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길 의원, 경제전문채널 심의제재현황 분석

수익률로 시청자 현혹하고 유료회원 가입 유도

방심위, ‘청담동주식부자’ 방송 제재 0건

‘이익보장 오인 금지’ 조항 만들고도 적용 안해

 

경제전문채널에 수차례 출연한 일명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경제전문채널에 수차례 출연한 일명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최명길 의원실

최근 검찰은 유사투자자문사를 운용하며 1000여명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불법 유사수신을 받은 혐의로 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를 구속한데 이어 그를 ‘주식전문가’로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방송사에 대해서도 관계를 불러 조사를 벌였다. 문제는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다. 상당수 경제전문채널이 주식전문가를 내세워 시청자를 현혹하고 돈벌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최명길 의원(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송파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출받은 경제전문채널 심의제재현황 자료를 보면, 이들 채널에 대한 제재는 2012년 13건에서 2013년 18건, 2014년 22건, 2015년 52건 등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제재수위별로 보면 전체 123건 가운데 행정지도는 41건인 반면, 법정제재는 그 2배인 80건이었다. 특히 법정제재 중에서도 최고수준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중지’, ‘관계자징계’, ‘시청자사과’ 등의 제재가 24건이었고, 법정제재로도 부족한 경우에 처해지는 과징금 부과도 2건이 있었다. 방송채널별로는 한국경제TV가 22건으로 가장 많은 제재를 받았고, 다음으로 SBSCNBC가 19건, MTN이 17건, 이데일리TV가 16건의 제재를 받았다.

심의제재받은 방송을 살펴보면, 방송에서 ‘수익률 10%’, ‘수익률 15%’ 등을 강조하면서 해당 종목은 유료 인터넷방송에서 알려주겠다는 식으로 유료회원 가입 등을 유도하거나, “제가 꼭 20%를 달성하도록 하겠다”, “제가 시청자들 원금회복 많이 시켜드렸다”는 등의 표현으로 시청자를 현혹한 방송이 적지 않았다.

2014년 이데일리TV의 경우 진행자가 주식전문가에게 추천종목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하자, 해당 전문가가 “자세한 설명을 드리면 프리미엄 클럽에 가입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적은 분량을 천천히 하겠다”며 유료회원 가입을 유도하고, 해당 전문가의 프로필을 소개하면서도 “한달 10% 수익률, 1년 100% 이상의 수익률”이라는 문구를 노출해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받았다.

2015년 토마토TV의 경우 토마토투자자문의 운용역으로 소개된 진행자 유모씨가 토마토투자자문회사의 개요와 일임서비스 수익률 현황을 안내하면서 “걱정하지 말고 믿고 따라와 주시면 제가 꼭 20%를 또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 “수익률 10%다, 1억 이상 가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상품의 특징이다”라며 투자를 유혹해 ‘관계자징계’를 받았다.

전문가로 소개한 출연자의 유료정보를 보는 방법, 저서, 유료강연회, 유료서비스가 포함된 특정업체의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는 내용도 많았다.

이처럼 심각성을 드러낸 방송에 대해 방심위가 제재를 내리고 있긴 하지만, 정작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제전문채널을 시청한 사람이라면 방심위가 지적한 사례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실상 경제전문채널 전반에 만연해 있는 것으로 체감할 정도로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다. 현실에 비해 방심위의 제재가 엉성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어떤 채널은 전문가 카페 가입방법을 소개했다는 이유 등으로 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어떤 채널은 “수익률 15%를 예상하지만, 방송에서는 공개하지 않는다, 멘토클럽으로 입장해달라”고 방송해도 ‘경고’ 제재를 받는데 그쳤다.

최 의원은 특히 “방심위가 스스로 만든 심의규정을 이들 경제전문채널에 대해 단 한 번도 적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방심위는 방송심의규정에 ‘제42조의2(금융·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자문행위)’ 조를 신설한 바 있다. 핵심 내용은 제1항의 “방송은 투자자문행위를 할 때는 자문내용에 대한 정당한 근거를 가져야 하며 손실의 보전이나 이익의 보장으로 오인하게 하는 내용을 포함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과 제3항의 “방송은 투자자문행위를 하는 자와 방송에서의 자문내용 간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어 그 자문내용이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때에는 방송 중에 이를 명확히 공개하여야 한다”는 규정 등이다.

하지만 방심위는 정작 얼마든지 1항과 3항을 적용할 수 있는 경우에도 단 한 번도 적용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의 유명세를 부풀리고 시청자들을 현혹시킨 방송프로그램 역시 단 한 건의 제재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지난 2012년 8월부터 최근까지 한국경제TV에서 ‘대박천국’, ‘장외주식4989’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외주식 투자 전문가’로 방송을 진행했다. 물론 이희진씨가 방송에서는 문제의 발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재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피해자 등에 따르면 이 씨는 방송에서 특정 종목을 언급하며 “내 말대로 지금 주식을 사두면 나중에 10배 이상 확실히 오른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현재 한국경제TV는 이 씨가 출연한 방송을 모두 삭제해 과거 방송을 확인할 수 없다.

최 의원은 “현재까지 피해자들과 언론취재를 통해 드러난 바에 의하면, 한국경제TV가 운영하던 장외주식 정보 사이트 ‘장외주식 4989’의 경우 이씨가 대표로 있는 ‘미라클인베스트먼트’의 소유였던 것으로 밝혀지는 등 이 씨와 한국경제TV는 끈끈한 유착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지만 이번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을 이씨의 경우에 한정되는 예외적인 사건으로 보기는 힘들다. 경제 관련 방송사들의 구조적인 문제가 근본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최명길 의원은 “그간 경제전문채널들의 방송을 보면 이번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그럼에도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스스로 만든 심의규정조차 무용지물로 만드는 등 안이하게 대처해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심위는 지금이라도 시청자에게 직접적인 재산 피해를 안기고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문제방송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을 함을 물론 관련 규정을 적용해 엄격하게 제재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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