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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으로 혼자 독립생활을 하는 데 부딪치는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젊은 여성들 사이에 ‘친구가족’이 등장하고 있다.

최정은영(대학원생·27)씨는 대학동창인 서소은희(직장인·29)씨, 동생인

진영(대학생·24)씨와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같이 자취를 하는 것

이 아니라 말하자면 대안공동체인 ‘친구가족’이다.

세 사람은 이전에 각각 혼자 독립생활을 하다 5개월 전에 뭉쳤다. “백짓

장도 맞들면 낫다”는 경제적 고려와 심리적인 안정감 등이 이들이 뭉친 주

요 이유지만, 그밖에도 나름대로의‘여성공동체’의 실험이라는 의미도 크

다. 여성학을 전공하는 은영씨와 여성단체인 여성문화예술기획에서 일하는

은희씨의 성향이 크게 작용했다.

여성단체에서 활동하기 전 직장을 다녔던 은희씨는 “나를 포함한 보통

여성들의 경우 5년 벌어야 겨우 지하 전세방을 얻을 수 있는 형편이라 부모

님의 보조를 받지 않으면 독립이 쉽지 않다”고 비혼 여성의 경제적 독립의

어려움을 얘기한다. 은영씨도 우리 사회에서 “풍요롭게 혼자 살려면 돈이

많아야 하지만, 이런 여성들은 그리 많지 않다”며, “친구가족은 그런 점에

서 부족한 자원으로도 많은 걸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친구가족이 이런 잇점도 있지만, 한편으론 혼자 사는 것보다 어려운

부분이 훨씬 많다고 전한다. 은영씨와 은희씨는 97년 또하나의문화에서 공

동체에 관한 세미나를 접한 이후 비혼 친구들끼리 근처에 모여 사는 거리공

동체와 친구가족을 시도해 봤고, 어려움도 익히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세 사람은 불필요한 갈등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준비와 철저한 원칙을 세웠다. 일단 돈 문제는 전세비와 생활비

등 공동부담을 하고, 자기만의 공간을 위해 1인 1실을 사용하고, 가사분담은

빨래·청소 등 매주 당번을 정확히 정해 벽에 붙여 놓았다. 이밖에 서로에

게 서운한 부분은 그때그때 풀기로 했다. 또 진영씨의 경우 은영씨와 친자

매이고, 두 사람에게 손아래 동생이기 때문에 자칫 불평등해질 수 있는 관

계를 막기 위해서 집안에서 셋다 서로 애칭(세오, 몽떼, 몽룡)을 부르며 친

구같은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들은 독립성을 강조하긴 하지만, 일상을 같이 하면서 서로 든든한 지지

집단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서로의 인간관계를 수용하면서 보

다 풍성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있다고. 흔히 혼자 살면 점점 고립되는 경험

을 할 수 있지만, 이들은 오히려 공동의 공간에서 인간관계를 넓히고 있다

는 게 친구가족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한다.

언제까지 같이 살 것이냐는 질문에, 은영씨는 “전세기간이 만료되는 2년

후에 대해선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이번 경험을 살려 세 사람이 각각

다른 친구들과 또다른 친구가족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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