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부산 영화의전당 아주담당라운지에서 ‘아시아영화의 연대를 말하다’를 주제로 대담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창동, 허우샤오시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김수경 기자
지난 9일 부산 영화의전당 아주담당라운지에서 ‘아시아영화의 연대를 말하다’를 주제로 대담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창동, 허우샤오시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김수경 기자

지난 9일 부산 영화의전당 아주담담 라운지(비프힐 1층)에서 ‘아시아영화의 연대를 말하다’를 주제로 대담이 열렸다. 대만의 허우샤오시엔,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한국의 이창동 감독 등 아시아 3인의 거장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영화의 연대를 말했다.

100여명의 관객과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개최된 대담에서 이창동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다른 사람의 영화를 보며 좋아하고 작품을 더 잘 만들 수 있도록 지지·응원하는 것이 곧 연대”라고 강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연대라는 말은 좀 딱딱하지 않느냐”면서도 “이창동 감독의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자세에 대해 많은 자극을 받는다. 일본 감독은 아니지만 교감할 수 있고 영화를 만드는데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영화제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장소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영화를 상영하느냐 하는 것은 오로지 영화제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의 허오샤오시엔 감독은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을 겨냥해 “대만이 중국영화계에 진출하려면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 나라가 단결해 영화를 만든다면 충분히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며 “1세대 감독으로 젊은 감독들에게 길을 찾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7회 때부터 영화제를 찾았다는 허오샤오시엔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국제적 위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보물 같은 영화제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큰 소실”이라며 “영화제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락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감독도 “영화제 문제에 대해 가장 이야기 하고 싶은 대상은 정부와 부산시다. 하지만 전혀 듣지 않는다”며 정부에게 소통을 요구했다. 특히 “이럴 때일수록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영화제가 비록 내홍을 겪었지만 관객들과 함께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킬 때”라고 말했다. 어떤 영화제가 되길 바랐냐는 시민의 질문에 이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벼룩시장 같은 곳이다. 수많은 영화제 중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성공한 영화제”라며 “다른 영화제보다 영화인과 관객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생명력이 있던 영화제였는데 올해는 예전만큼 못한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 마음이 아프다. 내년에는 되살아나길 믿는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논란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9일 ‘갑론을박:BIFF 사태를 돌아본다’ 포럼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점과 미래 과제를 논의했다.

이날 장 미셀프로동 영화평론가는 “실제로 영화제가 잘 운영되고 있다. 외국인 관점에서 영화제 개최는 옳다고 확신한다”며 “영화제 측과 보이콧을 진행하는 측이 각각의 전선을 만든다면 강력한 전략이 되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이번 사태를 진단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상업영화가 아닌 다양한 장르의 아시아 중심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로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영화제 중 하나다. 이번 영화제 개최는 성공적이고,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태풍 차바로 무너진 해운대 비프빌리지로 인해 장소가 영화의전당으로 변경돼 시민들의 참여가 다소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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