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고발하지 않겠지”
성희롱·성추행 저질렀다가
예상외로 여자가 세게 나오면
남자는 사건 덮으려고
기상천외한 답변 내놓아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한
상식 이하 해명 꼽아보니
남자들의 창의성이 발휘될 때는 여자를 사귈 때다. 어떻게든 한번 해보기 위해 자신도 안 믿을 말을 하니까. 내가 젊었을 때 유행했던 수작을 예로 들면 당일치기를 빙자해 섬으로 놀러간 뒤 “배가 이미 끊겼다”고 말한다든지, 어렵게 잡은 모텔이 방이 딱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든지, 손만 잡고 잔다고 안심시키는 것들이었는데, 이런 뻔한 수작에 여자들이 속아주는 건 나름의 노력이 가상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남성들이 이보다 더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설마 고발하지 않겠지”라는 생각에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저질렀다가 예상외로 여자가 세게 나왔을 때다. 그들의 목표는 사건을 덮는 것인데, 젊었을 때보다 머리는 덜 돌아가지만 워낙 필사적이다 보니 기상천외한 답변이 쏟아져 나온다. 이번 글에서는 그들의 눈물겨운 답변을 들어보자.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
2006년 2월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유력 일간지 기자들의 상견례가 열렸다. 2차 술자리에서 폭탄주에 취한 최연희 전 의원은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고 가슴을 만진다. 여기자가 최 의원을 고소하겠다고 하자 그가 했던 변명은 다음과 같았다.
“식당 아주머니인 줄 알았다.”
식당 아주머니의 가슴은 아무 때나 만져도 되는 모양이다. 그가 가슴을 만진 대가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었다. 창의성 별 네 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 갔을 때 윤창중 당시 대변인은 자신을 수행한 여성 가이드의 엉덩이를 ‘grab’했다.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자 윤씨는 “격려차 허리를 툭 쳤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중 이 말을 믿는 이는 없어 보인다. 윤씨가 사건 직후 자기 돈을 써가면서 급히 귀국한 걸 보면 윤씨 자신도 그 해명을 믿지 않는가보다. 그날 이후 윤씨는 다시 미국에 가지 않고 있다. 창의성 별 세 개 반.
50대 강모씨
이분은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창의성 면에서는 위의 둘에 뒤지지 않는다. 올해 57세인 강모씨는 2015년 11월 17살짜리 여자애(A양)에게 아르바이트로 자기 집 청소를 해달라고 한다. 계획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순간적으로 욕정이 치밀었는지 모르지만, 강씨는 A양에게 청소비를 준 직후 가슴을 움켜쥐었다. 강씨의 기대와 달리 A양은 경찰에 신고했고, 강씨는 창의적인 해명을 준비한다.
“청소비를 주는 과정에서 A양이 자신을 향해 돌아서면서 우연히 손가락이 가슴에 닿았다.”
물리 시간에 배운 작용과 반작용이 생각나는 수준 높은 해명이지만, 재판부는 강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창의성 별 다섯.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분의 변명은 창의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먼지가 쌓인 옛것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어 다시 꺼내본다. 76세였던 박씨는 골프를 치면서 23세 캐디의 가슴을 만졌다. 그뿐 아니라 엉덩이도 거칠게 감싸고, 허벅지도 지긋이 눌렀다고 하는데, 참다못한 캐디가 박씨를 고발하자 그가 내놓은 해명은 다음과 같았다.
“손녀 같아서 귀엽다는 표시를 한 것이다.”
모든 여자는 누군가의 손녀이니, 여성들은 박씨를 피해 다니는 게 좋겠다. 가슴에 엉덩이까지 만졌음에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면 오히려 봐준 것 같은데 박씨는 형량이 무겁다고 항소했고, 1심과 같은 형을 선고받는다. 창의성 별 한 개 반.
손태규 전 교수
D대학 교수인 손씨는 자신의 연구실을 청소하던 20대 여성조교를 강제로 끌어안았는데, 설마 했지만 조교가 경찰에 고소장을 내버렸다. 교수라면 그래도 좀 창의적인 답변이 나오지 않을까 했지만, 그의 답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성추행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고, 경찰이 나오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나가지 않았다.
손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나가지 않았다고 했지만, 조교를 끌어안을 만큼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 갑작스럽게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참고로 손씨는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위원장이라 학교와 이름이 그대로 공개됐고, 사건 이후 학교에서 직위해제됐다. 창의성 별 한 개.
연예인 아내 둔 최명호씨
최명호씨는 연예인 이모씨의 남편으로, 지인과 지인의 부인 A씨와 술자리를 함께 했다. 지인이 먼저 자리를 뜨자 최씨는 지인의 부인을 자기 차에 태워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부인이 정신을 차려보니 “상의가 벗겨져 있었고 최씨가 나를 더듬고 있었다”고 한다. 최씨는 자신이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있었다며 A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우겼다. 심지어 그 당시 운전을 한 운전기사에게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거짓말을 하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반성하지 않는 태도 때문에 그는 징역 10개월형을 받았는데, 그는 억울하다며 항소했다. 이유인즉슨 자신의 심신미약 상태를 고려해주지 않았다는 것. 그가 심신미약인지는 모르겠지만, 창의성은 확실히 미약하다. 창의성 별 반개.
창원 목사님
경남 창원에 있는 교회 목사님은 61세인데, 놀랍게도 20대 여성 2명을 모텔과 집, 교회 등에서 성추행했다. “입을 맞추고 옷을 걷어 올리며 5∼10분간 성추행했다”고 하니 죄질이 꽤 나쁘다. 이 여성들이 항의하자 “평소에 성기능에 문제가 있어 확인만 해보려는 것일 뿐 나쁜 마음으로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했는데, 61세면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창의성 별 4개 반.
모델계 대부 도신우
도신우는 여직원에게 뺨에 세 차례 입을 맞춘 뒤 입술에 입을 맞추려 했단다. 이에 대한 도씨의 변명, “뺨이 닿긴 했지만 입을 맞추려 한 것은 아니었다. 이탈리아식 인사를 했을 뿐 성추행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이탈리아식 인사라니, 창의성 별 다섯 개다.
경찰관 사칭 30대 남성
30대 남성이 경찰관을 사칭해 여중생을 자신의 원룸으로 끌고 가 14시간 동안 감금하고 성추행했다. 그의 변명, “사람이 그리웠다.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필요했다.” 별 네 개.
예로 든 사례들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실망하지 말자. 남자들의 성추행, 성희롱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테고, 그들의 창의성도 나날이 발전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