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 인터뷰] 2016 대한민국여성체육대상 여성 지도자상 박세리 감독

“더 많은 ‘세리 키즈’ 위해 발로 뛰겠다”

한국골프의 개척자

지도자로서 첫 수상

여성 리더십 발휘하며

리우올림픽 금 일궈내

 

박세리 감독 ⓒ이정실 사진기자
박세리 감독 ⓒ이정실 사진기자

‘한국골프 역사의 개척자’. 이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사람, 바로 박세리(39)다. 뛰어난 실력으로 골프 붐을 이끌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깊은 시름에 빠진 국민을 위로하고 희망을 준 ‘한국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이기도 하다. 선수에서 지도자로 첫발을 내디딘 그는 116년만에 부활한 리우올림픽 골프 종목에서 여자골프의 감독으로 박인비 선수의 금메달을 일궈냈다. 박세리 감독은 여성 지도자상 수상 소식에 “선수로서는 수차례 상을 받았지만 지도자로서는 처음 받는 상이어서 더 의미 있고 영광스럽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지도자상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제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과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응원을 받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 감독은 대전 유성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 박준철씨 권유로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육상선수였던 그가 본격적으로 골프 선수 생활을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부터다. 중·고교시절부터 ‘프로 잡는 아마’로 유명했다. 중학교 3학년이던 199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첫 승을 올렸고 고3이던 1995년에는 KLPGA투어 12개 대회에서 4승을 올렸다. 1997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한 뒤 1998년 LPGA 무대에서 통산 25승(메이저 5승)을 기록했다. 통산 상금 1000만달러를 넘어선 한국인 최초의 프로골퍼로 기록된 그는 200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한국 골프사는 박세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그가 보여준 ‘맨발 샷’ 투혼은 소수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골프를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의 활약을 보고 수많은 ‘세리 키즈’가 탄생했고 오늘날 한국 여자골프의 신화를 만들었다. 박 감독은 “제 개인적인 꿈 골프를 시작하고 꿈을 이루면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저를 보고 골프를 시작한 선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자랑스러우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엄격하면서도 세심히 후배들을 챙기는 ‘여성 리더십’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리우올림픽 기간 선수들의 개별 인터뷰를 통제했고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합숙하게 했다. 경기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무서운 감독님’은 숙소 안에서는 언니처럼 동생 같은 후배들을 살뜰히 돌봤다. 직접 마트에서 장을 봐 된장찌개와 제육볶음을 요리했고, 매일 마트에서 신선한 과일을 사서 날랐다. 그는 “선수 시절 관리를 받은 대로 후배들에게 해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은퇴식을 하고 선수로서의 인생을 내려놓은 그는 앞으로 한국 골프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를 발굴해 키우는 지도자의 길을 밟아 나갈 계획이다. 박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훈련 여건은 역설적으로 후배들을 강하게 키우는 데 도움은 됐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발로 뛰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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