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사 내 성형외과 광고판 옆을 여성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하철역사 내 성형외과 광고판 옆을 여성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성형수술은 흔히들 상처를 입은 부분이나 선천적인 기형 또는 미적으로 보기 흉한 신체의 일부분을 외과적으로 교정하거나 회복시키는 수술을 말한다. 외관상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 수술을 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성형수술은 교정하거나 회복시키는 기능보다 미용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다. 심지어 많은 나라가 미용성형수술을 통한 이윤 추구와 부 축적의 잠재력에 힘입어 해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는 2014년 기준 미용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 톱 5개국으로 미국, 브라질, 일본, 한국, 멕시코를 지적했다. 미국은 조사 대상국 중 20.1%를 차지했고 2위 브라질의 10.2%보다 거의 2배에 달했다. 일본 6.2%로 3위, 한국 4.8%로 4위, 멕시코 3.5%였다. 성형수술 유형을 보면 1위는 눈꺼풀 수술이었고, 지방흡입(2위), 유방확대수술(3위), 지방이식(4위), 코 성형수술(5위) 순이었다. 이를 보면 분명 이들 국가에서는 외모지상주의가 넘쳐난다고 해도 가히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러한 미용성형수술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은 대개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성형수술을 통해 심리적 만족감과 안정감을 충족시켜 준다고 주장한다. 특히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해소해 자신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외국인의 미용성형 의료관광을 통해 외화 획득에도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매스미디어에 의한 무분별한 외모지상주의에 따른 상업화된 소비사회 확대와 미적 기준에 대한 획일성, 외모 정형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경시하는 풍조 확산을 비판한다. 이와 함께 성 상품화 추세와 미용성형 중독과 성형수술 부작용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성형수술이 갖는 찬반양론이 어떻든 한국 사회에서 미용성형수술이 나날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점은 이러한 성형수술 확산에 따라서 새로운 성차별이 은밀하게 펴져간다는 점이다.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라는 점을 내세워 남성 위주의 취향에 여성의 외모를 끼워 맞추게 하는 전통적인 마초문화에 무의식적으로 순응하면서 살아가도록 하는 생활방식이 여성들에게 서서히 확산된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지금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외모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대중매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여성들은 여성혐오를 재생산하는 각종 상품과 문화 활동에 빠져들면서 육아 문제, 빈곤의 여성화, 여성 학대와 폭력, 성별에 의한 임금과 승진의 불평등과 같은 산재한 일상적인 삶의 문제에 눈을 감게 된다. 오히려 새로운 성평등 아이디어, 사회 변화와 개혁, 일상적 정치보다는 얼굴, 피부, 몸매, 옷에 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중매체의 이미지에 여성들은 혼을 빼앗기게 된다.

사실상 여성들로 하여금 잘 빠진 몸매에 멋진 옷을 입고 화사한 화장을 한 채 직장과 가정을 조화롭게 관리하면서 남편의 사랑도 움켜잡는 ‘슈퍼우먼’의 허황된 꿈을 꾸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화된 새로운 성차별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미용성형수술의 대국이 되는 길은 끝내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을 저주하도록 유인하거나 슈퍼우먼이 되지 못해 홀로 자책하게 하는 지름길이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진화된 성차별에 맞서 싸우는 산뜻한 진화된 페미니즘은 언제쯤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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