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서 더민주 험지 경기 분당갑서 당선돼 금배지

“청년의 힘으로 박근혜 정권 심판하고 수권정당 되겠다”

1호 법안은 창업날개법 “새 정치 실천하는 벤처 정치인 되겠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청년 최고위원(43·초선)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마주하자마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야기부터 꺼냈다.

“지금 청년에 대해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정부나 새누리당은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정현 대표 연설을 들으니 중장년층 일자리를 대대적으로 만들겠다면서 파견근로자법은 청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 공개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놀랐다. 중‧장년층도 힘들지만 청년층이 훨씬 더 힘들다는 건 누구나 알지 않느냐.”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청년의 힘으로 정권교체를 이룰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를 심판하고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내가 금수저라고요? 난 농부의 아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월 문재인 전 대표의 인재 영입 2호로 정계에 입문한 후 숨가쁜 행보를 이어왔다. 지금은 ‘최고위원’이라는 묵직한 타이틀을 달았지만 마주앉아 얘기하면 수줍음이 느껴지는 정치 초년생이다. 그는 “정치 신인이라 공부할 게 많은데 지난 9개월간 비교적 빠르게 안착했다”며 자평했다.

“기업에서 조직을 이끌어온 경험이 있으니 정당도 크게 다르지 않으려니 싶었다. 비교적 쉽게 적응했던 것 같다. 사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치에 관심이 높았다. 청년 문제나 벤처기업, 중소기업과 관련된 활동은 10년 넘게 한 일이라 특별히 적응이 필요하진 않더라.”

김 최고위원은 8·27 전당대회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55.56%)로 청년 최고위원직에 당선됐다. 4‧13 총선에선 비례대표 제안도, 유리한 지역구로 공천을 주겠다는 제안도 마다하고 경기도 분당갑에 출마해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여당이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한 험지에서 거둔 값진 승리였다(47.03%). 벤처 신화를 쓴 그는 알고 보니 ‘선거에 강한 남자’였다.

성공한 벤처기업가인 그가 얼마나 ‘흙수저’들의 삶에 공감할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김 최고위원은 기자의 질문에 “내가 금수저라고요? 우리 집에 금수저는 한 개도 없어요”라는 ‘아재 농담’으로 답하더니 “실은 나도 편안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난 평범한 농부의 아들이다. 학창시절 아버지가 공장 하역노동자로도 일하셨다. 넉넉지 않은 집안형편 때문에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때 컴퓨터에 빠져서 프로그래머가 됐고, 사회에 나와서는 연봉 960만원을 받으며 첫 직장을 다녔다. 월급 80만원을 받은 알바생이었다. 나 역시 지금 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꿈을 이루려고 창업을 했고 열심히 일한 만큼 회사가 성장해 성공한 벤처기업 대표가 됐을 뿐이다.”

정치 입문 전에 그는 넥슨 개발팀장을 거쳐 벤처기업 솔루션홀딩스를 창업한 후 NHN 게임사업본부 부문장, NHN 한게임 사업부장, NHN게임스 대표이사, 웹젠 대표이사, 웹젠 이사회 의장 등을 지냈다.

-청년 최고위원으로 무난히 당선됐다.

“이는 좌절하고 포기하던 청년들에게 희망을 만들어주라는 대의원들과 권리당원 여러분들의 명령이다. 우리 당 청년위원회를 강하고 유능한 조직으로 만들어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실현해 나가겠다.”

-청년위에서 역점을 두는 사항은.

“청년위원회가 사실 시스템화돼 있지 않다. 이는 큰 문제다. 청년위원장 한 명이 원맨플레이를 하는 구조다. 청년위원회가 팀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것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그는 ‘강하고 유능한 스마트 청년위원회로 정권교체’ ‘정당 국고보조금 5%를 청년정치발전기금으로 확보’ ‘지방선거 청년공천 의무화 추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최고위원은 “온라인 당원 10만명 중 절반가량 청년이다. 더 많은 청년들이 우리 당을 지지하고 당의 주인으로 혁신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에는 정당 국고보조금 5%를 청년정치발전기금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청년위가 지금보다 더 많은 사업을 활발히 진행할 수 있고,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 당에 유능한 청년인재들이 많다. 이들이 미래에 제2의 김대중, 제2의 노무현 같은 정치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키워내야 한다”며 “그 첫걸음으로 2018년 있을 지방선거에서 청년공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칭하는 청년들이 많다.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사회가 됐다. 제 성공미담을 들려주며 더 열심히 살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돼버렸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을 시작할 때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노력해도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없다. 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을 못하고, 취업을 해도 정규직의 좋은 일자리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성공한 벤처기업가인 김병관 더민주 최고위원이 얼마나 ‘흙수저’들의 삶에 공감할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김 최고위원은 기자의 질문에 “내가 금수저라고요? 우리 집에 금수저는 한 개도 없어요”라는 ‘아재 농담’으로 답하더니 “실은 나도 편안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성공한 벤처기업가인 김병관 더민주 최고위원이 얼마나 ‘흙수저’들의 삶에 공감할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김 최고위원은 기자의 질문에 “내가 금수저라고요? 우리 집에 금수저는 한 개도 없어요”라는 ‘아재 농담’으로 답하더니 “실은 나도 편안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결혼해도 아이 안 낳는 헬조선의 젊은이들

김 최고위원은 “기업 영역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국가가 해줘야 한다. 그런데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못해 청년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내가 대학을 다닐 때와 비교하면 진짜 어려워졌다. 그때는 알바를 열심히 하면 학비와 생활비도 벌었다. 그런데 지금은 청년 체감실업률이 30%를 상회한다. 취업을 해도 비정규직이 많으니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소득양극화가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극심해졌다고 한다. 청년들이 금수저, 흙수저를 얘기하면서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한국사회의 양극화와 차별 문제를 해소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시대정신이다.”

-특히 청년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겪는 고통이라면? 

“청년들은 실업, 빈곤, 차별, 주거불안, 결혼과 육아의 어려움 등을 겪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차별뿐 아니라 결혼, 육아 문제로 겪는 고통이 더 크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가부장적 문화와 제도로 직장에서 차별받고 있다. 일과 육아 문제를 양립하기도 어렵다. 남성들의 폭력도 심각한 문제다.”

-해법은.

“청년 여성들이 일자리와 빈곤, 육아의 어려움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해도 육아를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다. 성차별을 당하지 않고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취업 차별도 없애야 한다. 실업 뿐 아니라 빈곤에 따른 주거불안 때문에 결혼을 기피하지 않도록 신혼부부를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또 결혼 후 출산을 해도 일자리를 유지하고 마음 놓고 육아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육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런 정책이 패키지로 함께 추진돼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만큼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은 프랑스가 여러 정부부처에서 패키지로 저출산 극복 정책을 편 결과 몇 년후 출산율이 상승한 사례가 있지 않나.”

김 최고위원은 “예전에 기업을 경영할 때 보니 직원들의 가장 큰 걱정이 육아였다”며 “기업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 운영해야 하지만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떠넘긴 부분도 분명 있다. 국가가 나서서 보육 시스템을 잘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관 더민주 최고위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김병관 더민주 최고위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구글은 알파고로 각광… 활력 잃은 한국은 어디로 

-1호 법안으로 ‘창업날개법’을 내놨는데.

“구글이 알파고를 만들고 닌텐도가 포켓몬고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한때 IT 강국이라던 IT 산업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려면 혁신형 창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 20대 국회 개원 직후 1호 법안으로 은행, 신보, 기보의 ‘대표이사 연대보증 금지 3법’을 대표발의했다. 창업과 재도전을 가로막은 대표이사 연대보증을 금지하기 위한 법안이다.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업계 현장과 학계의 목소리를 수렴해 혁신형 창업을 가로막는 법제도를 개선하고 창업을 더 많이 지원할 법안 제·개정을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으로 경제 관련 입법에 힘쓰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창업날개법 2호, 3호 법안을 계속 준비해 나갈 것이다. 창업 활성화를 통해 IT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면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에 활력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지나치게 재벌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왔다. 재벌대기업에 여러 특혜를 주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외면해왔다. 이명박 정부의 토건중심 경제정책으로 IT 산업은 크게 후퇴했고, 박근혜 정부가 실체를 알 수 없는 ‘창조경제’에 돈을 쏟아부은 결과 여전히 혁신형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지 못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업종과 골목 상권을 침해해도 막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 일자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살려야 일자리도 늘고 내수가 살아나 경제 회복을 가져올 수 있다.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에서 엄마들을 데려다 노력봉사를 시킨다.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어서 학부모들에게 시켜온 일을 해야 한다. 어르신들을 위해 공공근로로 일자리를 만들어줬듯 공공 영역에서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벤처 정신이 살아있는 성공의 정치,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정치,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패로 고통 받고 새누리당의 오만한 정치에 분노한 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정치를 하겠다.”

그러면서 그는 “무일푼으로 처음 회사를 꾸릴 때 실패해도 두렵지 않았다. 다시 일어설 힘과 열정이 넘쳤다”며 “그 처음의 마음으로 정치를 하겠다. 제 성공신화가 아니라 희망을 원하는 국민의 성공신화를 쓸 것이다.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는 벤처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더민주가 수권정당이 될 역량을 갖췄다고 보나.

“이미 두 번의 집권 경험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 한국은 경제도 성장하고, 복지도 늘었으며, 민주주의도 발전했다. 새누리당이 망쳐놓은 경제를 김대중 정부가 살려냈고, 노무현 정부 때는 안정된 경제와 확대된 복지, 남북한 평화를 이뤄냈다고 자평한다. 두 번의 집권 경험에다 더민주 정책을 놓고 볼 때 충분히 수권정당의 자격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당이 분열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보여드린 적이 있지만, 이제는 당이 혁신과 단합을 거듭해 안정된 수권정당으로 다른 어떤 정당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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