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제한참여 사이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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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지마! 우리는 ‘3센티 인권’을 거부한다!

“자르지마!”

최근 몇 달 동안 청소년 웹진이나 청소년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 도전적인 ‘비명’이 담긴 배너를 보지 못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이버유스’, ‘아이 두’, ‘채널 텐’ 등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사이트

의 운영자들이 모여 만든 청소년 웹 연대 ‘with’에서 벌이고 있는 ‘두

발제한반대서명운동’이 그 정체.

지난 5월 11일부터 문을 연 두발제한 반대 서명운동 인터넷 사이트

(www.idoo.net/nocut)에는 이미 5만 명이 넘는 사람이 서명했으며 하루에만

10만 여명이 접속하고 있다. 5만 명이란 서명인 숫자는 우리 나라 인터넷

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주된 참여자는 중고등학생이지만 학부모와 교사를

비롯한 성인들도 줄을 잇고 있다.

어른들에게도 ‘귀밑 3센티의 규제’는 그리운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미화

되지 않는다. “20여 년 전에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다. 산천만 의구한 줄

알았더니 학교와 교사의 모습도 바뀔 줄을 모르는 것 같다.”(양경숙 학부

모), “현재 시행되는 교칙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생각되어 글을 올립니다.

학생들의 복장, 두발의 변화는 당분간은 생활지도의 어려움으로 직결될 수

도 있으나 이는 칼이 위험하다 하여 세상의 모든 칼을 없애려는 발상보다도

무지한 비교육적, 행정 편의적 발상이 아닐런지요.”(부여고 윤여관 교사),

“오로지 학교 내에서 교사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권력의 내면화를 위해 학

생들에게 행하는 노예교육의 일환이라고 봅니다.”(한민호 학부모) 등등 어

른들의 분노도 학생들 못지 않다.

처음 5천 명 서명인단을 보냈을 때 “강제이발금지”를 권고하는 공문만

각급학교에 보냈던 교육부도 몇 달만에 서명인이 5만 명으로 불어나면서

“nocut.n3.net 사이트를 학생 지도에 참조하라”, “두발제한반대 서명운동

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감정을 자극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민감하

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2일, 두발제한반대 사이트 측은 교육부의 공문이 학

교에서 반영되지 않고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두발규제를 반대하는 글을

올린 학생들이 처벌된 사례를 모아 다시 교육부로 항의서한을 보냈다. 그러

나 아직 이 서한을 받지 못했다는 교육부 관계자는 학칙은 학교장의 권한이

고 학교의 자율성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부는 권고 이상의 제재를 하

기 힘들다는 답변만을 반복했다.

이에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선 형식적인 학생회만이 존재하며, 학생들

의 요구가 학교에 반영되는 일은 드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책임을

각급 학교에 떠넘기는 것은 학교에서 지시하는 대로 학생들이 따르라는 이

야기밖에 되지 않습니다”라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한다.

‘인권과 교육개혁을 위한 전국 중고등 학생연합’(준)은 지난 6월부터

청소년 웹 연대 with와는 별도로 두발제한 철폐운동을 이끌고 있다. ‘2000

년 2학기 두발규제는 없다!’는 선언을 필두로 방학이 시작된 7월 말부터

명동과 대학로 등지에서 ‘두발제한과 나의 권리’라는 멍에를 지고 ‘두

발’에 쇠사슬을 엮고 캠페인을 벌였다. 거리의 10대들이 열렬히 호응했음

은 물론 설치된 두발제한 설문 게시판은 채 1시간도 되기 전에 스티커로 가

득 찼다. 학생연합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거리 캠페인을 실행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학생들이 두발규제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단순히 ‘예뻐 보이기 위해

서’, ‘학업에 지장이 없으니까’ 정도의 이유가 아니다. 청소년의 자율성

과 신체의 자유, 다시 말해 헌법에 보장된 대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

나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인권’의 불평등한 침해라는 것이다.

인권의식을 갖추고 한 사람의 인격체로 성숙한 아이들에게 관리와 통제의

교육논리를 고수하는 교육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우리의 교육 현실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신 지영 기자 skyopen@womennews.co.kr]

두발제한반대운동 참여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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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제한 반대/자유화 운동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두발제한

반대서명운동 페이지 배너. 누구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심을

수 있다.

●청소년 웹 연대 with (with.ch10.com)

채널 텐, 사이버유스, 아이두의 운영진들이 만든 웹 연대 사이트. 현재

‘무너진 교실에서 살아남기’라는 두 번째 주제로 글을 올리고 있다. 메인

화면에는 10대들이 쓴 교실붕괴에 대한 글들이 올라왔고 게시판 활동과 설

문 조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미 1만 명 이상이 참가한 교실붕괴에

대한 설문 결과에서는 ‘교육 제도 자체가 모순이야. 교실은 당연히 무너져

야 해’가 44%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채널 텐(www.ch10.com)

10대가 만들고 운영하는 순수 청소년 웹진. 현 편집장은 ‘전지’다. 현재

발렌타인 데이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고 매달 주제가 바뀌는 ‘이슈’

메뉴에는 ‘남자 그리고 여자’가 올라와 있다. 이밖에도 인터뷰와 취재요

청을 할 수 있는‘GUM’과 음악, 영화, 책, 과자 등 모든 문화를 얘기하는

‘CULT++’, 그리고 ‘스페셜 채널 CH.S’메뉴가 10대들을 기다리고 있

다.

●사이버유스(www.cyberyouth.org)

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와 서강대 교양과정부 정유성 교수가 프로

젝트 기획과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청소년 사이트. ‘청소년문화발전소’,

‘청소년사이버의회’, ‘교육, 뒤집어보기’ 등의 메뉴와 아르바이트와 자

원봉사 정보를 제공하는 ‘아!자!’, 외국 청소년 문화를 소개하는 ‘지구촌

숨쉬기’ 등의 공간이 있다.

●아이두(www.idoo.net)

‘더 이상 헤매지 말자. 우리가 만드는 우리만의 커뮤니티’를 내걸고 있

는 10대 커뮤니티 사이트다. ‘뜨거운 감자’에는 두발제한반대서명운동 배

너가 달려있고 왕따문제, 과외문제 등의 이슈를 다룬 ‘아이클릭’ 메뉴는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설문이 한창 진행중이다. 10대들의 사연과

목소리를 그대로 담는 ‘틴캐스트’방송도 인기.

●학생연합(hypnos.interpia98.net/~students)

‘인권과 교육 개혁을 위한 전국 중고등 학생연합(준)’(학생연합)의 홈

페이지. 학생연합 운영진들의 주장을 담은 ‘우리의 주장’과 두발 규제

반대 운동, 상문고 사태, 성수여중의 학교폭력 등에 대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인 ‘청소년 의회’, 선생님의 검열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 & 학교 게시판’ 등의 메뉴로 구성돼 있다. 온라인에서 회원가입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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