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화장품 기업 “2017년 7월까지 미세플라스틱 사용 중지”

개인 노력 넘어서 미세플라스틱 사용 규제 법안 필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7월 열린 국내외 화장품 원료 전시회를 찾은 시민들이 화장품 원료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7월 열린 국내외 화장품 원료 전시회를 찾은 시민들이 화장품 원료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연일 계속된 더위에 곱씹게 된 말이다.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을 여름 내내 겪으며, 어쩌면 빙하가 녹아 북극곰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뉴스보다 훨씬 더 실감나게 기후변화 문제를 고민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의 삶은 서로 연결돼 있다. 기후변화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과 해양 쓰레기 오염 문제도 이 연결성을 인식하게끔 한다.

큰 플라스틱도 시간이 지나면 물과 태양에 의해 조각나고, 비닐봉지와 페트병은 이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해진다. 이런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이 바다에 남아 계속 떠다닌다면? 얼마 전 유엔은 화장품 세정제 성분으로 사용되는 마이크로비드(microbead)를 주목해야 할 이슈로 뽑았다. 마이크로비드는 0.001mm~5mm 정도 크기의 아주 작은 알갱이다. 머리카락 두께가 약 0.05~0.1mm!! 머리카락보다 굵거나 훨씬 얇은 알갱이가 바로 마이크로비드다.

마이크로비드는 석유화학 파생물질로 수많은 화장품과 자외선 차단 제품, 치약, 바디 워시 등에 들어간다.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배관을 타고 내려가 하수 시스템을 통과하는데, 너무 미세해서 오수처리 필터로 걸러지지 않고 작은 알갱이 채로 호수, 강 그리고 바다에 스며든다. 이렇게 크기가 작으니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동물성 플랑크톤부터 우리 식탁에서도 볼 수 있는 각종 생선까지…. 마이크로비드를 먹이로 섭취하거나 비늘에 묻는 등 수생동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어류를 섭취하는 인간도 마찬가지고.

2014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매년 바다에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약 1000만~2000만 톤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해양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70% 정도다. 플라스틱을 먹고 소화시킬 수 있는 생명은? 현재까지 없다. 플라스틱은 썩어서 분해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자연적인 순환고리에서 빠져 있으며, 특히 온도가 낮은 바다에서는 더욱 더 분해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재활용되기보다 매립되고 소각되는 플라스틱이 더 많다. 바다에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은 이유다.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치약에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보인다. ⓒ여성환경연대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치약에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보인다. ⓒ여성환경연대

 

미세플라스틱 채취 모래를 입자별로 체에 쳐서 미세플라스틱을 채취하는 과정. ⓒ여성환경연대
미세플라스틱 채취 모래를 입자별로 체에 쳐서 미세플라스틱을 채취하는 과정. ⓒ여성환경연대

그렇다면 내가 사용하는 화장품 속 미세플라스틱은 얼마나 될까? 여성환경연대는 우리가 쓰는 화장품 중 어떤 제품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2015년 9000여 개의 바디워시, 폼클렌징, 각질제거제, 세정제 등 제품의 전성분을 조사했다. 유엔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지정한 성분이 들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조사했을 때,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제품은 총 446개였다. 올해는 해당 제품들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화장품 업체에 향후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중지하거나 대체성분을 사용할 계획이 있는지 공문을 보내 확인하고, 대한화장품협회와 간담회를 열었다.

그 결과, 웬만한 국내외 화장품 기업이 2017년 7월까지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중지하고 대체성분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중지하고 대체성분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55개의 업체 중 43곳은 대한화장품협회의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 사용에 대한 자율규약에 협약했다.

하지만 자율규약은 말 그대로 ‘자율’이다. 세계 최초로 미세플라스틱 규제를 시작한 네덜란드와 미세플라스틱 제품의 생산 금지는 물론 매년 오대호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검사하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사례를 참고해보면 어떨까. 2015년 말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역시 ‘미세플라스틱 프리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2017년 7월 1일부터 미세플라스틱 알갱이를 첨가한 세정제품 생산을 금지하고 2018년 7월 1일부터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화장품에 들어간 미세플라스틱 성분은 꼭 사용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대체성분도 나와 있기 때문에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지 궁금한 경우, 화장품 라벨의 전성분표시를 보고 대표적인 플라스틱 성분(폴리에칠렌, 폴리프로필렌, 아크릴레이트코폴리머, 폴리에칠렌테레프탈레이트, 나일론-6, 나일론-12 등)이 있는지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치약의 경우 전성분표시제가 시행되지 않아 알갱이가 들어 있다고 광고하는 제품을 피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개인의 노력을 넘어선, 미세플라스틱 사용 규제 법안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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