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의 생태대중골프장? 맹꽁이가 웃는다

필자가 여러 시민단체들과 함께 골프장 반대를 위해 난지도를 방문한 때

는 7월 초순이었다. 1992년까지 15년간 무려 1억2천만톤의 쓰레기가 쌓여서

산을 이룬 상태로 버려진 지 8년. 쓰레기산 난지도는 다시 생태계 안정화

단계로 들어가고 있었다. 오묘한 자연의 생명력에 따라 우선 1년생 식물로

부터 시작해 천천히 귀화식물이 자리를 잡는다. 귀화식물 이후에야 자생식

물이 자리를 잡는다고 함께 간 식물학자가 말했다. 신비로운 식물의 천이

(遷移)과정이야 어찌됐든, 풀이 생기고 나무가 자생하면서 움직이는 생명체

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꽃이 피자 나비와 벌이 왔고, 작은 벌레들이 모여

들자 그것들을 잡아먹는 조금 큰 생명체들이, 마침내 새들이 날아들고, 숲

사이로는 뱀마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침 취재왔다가 우리를 뒤따르던

KBS ‘환경스페셜’ 카메라팀이 뱀 이야기가 나오자 반갑게 끼어든다.

“한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나 발견되었다니까요. 꽃뱀하고 살모사하고

….”

또 다른 뱀은 그 또한 말끝을 흐린다. 그러나 목소리에는 발견자로서의

의기양양함이 깃들어 있었다. 난지도에 뱀이 출현했다는 것은 생태적으로

안정화 단계에 들어갔음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난지도가 난데없는 ‘골프장 소동’으로 요새 매우 시끄럽다. 골

프장 건설을 반대하러 온 시민들 뒤를 졸졸 따라오며, 골프장 건설의 당위

성을 역설하는 시청 관리가 주장하는 내용은 간단했다.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 대중생태골프장을 만들겠다. 시

민 5백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골프장 건설 찬성이 50.6%로서 반을

넘었다. 골프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다.

미국 일본에서도 쓰레기매립지에 골프장 짓는 거 모르냐? 농약 걱정하는데,

농약은 최대한으로 억제하겠다. 주말농장을 만들면 농약 안 쓰냐? 택시기사

도 장 보러 가는 아주머니들도 골프치는 저렴한 퍼블릭 골프장을 짓겠다는

데 왜 이렇게 말이 많은지 이해할 수 없다.”

나중에 신문을 보니, 필자와 1시간 가량 설전을 벌인 그가 이번 난지도

사업의 총대를 맨 최아무개 조경과장이었다. 그는 녹음기처럼 잘 준비된 대

답이 애초부터 잘못되었음을 모르고 있었다. 아무리 ‘생태’라는 말을 남

발한다고 해도 골프장 자체가 반환경적인 시설이라는 게 그것이고, 겨우 5

백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간신히 0.6%를 상회한 것이

어마어마한 설득력을 수반하고 있다고 과신하고 있는 망상이 그것이고, 그

가 맹신하는 산업선진국의 경우 땅덩어리 크기도 우리와 다를 뿐 아니라 골

프인구가 형성되는 과정도 우리와 달랐으며 그럼에도 현재 ‘No Golf’운

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무지 또한 그 하나였다.‘주말농

장 만들면 농약 안 쓰냐?’는 항변은 마치 ‘골프장 지어 농약사용을 줄이

겠다’는 우스꽝스러운 궤변으로도 들렸다. ‘환경스페셜-난지도’에서 필

자는 보호야생종인 맹꽁이들이 시가 만든 배수로에 갇혀 떼지어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이 말끝마다 붙이는 ‘생태친화적’이라는 말을

필자는 믿지 않는다.

“서울시민들이 언제 서울시에 골프장 지어달라고 애걸했나?”

그가 ‘시민들에게 골프장 건설이라는 서비스’, 운운하길래 필자가 물은

말이었다. 대형소각장 건설의 정당성을 역설하던 관리든, 동강댐 건설하겠다

는 수자원공사 직원이든, ‘생태대중골프장’ 지어 시민들에게 봉사(?)하겠

다는 시청 공무원이든 한결같은 게 있다. 궤변을 일삼으면서도 그것이 궤변

인 줄 모르는 그들의 두꺼운 얼굴과 무책임, 그리고 은은하게 풍기는 범죄

의 느낌이 그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각장은 덤핑 낙찰되면서 업체 선정과

정에서 그랜저를 받았다고 탄로나기 일쑤였고, 댐의 경우에는 동굴 개수를

줄이는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에 수천억을 쓰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당신들 감옥 갈 사람으로 시민들은 느끼고 있다. 이번에는 얼마 받았나”

는 요지의 필자의 질문에 그는 “짓고야 말 테니 두고봐라”고 맞섰다.

그리고 얼마 후, 필자가 만난 신문기사는 ‘역시나’였다. 문화일보 2000

년 8월9일자 ‘난지도 골프장 로비 의혹’이라는 제목 아래, 환경운동연합

이 제기한 ‘서울시와 한국 골프장협의회측의 로비의혹’이 그것이다.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환경파괴는 언제나 부패한 관리들에 의해 진

행되고 있다. 그게 필자의 돌멩이 같은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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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각/소설가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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