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사 직원이 가득 싸인 물품들을 분류하고 있다(사진은 글과 관련 없음). ⓒ뉴시스·여성신문
택배사 직원이 가득 싸인 물품들을 분류하고 있다(사진은 글과 관련 없음). ⓒ뉴시스·여성신문

중고나라, 중고장터 등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들은 지난 몇 년간 급격히 회원 수를 늘리며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번개장터’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들이 대거 등장해 간편히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중고물품을 사고 팔 수 있게 됐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옷과 전자제품은 물론 자동차, 심지어 애완동물까지 서로 교환하거나 중고로 사고파는 일이 흔해진 지금, 우리는 여러 문제들과 직면하고 있다. 엉뚱한 물건이 배송된다던지 거래약속 후 거래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 일들이 그 예다. 이러한 중고거래 사기는 더욱 치밀해지고 있으며 해마다 빈도수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방지하고자 에스크로제도 등 여러 안전장치가 마련되고 있지만 사이버공간에서 신상을 모르는 인물과 거래를 한다는 것은 찜찜하고 꺼림칙해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다.

필자는 중고거래 사이트와 앱을 통해 다양한 물품을 거래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완판돼 더 이상 구하지 못하는 물건이나 제값을 주고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물건들을 구매하기도 하고 필요가 없어진 물건들을 팔기도 한다. 중고거래를 하기 전에는 항상 걱정이 앞선다. 혹시 나에게도 곱게 포장된 벽돌이 배송되진 않을까, 입금 후 판매자와 연락이 안 닿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들 말이다. 판매자가 게시한 사진 몇 장으로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고 타인에게 입금을 하는 것은 늘 불안하다. 그래서 필자는 판매자와 직접 만나 거래를 하는 ‘직거래’를 선호한다. 물건을 실제로 보고 작동해보며 하자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거래를 하는 것이 마음 편하기 때문이다. 택배비가 절감된다는 점과 즉석에서 가격을 흥정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직거래의 이점이다.

하지만 나는 최근 여성복을 직거래하며 아찔한 경험을 했다. 작은 사이즈가 품절된 니트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운 좋게 찾고 즉시 판매자와 거래를 약속했다. 역에서 거래를 하자던 판매자는 역 근처 오피스텔 앞에서 거래를 하자고 약속을 바꿨다. 함께 갔던 친구와 필자는 그 지역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판매자에게 전화를 했는데 깜짝 놀랐다. 여성복을 판다고해 당연히 여성일 줄 알았는데, 남성이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순간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했다. 혹시 상품을 미끼로 필자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인하는 범죄자는 아닐까 무섭기도 했다. 결국 판매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거래를 하지 않고 돌아왔다.

중고물품 직거래를 빙자한 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직거래를 위해 나갔다가 여학생이 성추행을 당하기도 한 사례도 있고 성인 남성이 최루탄을 맞고 금품을 갈취당한 경우도 있다. 판매자가 나쁜 마음만 먹으면 중고물품 직거래를 미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어려운 일도 아니며 선량한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전한 중고물품 직거래를 위한 장치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판매자와 구매자 쌍방이 정직함과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제3자가 안전한 상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계하는 에스크로제도처럼 중고물품 직거래 시에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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