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푸(No-poo)’ 6개월 체험 후 삶이 가벼워졌다
‘노푸(No-poo)’ 6개월 체험 후 삶이 가벼워졌다
  • 이아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 승인 2016.10.11 06:36
  • 수정 2017-07-09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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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담긴 샴푸 너무 많이 사용하면

두피염증 생긴다? 화학 계면활성제 ‘논란’

 

‘노푸’ 체험 후 두피 기름기 많이 줄어

생활 속 화학제품 줄이니 내 삶도 가벼워졌다

 

고민에 빠졌다. 헤어제품 코너를 서성인지 어느덧 20분째. 윤기, 수분, 손상 케어…. 종류도 가지가지다.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까? 현란한 광고는 당장 구매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마냥 나를 유혹한다.

“당신의 손상된 모발을 빛나고 건강하게!”

광고처럼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매일 정성을 다해 샴푸와 트리트먼트를 해도 사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머릿결은 늘 푸석푸석할 뿐. 방 안에 빠진 머리카락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남은 것은 충동 구매를 했다는 후회와 매일 과하게 쓰는 물과 샴푸에 대한 죄책감 뿐이다.

그무렵 ‘노푸(No-poo)’ 열풍이 불었다. (‘노푸’는 ‘No Shampoo’의 줄임말로 샴푸를 쓰지 않고 물로만 머리를 감는 방법을 말한다.) 화학물질이 담긴 샴푸를 너무 잦게 사용하면 탈모, 비듬, 가려움증, 냄새, 두피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부터다. 화두가 된 화학물질은 계면활성제로 세정력을 위해 비누, 클렌저, 샴푸, 세탁세제 등에 사용된다. 시중 제품에 많이 쓰는 소듐라우릴설페이트(SLS),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SLES)와 같은 화학 계면활성제는 피부건조와 백내장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계면활성제 논란을 시작으로 샴푸 없이 물로만 머리 감기를 실천한 후로 머릿결이 좋아지고 탈모가 줄어들었다는 경험담이 돌면서 많은 사람들이 ‘노푸’에 동참했다. 샴푸 없이 물로만 머리를 감아도 괜찮을까? 기름지진 않을까? 하지만 샴푸를 쓰지 않아 생활 속 화학제품도 줄일 수 있고 비용도 들지 않으며 덩달아 머릿결도 건강해진다니. 솔깃했다. 그렇게 나의 실험적인 ‘노푸 라이프’는 시작됐다.

 

[1일차]

‘노푸’ 첫날. 물로 가볍게 머리를 감았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머리를 말릴 때 살짝 냄새가 나는 듯했지만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

[2∼3일차]

문제는 2일차부터 시작됐다. 두피가 기름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인들에게 은근슬쩍 물로만 머리를 감은 티가 나는지 물어보니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괴로운 나날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3~15일차]

없던 비듬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지근한 물로 깨끗이 머리를 감아도 두피 주변에는 늘 기름기가 있었다. 머리카락이 무겁고 뻑뻑하게 느껴졌다. 풀고 다니던 머리를 거의 매일 묶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고비가 찾아왔다.

[15~30일차]

보름정도 지나니 두피의 기름기가 조금씩 줄었다. 신기했다. 물로만 머리를 감아도 기름기가 대부분 씻겨나갔고 비듬도 줄었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아직도 뻑뻑하다. 대안으로 물로 감고 식초를 한 방울 섞어 헹구는 방법을 시작했다.

[30~60일차]

‘노푸 라이프’로 느껴졌던 불편함이 많이 사라졌다. 두피도 안정을 찾아 과하게 기름지거나 비듬이 생기는 일은 없다. 이전에는 매일 머리를 감았는데 지금은 2~3일 머리를 감지 않아도 괜찮다.

[60일 이후]

하루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샴푸의 향을 맡으니 너무 독하게 느껴졌다. 샴푸를 줄인 삶이 익숙해진 후 화학성분의 인위적인 향이 부담스럽다. 샴푸를 시작으로 나의 주변 화학제품을 조금씩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삶이 가벼워졌다.

 

‘노푸’ 열풍 이후 인터넷에는 성공 경험담과 부작용에 대한 글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그래서 노푸가 좋다는 거야? 안 좋다는 거야!”라는 식으로 노푸의 결론을 “Yes or No”로 듣기를 원했다.

개인적인 ‘노푸’의 효과를 경험적으로 말하자면 두피의 기름기도 많이 줄어들었고 며칠동안 머리를 감지 않아도 가렵지 않았다. 샴푸를 시작으로 주변 화학제품을 멀리하기 시작했으며 제품 구매가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노푸를 한 후로 머리가 덜 빠지거나 모근이 튼튼해지는 효과는 잘 모르겠다. 샴푸를 쓰던 시절처럼 머리가 찰랑거리거나 윤기가 흐르는 극적인 효과도 없다. 원래 없던 여드름이 조금씩 나는 이유가 ‘노푸’ 때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지는 아직도 실험 중이다. 결론적으로 나의 6개월간 ‘노푸 실험기’는 아직 미완성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들에게 ‘노푸’를 스스로 실험해볼 것을 권한다. ‘노푸’의 극적인 효과를 맛볼 수 있어서가 아니다. ‘노푸’ 실험을 통해 화학제품으로부터 삶이 가벼워지는 기회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샴푸 사용을 줄이면서 따라오는 자잘한 불편함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시중에 판매되는 샴푸의 인위적인 향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고 부담스러워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 샴푸를 비롯해 생활 속 얼마나 많은 화학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 조금씩 깨닫게 됐다. 그렇게 나는 화학제품들로부터 조금씩 해방됨을 느꼈다.

‘노푸’ 이후 나는 용도별로 여러 클렌저 대신 순한 비누 하나면 족하다. 생리대는 화학 성분이 응축된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생리대를 사용하고 기름기 있는 설거지가 아니면 물로 가볍게 씻어낸다. ‘노푸 라이프’를 통해 화학제품으로부터 삶이 가벼워진 맛을 본 후 삶의 변화다.

오늘도 화학제품에 둘러싸인 삶이 무겁고 지겹게 느껴지거든 실험해보라! 노푸 라이프를! 삶이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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