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꼼짝마” 셉테드(범죄예방 도시디자인)로 안전한 도시 만든다
범죄 “꼼짝마” 셉테드(범죄예방 도시디자인)로 안전한 도시 만든다
  • 박길자 기자
  • 승인 2016.09.21 23:16
  • 수정 2016-09-23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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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화사한 벽화디자인 안전친화적 골목길로

법무부, 재작년 본격 도입… 강력범죄 발생지에 속속 도입

올해는 국토부, 안전처 협업 범죄예방 컨설팅과 주민 역량강화 시행

 

이른바 ‘김길태 마을’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부산 사상구 덕포동 골목길에 밝고 화사한 벽화를 덧입혔더니 분위기가 한결 환하고 따뜻해졌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지난 7월 덕포동 셉테드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법무부
이른바 ‘김길태 마을’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부산 사상구 덕포동 골목길에 밝고 화사한 벽화를 덧입혔더니 분위기가 한결 환하고 따뜻해졌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지난 7월 덕포동 셉테드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법무부

부산시 사상구 덕포동은 ‘김길태 사건’이 벌어진 재개발 지역이다. 김길태는 당시 집안에 있던 예비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한 후 살해하고 물탱크에 유기하는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길은 그대로지만 다행히 강력범죄가 발생한 곳이라곤 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변화가 뒤따랐다.

‘김길태 마을’이 달라졌다

부산지방검찰청이 2013년 이곳을 ‘범죄예방 환경개선사업’(셉테드․CPTED) 대상지로 정한 후 이른바 ‘김길태 마을’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덕포동이 달라졌다. 우선 골목길에 밝고 화사한 벽화를 덧입혀 분위기가 한결 환하고 따뜻하다. 아기자기한 모양의 코끼리‧사자부터 뭉게구름 핀 하늘, 생명으로 움트듯 만개한 꽃까지 골목길을 수놓은 벽화 디자인 덕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또 골목길 중간중간에 안전비상벨을 설치해 시민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면 비상벨을 울려 주민과 경찰들의 신속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비상벨은 눈에 잘 띄고, 누구나 손이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첨단 CCTV도 설치했고,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도 어두침침한 등이 아닌 밝은 할로겐 등으로 바꿨다.

부산지검은 2013년 10월 범죄예방위원 부산지역협의회, 동아대, 사상구와 함께 ‘안전한 덕포동 프로젝트 착공식’을 갖고 셉테드를 활용한 우범지역 환경 개선으로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어둡고 좁은 골목길에 조명과 도로반사경을 설치했고, 골목길 120여 곳의 담벼락에는 밝고 화사한 디자인 벽화를 그려 안전친화적 골목길로 탈바꿈시켰다. 동네에서 만난 주민 박모씨는 “법무부 셉테드 사업 이후 밝고 안전한 동네로 바뀌어 만족스럽다. 동네 분위기가 달라진 덕에 범죄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부산 덕포동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셉테드를 도입해 범죄에 취약한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토교통부와 국민안전처와의 협업 아래 범죄예방 컨설팅과 지역주민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시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셉테드는 1970년대에 미국에서 시작돼 영국, 호주, 일본 등으로 확산돼 주요 범죄예방 정책으로 시행 중이다. 범죄자들이 범행을 쉽게 저지르지 못하도록 방범 환경을 만들거나 범죄 행위가 쉽게 드러나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선진국형 범죄예방기법이다.

법무부는 2014년 서울(영등포‧마포‧노원구), 경기(구리‧여주‧부천), 충남(천안‧논산),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울산, 제주 등 14곳에서 셉테드를 시행했다. 시공은 대한건설협회 등 민간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하는 지역 맞춤형, 민‧관 통합 방식으로 진행했다.

지자체, 주민들 함께 힘모은다

지난해에는 서울 동작‧성동구, 경기 수원·안산·부천·평택·파주·양주, 경남 창녕, 경북 포항, 전북 남원 등 11곳을 선정해 셉테드를 진행했으며 2014년 사업대상지를 모니터링한 후 관리했다. 특히 시공 단계에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위해 민간 사회공헌 외에 지자체가 시공예산 일부를 직접 분담했다.

2014년 셉테드가 시행된 충남 천안 원성1동은 좁은 골목길과 공가‧폐가가 산재해 외부 시야가 차단된 곳이 많았는데 셉테드 후 주민들이 안심하는 분위기다. 고속도로 주변 도심외곽에 위치한 이곳에선 안전행정부 ‘안심마을’과 연계해 셉테드를 추진했다. 게릴라 가드닝, 마을텃밭 가꾸기 사업을 했고 주민과 학생, 시민경찰, 공무원으로 구성된 안심순찰대를 매달 4차례 이상 운영했다.

부산 영도구 청학1동 해돋이마을은 대표적 낙후 지역으로 무허가 주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노령자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이곳에 반사경, 비상안전벨 등 생활방범시스템을 도입하고 건물미관 개선을 통해 자연적 감시가 가능한 마을로 바꿨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다정길’ 벽화그리기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빌라 옹벽에 그려진 낡은 벽화와 지저분한 환경이 불편함을 주자 삼화페인트공업,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 필요한 자재와 경비를 지원받아 벽화 작업을 했다. 인생을 사계절 변화에 빗대 따뜻하고 정겹게 표현하려고 벽화명은 다정길로 정했다.

다가구‧빌라가 밀집해 범죄에 취약한 경기 부천시 오정구에선 특수형광물질 도포 사업을 진행했다. 광주 남구 월산동 달뫼마을과 대구 달서구 상인동 굴다리도 물리적 환경 개선으로 주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공가‧폐가와 좁은 골목길이 많은 달동네로 광주의 대표적 낙후지역인 달뫼마을에선 벽면 도색부터 CCTV‧보안등‧안내표시판‧방범초소‧반사경을 설치했다. 상인동 굴다리는 노후 임대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어둡고 인적이 드물어 학교폭력 등 범죄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이었다. 이곳에 벽면 방수‧도색부터 360도 회전하는 CCTV를 설치하고 보안등‧안전비상벨을 달아 위험도를 낮췄다.

셉테드 후 범죄안전 체감도 올라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 관계자는 “2014년과 2015년 셉테드 시행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셉테드 효과성을 조사한 결과 범죄안전 체감도가 전년에 비해 16.67%p, 지역 만족도가 11.48%p 각각 올랐다”고 밝혔다.

올해 법무부는 범죄예방,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 국민안전처는 안전의 관점에서 부처 노하우를 공유해 셉테드를 추진 중이다. 법무부가 국토교통부, 국민안전처 사업 지역에 범죄예방 환경설계 컨설팅과 주민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 관계자는 “법교육 콘텐츠 제공을 통한 준법의식 개선과 주민참여 유도를 통해 안전한 동네를 만들자는 의미로 이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12개 지역에서 주민 면담 후 자료를 수집하고 범죄영향평가를 실시한 후 중·장기 범죄예방 계획안을 만들어 물리적 환경 개선을 위한 기초 설계를 해주는 범죄예방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별 기초법질서 확립운동을 펼치고 자치활동과 마을 안전지도를 제작하는 주민공동체 역량 강화 사업을 병행하는 점이 눈에 띈다.

강용길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셉테드는 기획 단계부터 주민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위험요소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조사하고, 기초자치단체 전체 기능과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광범위하게 협력해야 한다. 예컨대 쓰레기 문제의 해결이 범죄위험성과는 관계가 적다는 인식은 행정편의적인 접근방식”이라며 “깨끗한 지역사회의 조성은 셉테드의 기본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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