기자
30여개의 페미니스트 단체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박근혜 퇴진을 넘어 다른 세상을 향한 페미니스트 시국선언’을 가졌다. 이들은 ‘박근혜를 구속하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채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강하게 촉구했다. ⓒ변지은 기자

 

30여개의 페미니스트 단체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박근혜 퇴진을 넘어 다른 세상을 향한 페미니스트 시국선언’을 가졌다. ⓒ변지은 기자
30여개의 페미니스트 단체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박근혜 퇴진을 넘어 다른 세상을 향한 페미니스트 시국선언’을 가졌다. ⓒ변지은 기자

“그동안 우리는 광장에 나와 계속해서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외쳤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 구현을 주장하러 나온 곳에서도 여성으로서 차별을 느껴야 했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요구한다.”

26일 열린 제5차 민중총궐기 촛불집회에서도 페미니스트들의 외침은 강하게 울려 퍼졌다. 30여개의 페미니스트 단체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 ‘박근혜 퇴진을 넘어 다른 세상을 향한 페미니스트 시국선언’을 가졌다.

강남역 십번출구, 건강과 대안 젠더건강팀, 노동당 여성위원회, 동덕여대 여성학 동아리 WTF, 불꽃페미액션, 스윙 시스터즈,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우리는 서로의 용기당, 장애여성공감,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Just' Feminist, 정의당 이화여대 학생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페미당당 등 총 13개 단체가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고 여성혐오를 극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강남역십번출구 운영자는 “많은 이들이 박근혜-최순실을 그들이 행한 죄가 아니라 ‘암탉’ ‘병신년’ ‘외로우면 시집가라’ 등 희화화되고 왜곡된 ‘여성성’으로 비난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에 대한 여성혐오가 만연한 작금의 상황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누군가는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곳에 더 중요한 것, 덜 중요한 것은 없다”며 “혐오를 넘어 연대의 정치가 실현돼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언어와 힘으로 싸워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건강과대안 젠더건강팀은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항노화를 위한 주사제와 의약품, 불법시술,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7시간까지 감히 ‘여성’의 사생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며 “항노화와 미용시술이 여성의 사생활이고 여성의 자연스러운 욕망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기만적이고, 치사한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여성의 권리를 위해 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박근혜가 여성의 이름을 사용하며 죄를 회피하려 한다”며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은 집행하지 않고 본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병원의 영리와 이익만을 보장했다.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마저 빼앗긴 국민들의 안전을 더 이상 부패한 권력의 손 안에 둘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을 넘어 다른 세상을 향한 페미니스트 시국선언’에 참여한 페미니스트 단체들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변지은 기자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을 넘어 다른 세상을 향한 페미니스트 시국선언’에 참여한 페미니스트 단체들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변지은 기자

 

페미니스트 그룹 페미당당이 준비한 페미니즘 스티커. ⓒ변지은 기자
페미니스트 그룹 페미당당이 준비한 페미니즘 스티커. ⓒ변지은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게’라는 제목으로 낭독을 시작한 불꽃페미액션은 “당신은 준비된 여성대통령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우리는 여성이 당신으로 대변되는 것을 거부한다. 수천만 여성들의 삶을 비정규직으로 몰아가고 여성의 안전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우리는 여성을 위한 대통령을 원한다”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의 회복을 외치며 모인 광장에서조차 차별받았지만 물러서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여성혐오의 철폐를 외쳤다”며 “우리는 여성들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장애여성공감은 한국사회의 비장애인 중심성과 남성중심을 지적하며 장애여성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요구했다. 그들은 “‘문제로 정의된 사람들이 그 문제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혁명은 시작된다’”며 “우리는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의 역할과 자리를 거부하고, 여성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자주 무능력하다고 규정되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의 기준에 맞출 생각이 없다. 우리는 존재 자체로 존엄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페미니스트, 장애 , 퀴어 정치를 새롭게 써나가며 계속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우리의 존재가 모욕당하지 않고 헌법적 가치에 우리의 이름이 새겨질 때까지 싸움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는 “박근혜 퇴진과 정권교체를 넘어 ‘다른 세상’을 만들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들은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박정희의 망령은 활개를 쳤고,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속에 껍데기뿐인 민주주의가 정치의 자리를 대신했다며” “박근혜 카르텔은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각자도생의 삶을 파고들어 혐오를 부추겼다. 허울뿐인 ‘여성대통령’을 상징으로 내세웠으나 여성의 삶은 더욱 열악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카르텔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페미니스트로서 정권을 넘어 체제에 주목할 것이다. 박근혜와 가부장적 권력집단의 카르텔을 종식시키고, 소수자를 자원 삼아 성장하는 가부장체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정상성의 규범과 성별 이분법, 각종 위계를 깨고 각자의 존재가 곧 우리의 가치가 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더 많은 해일이 끊임없이 이 세계를 변화시켜 갈 때까지 우리는 매 순간 가장 경계에 선 이들의 자리에서 함께 투쟁해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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