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전국적인 동성결혼 합법화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엘 우니베르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백 명의 동성애 지지자들이 이날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집회를 열고 메트로폴리탄 대성당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우리도 가족이다”라는 문구가 쓰인 펼침막과 “나는 당신의 가족을 존중하니 내 가족도 존중해달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가두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하루전에는 수도 멕시코시티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수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성 결혼 반대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석자들은 흰옷을 입은 채 “아버지 어머니=행복한 가족”이라고 적힌 손팻말과 분홍, 파란, 흰색 풍선을 들고 거리 행진을 벌였다. 5000여 명이 집회를 연 베라크루스에서는 일부 동성 결혼 반대 시위자들이 동성애자 옹호단체 회원들과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전국 시위는 다양한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가족을 위한 국민전선’이 주관했다. 국민전선은 시위 참석자가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오는 24일 멕시코시티에서 다시 대규모 집회에 나선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지난 5월 전국적으로 동성 결혼을 허용하기 위한 헌법 개정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멕시코 연방대법원이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이후 나온 조치다.

일부 지역만 동성 결혼이 인정받는 멕시코에서는 올들어 현재까지 동성애 혐오 범죄로 26명이 숨졌다.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72명, 44명이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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