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가족위 초청, 역대 여성가족위원장 및 여성가족부 장관 간담회 20일 국회서 개최

 30%할당제의 법제화와 여성 인재육성을 강조

"여성 의원들, 여성 비정규직 문제에 더 관심 가져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저출산 대책, , 여성폭력 관련 법 개정 등 거론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초청 ‘역대 여성가족위원장 및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애실·백경남·문희 전 위원장, 남인순 위원장, 한영애·김정숙·임진출 전 위원장, 뒷줄 왼쪽부터 지은희 전 장관, 강기원 전 위원장, 권미혁·윤종필·신용현 의원, 변도윤 전 장관, 김상희 전 위원장, 최영희 전 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초청 ‘역대 여성가족위원장 및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애실·백경남·문희 전 위원장, 남인순 위원장, 한영애·김정숙·임진출 전 위원장, 뒷줄 왼쪽부터 지은희 전 장관, 강기원 전 위원장, 권미혁·윤종필·신용현 의원, 변도윤 전 장관, 김상희 전 위원장, 최영희 전 위원장. ⓒ이정실 사진기자

역대 국회 여성가족위원장과 여성가족부 장관들이 20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모인 여성계 원로들은 성평등이란 개념 자체가 낯설었던 10~20년 전 정책을 만든 장본인이다. 이들은 지금도 갈길이 멀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위원장 남인순)는 20일 오전 국회 본청 의원식당에서 역대 여성가족위원장 및 여성가족부 장관 초청 간담회를 갖고 조언을 청취했다.

정부와 국회 내에 여성관련 정책 전담 기구가 설립된 것은 20년 남짓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1994년 14대 국회 후반기에 여성특별위원회라는 상설 특위 체제로 설립됐다. 정부의 여성가족부는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라는 명칭으로 닻을 올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초창기 여성 정책의 기틀을 세운 역대 여성가족위원회 한영애(제15대 전반기), 김정숙 (제15대 후반기), 이연숙(제16대 전반기), 임진출(제16대 후반기), 김애실(제17대 전반기), 문희(제17대 후반기), 최영희(제18대 후반기), 김상희(제19대 전반기), 유승희(제19대 후반기) 전 위원장이 참석했다. 또 역대 여성가족부 장관 중 강기원(2대위원장), 백경남(3대위원장), 지은희(2대장관), 장하진(4대장관), 변도윤(5대장관) 전 장관 등 모두 14명이 참석했다.

이날 현직 여성가족위원으로는 남인순 위원장과 새누리당 간사 윤종필 의원, 국민의당 간사 신용현 의원,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자리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초청 ‘역대 여성가족위원장 및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변도윤 전 여성가족부장관과 김정숙 전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초청 ‘역대 여성가족위원장 및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변도윤 전 여성가족부장관과 김정숙 전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전직 여성계 지도자들은 여가위가 경제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장하진 전 장관은 “여성들의 제1희망사항은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할 일자리”라면서 “여성 의원들이 여성 취업과 경제활동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력단절의 원인도 흔히 출산과 육아 때문이라고 하지만 진짜 문제는 좋은 학교를 나와도 주로 비정규직으로 취직하기 때문에 경력단절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여성 취업과 비정규직 문제에 여성이 다수인만큼 관심을 더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백경남 위원장은 문명의 흐름 속에서 사회 문제를 인식할 것을 주문했다. 사회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드는 등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겨나는데다 20세기의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어 과거와 미래 문제를 함께 인식하며 처리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성 정치·사회 진출 확대와 관련해서는 참석자 대다수가 30%할당제의 법제화와 여성 인재육성을 강조했다. 이연숙 전 위원장은 과거 경험을 소개하며 “빠른 실현을 위해 법을 고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여전히 여성 정치 참여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에 국민과 정부의 생각을 바꾸는 일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여성이 사회의 절반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역할을 고려할 때 30%에 그칠 게 아니라 50% 이상을 촉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임진출 전 위원장은 “후진 양성 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당시 이재오 원내총무와 30% 할당과 관련해 논쟁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또 정부부처 소속 위원회를 통해 여성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것을 제시했다.

김애실 전 위원장은 “여성 후보를 많이 내는 게 중요하며, 이를 위해 당에 지급되는 여성정치발전기금을 제대로 사용해서 여성 후보 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숙 전 위원장은 “현재 여성 의원들이 50명이 넘는 만큼 할당제 강제조항을 법으로 만드는 게 어렵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여성이 사회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국내 여성들의 활동은 경제수준에 비해 매우 후진적”이라며 특히 여성 NGO활동가의 관심 및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여성가족위원회 초청 ‘역대 여성가족위원장 및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여성가족위원회 초청 ‘역대 여성가족위원장 및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또 참석자들은 현역 의원들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은희 전 장관은 그동안 여성계가 공천 할당제를 성취하기 위해 어떤 근거를 갖고 운동해왔는지 그 역사와 내용을 현직 여성 의원들도 알아야 하고 의정활동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하진 전 장관은 “이 자리에 (과거) 역전의 용사들의 다 참석하셨는데, 솔직히 현직 여성 의원들에 대한 기대가 적다”며 “새로운 의제 발굴과 이슈 파이팅, NGO와의 협력도 예전처럼 활발하게 하는 그런 모습을 다시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영희 전 위원장은 “여가위 소속 위원들의 국감 활동을 여성단체들이 모니터하고 개인별로 평가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더욱 관심 가져야 할 사회 현안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저출산 대책, 인터넷 중독 예방을 통한 아동학대 근절, 여성폭력 관련 법 개정, 이혼 시 배우자 연금분할 등을 거론했다. 변도윤 전 장관은 탈북자가 3만명을 넘었으며 이 중 70%가 여성인데 정작 여가부는 관심이 별로 없다며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과거 남성이 절대 다수였던 정치권에서 활동하면서 각종 성차별 문제를 발견하고 맞섰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임진출 전 위원장은 16대 당시 국회에서 축구 경기 후 남성 의원들은 다같이 국회 내 목욕탕으로 몰려가는데 여성 목욕탕 시설은 없어서 문제를 제기하고 결국 여성 샤워시설 설치를 관철시켜냈다. 또 군 시설인 태능골프장에 당 차원에서 단체 방문했다가 여성의 출입이 금지돼 있다며 라운딩 시작 순간 혼자 쫒겨났고, 이 규정을 고치는데 앞장섰다고 했다.

이번과 같은 모임을 더 자주해야 한다는데 참석자들이 모두 동의했다. 김정숙 위원장은 과거 경험이나 지혜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정례화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남인순 위원장은 “풍성한 의견 감사하다. 정리해서 여가위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모임을 또 진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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