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전경련중기센터 주최로 열린 중소기업을 위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노동법의 법적용 기준과 법리 해석 등을 다룬 법무설명회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전경련중기센터 주최로 열린 중소기업을 위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노동법의 법적용 기준과 법리 해석 등을 다룬 법무설명회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김영란법이 난리다. 김영란법은 애초에 갖게 된 취지가 무색할 만큼 출발이 순탄하지 않았다. 대상자 선정도 공직자만으로 하다가 공공기관·사립학교 종사자와 언론인 등으로 확대되면서 과잉 입법이란 비판을 받았고 심한 반발에 부딪혀 헌법소원을 당했다가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받아내고야 존재가 분명해졌다.

그리고 9월 28일 시행을 맞았다. 모두 눈치 보기에 바빴다. 먼저 매 맞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대외 관계자를 일체 접촉 말라고 지시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판례 1호가 되면 안 된다는 공포에 공무원들이 민원인 만나기를 꺼려 하고, 현장에서나 공기관에서나 윗선이 어떻게 하나를 보자며 차렷 자세로 있다고 한다.

이에 사회적 소통의 단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고급 음식점 매출이 급강하하고 골프장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는 보도에는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며 벌써부터 법의 대폭 개정을 요구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좌충우돌에 ‘란파라치’가 등장할 정도면 부정부패 척결과 청렴을 이유로 시행하려던 것이 오히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게다가 국민 정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 예상하기도 한다. 우스개로 소개된 란파라치를 쫒아내는 방법 1위가 혼술, 혼밥인 것에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문제점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가? 문제라고 생각해서 일어나는 혼란이 무서워 기존 관행대로 진행한다는 것, 익숙함으로 무장한다는 것, 통념이 지배한다는 것, 이것이 이 사회를 부정부패와 촌지 문화와 남성 우월의 권위문화를 만들었던 것이 아닌가? 여성 기업인들이 힘들어하는 접대 문화는 어쩌면 이러한 암묵적 익숙함에서 왔던 것이다.

세계 9위 한국사회 부패 지수를 보면 김영란법 시행은 우리사회 고질인 접대·청탁문화를 개선해 투명·공정 사회 실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은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눈치를 많이 보고 말 수가 적어지고 용기를 내어 도전하기 보다는 웅크리고 포기나 습성이라는 것에 익숙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개인들이 모인 사회는 어떠할까? 사회를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란 자고로 지키기 쉬워야 하고, 그 법의 집행은 엄격해야 한다.

제발 자신들의 위기를 벗어나려는 욕망에 요리조리 예외조항을 만들어 국민이 지키기 어려운 법으로 만들거나 눈치를 보며 주눅들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또 집행에서 가진 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아 기존 김영란법이 가진 순수한 취지가 훼손되어서도 안될 일이다.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영란법 시행을 두고 “사회 전체가 거대한 법 안에 갇혔다” “일상이 얼어붙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대해 “시행 초기의 불편함은 미래 세대에게 투명한 사회를 물려주기 위한 투자”라고 했다. 참으로 공감 가는 말이다. 어떠한 결과를 기대할 때 우리는 반드시 대가 지불을 해야 한다. 대가가 지불되지 않는 공정사회의 실현은 어불성설이다. 당연히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결과도 없는 것이다.

모두 시행 초기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 법 본연의 취지가 실현되도록 안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만한 불편함에 안주하기를 희망하고 되돌아가기를 거침없이 주장한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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