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88)가 음반 녹음을 시작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88)가 음반 녹음을 시작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88)가 음반 녹음을 시작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길원옥 할머니가 지난 2일부터 평소 즐겨 부르던 민요와 가곡 20여 곡의 녹음을 시작했다고 4일 밝혔다.

정대협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도 저마다 꿈이 있었고 재능이 있었지만, 끌려가신 그 순간 꿈도 재능도 다 죽임을 당했다”며 “더 늦기 전에 할머니가 빼앗긴 꿈과 재능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드리기 위해 음반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음반 기획과 제작은 민중가요 작곡가이자 가수인 윤민석 씨가 맡았다.

평소 노래를 즐겨부르던 길원옥 할머니는 주변에서 남다른 목소리를 가졌다는 얘기를 곧잘 들었다. 음반 작업도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나왔으나, 할머니의 건강이 악화함에 따라 수차례 미뤄졌다.

이에 정대협은 “더 미루면 할머니의 노래에 대한 기억조차 지워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안타까움에 작정하고 음반 작업을 시작했다”며 “길원옥 할머니는 우리 후세들에게 여성인권활동가뿐 아니라 가수로도 기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할머니의 친필. ⓒ변지은 기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할머니의 친필. ⓒ변지은 기자

1928년 평양에서 태어난 길원옥 할머니는 13살이던 1940년에 일본군에 의해 중국 하얼빈에 있는 위안소에 끌려갔다. 할머니는 1998년이 돼서야 한국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 신고를 냈고, 2003년부터 정기 수요시위에 참여하며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을 돕는 인권 활동에 나서고 있다.

길원옥 할머니의 음반은 완성되는 대로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 현장 등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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