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성들의 뒤끝… 반기 드는 언행 하면 10년 이상 괴롭혀
한국남성들의 뒤끝… 반기 드는 언행 하면 10년 이상 괴롭혀
  •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 승인 2016.08.24 17:01
  • 수정 2017-07-15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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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작성자 다수가 남성… 반메갈리아 전선 아래

남성들 하나로 뭉쳤으니 누가 감히 맞서겠나

 

여성이 남성 입맛 안 맞는 발언 하면 수십 수백배 보복

OECD 국가 중 뒤끝 최고인 한국남성들

 

2009년 11월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외국인 출연자들. 당시 이 프로그램은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대학생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뉴시스·여성신문
2009년 11월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외국인 출연자들. 당시 이 프로그램은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대학생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뉴시스·여성신문

“‘시사인’ 정기구독 해지했습니다.”

어느 분이 클리앙이라는 사이트에 올린 글이다. 지난 5년간 시사인을 구독했지만, 이번 호에 실린,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칼럼에 격분해 해지를 했다는 내용이다. 곧 이에 호응하는 댓글이 달렸다. “나도 이번에 해지 신청했다.” “이참에 본때를 보여줘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비단 이분들 말고도 시사인을 끊겠다는 사람은 한둘이 아닌 모양이다. 시사인이 담당하는 수많은 긍정적인 역할을 생각한다면 한 기자가 쓴 칼럼 한편으로 절독을 해버리는 그 속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메갈 옹호 말라는 남성들 경고

이에 항의하는 방법이 여럿 있을 텐데도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는 걸 보면 시사인이 그간 싸워온 ‘반칙을 일삼는 기득권 세력’보다 메갈리아를 훨씬 더 극악무도한 집단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시사인은 시사저널에서 독립한 잡지다. 삼성과 관련된 기사가 수뇌부의 판단으로 실리지 않자 이에 흥분한 기자들이 따로 잡지사를 차려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나꼼수’로 유명한 주진우 기자가 바로 시사인 소속이다. 잡지사 중 사정이 좋은 곳이 그리 많지 않지만, 삼성 등 대기업 광고를 기대하기 힘든 시사인의 사정은 더 열악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 시사인 절독운동은 해당 언론사의 가장 아픈 부분을 제대로 타격한다. 이는 메갈리아를 옹호하지 말라는 남성들의 경고다.

사람이 다 그렇듯 한국남자들도 학벌과 지역, 경제적 계층, 이념, 취미 등이 다르며, 그에 따른 갈등이 상시적으로 존재한다. 내가 즐겨가는 야구사이트에서도 댓글을 통한 싸움이 수도 없이 벌어지는데,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같이 뭔가를 한다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그랬던 이들이 반메갈리아의 구호 아래 하나로 뭉치는 걸 보면 ‘기적’이라는 단어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학벌과 지역, 경제적 계층, 이념, 취미의 차이를 초월한 단합, 이들 앞에 맞서려면 웬만큼 용기가 있지 않고서는 힘들다. 이들에게 많은 건 숫자뿐만이 아니다.

댓글의 성별을 공개한 네이버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남성분들은 남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인터넷에 달리는 댓글의 상당수를 책임진다. ‘회차로 없는 고속도로’라는 기사 댓글 중 90%, 아버지 때려 숨지게 한 10대에 관한 기사에는 81%, 최후의 포식자 담비 기사에는 86% 등등 기사 내용이 어떤 것이든 댓글 작성자의 절대다수가 남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반메갈리아 전선 아래 하나로 뭉쳤으니 누가 감히 이들과 맞서겠는가? 게임회사 넥슨이 결국 김자연 성우를 쓰지 않기로 한 것, 정의당이 메갈리아에 우호적인 논평을 철회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실로 대단한 한국남성들이다.

 

남성들이 신성시하는 군대에 대해 말실수를 하면 더 큰 화를 당한다. 김신명숙은 군 문제를 다룬 토론회에서 웃었다는 이유로 20년이 다 되도록 까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남성들이 신성시하는 군대에 대해 말실수를 하면 더 큰 화를 당한다. 김신명숙은 군 문제를 다룬 토론회에서 웃었다는 이유로 20년이 다 되도록 까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혼탁한 세상 여자 탓 하며 여성혐오

한국남성의 위대함은 이것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좀 지나면 분노가 사그라들기 마련이지만, 한국남성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가 남성에게 반기를 드는 언행을 하면, 특히 그 주체가 여성이라면, 5년이고 10년이고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전문용어로 뒤끝이라고 하는데, 이 점에서 한국남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최고다.

2009년 ‘미녀들의 수다’에 나온 여성이 “180cm 이하 남자는 루저”라고 했다. 그 여성은 철없는 대학생이었고, 그녀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키작은 남자가 정말 루저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남성들은 하나로 뭉쳤고 수십, 수백배의 보복을 시작한다. 방송사가 사과를 하고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을 교체하는 등 나름의 성의를 보였지만, 남성들의 분노는 그칠 줄을 몰랐다. 심지어 그 발언으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면서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해당 여성이 모 기업 인턴사원으로 갔을 때 며칠만에 잘리게끔 한 거야 사건 직후니 이해할 수 있다손 쳐도, 몇 년이 지난 뒤까지도 수시로 ‘루저녀 근황’이란 글을 올리며 그녀에 대한 소식을 주고받고 있는 걸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그녀가 남친과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을 때, 한 남성은 사진속 남자의 키를 177cm로 추정한 뒤 ‘왜 너는 루저랑 사귀느냐?’고 일침을 가했는데, 이 끈기를 좋은 일에 썼다면 우리나라가 진작 국내총생산(GDP)이 5만달러를 넘어서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여성은 한둘이 아니다. 특히 남성들이 신성시하는 군대에 대해 말실수를 하면 더 큰 화를 당하는데, 유인경은 “눈 내리는 게 재밌다는 군인도 있다”는 발언으로 몇 년간 욕을 먹어야 했고, 김신명숙은 군 문제를 다룬 토론회에서 웃었다는 이유로 20년이 다 되도록 까이고 있다. 이들의 사례 역시 남성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말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교수님 책을 두 권 샀는데 전자책이라 환불이 안 됩니다. 종이책이면 찢고 불태우고 퍼포먼스에라도 쓰겠는데...”

여성신문에 쓴 글을 읽고 어느 분이 단 댓글이다. 이분 말고도 내 책을 다시는 사지 않겠다는 분들이 꽤 되는데, 내가 책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댓글이 공포로 다가왔으리라. 먹고 살 수 있는 다른 일자리를 가진 게 다행이다 싶은데, 나한테 수업을 들었다는 한 학생은 다음과 같은 진심어린 충고를 한다.

“무지한 대중 속 나 혼자 깨어 있다는 생각은 제가 대학 1학년 때나 갖던 생각입니다. 부디 철 좀 드시길.”

세상이 혼탁한 것을 여자 탓으로 돌리고 열심히 여혐을 하는 한국 남성들이 철이 든 거라면, 그냥 철이 들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철이 덜 든 남성들이 더 많이 나오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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