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쪘다는 이유로 방송을 정지당한 이집트 국영방송 카타브 앵커 ⓒ유튜브 캡쳐
살이 쪘다는 이유로 방송을 정지당한 이집트 국영방송 카타브 앵커 ⓒ유튜브 캡쳐

이집트 국영방송사가 자사 여성 앵커 8명에게 비만을 이유로 업무를 정지시키고 체중 감량을 지시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 국영방송사는 뉴스를 진행해 온 카디자 카타브를 포함해 여성 앵커 8명에게 방송에 나오기 적합한 외모를 위해 살을 빼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와 함께 한 달간 일시적으로 업무도 정지시켰다.

이번 조치는 국영방송을 운영하는 이집트 라디오·텔레비전 연합(ERTU)의 이사회가 여성 앵커의 뚱뚱한 모습 때문에 국영 방송사 이미지가 둔하게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파 헤가지 ERTU 사장은 이집트 국영방송사 여자 앵커 출신이기도 하다.

업무정지를 당한 여성 앵커들과 인권단체들은 인권을 침해하는 조치일 뿐만 아니라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중 카타브 앵커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모욕적인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정말 뚱뚱해서 또 방송에 나오기 어려울 정도인지 시청자들이 판단해 달라고 했다.

이집트의 시민단체인 ‘여성보호·법의식센터’는 "이는 헌법을 위반하는 조치이자 여성들에 대한 폭력의 한 형태"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이집트의 작가 와히드 압둘 마지드는 "해당 방송사는 앵커의 외모보다는 방송 내용을 발전시키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남성 국회의원이자 기자인 사이드 헤가지도 "이집트에서 이상적인 몸무게는 얼마인가"라고 물으며 “몸무게가 조금 더 나가지만 말솜씨는 좋다"고 격려했다.

이러한 논란에 ERTU 측은 "이 결정이 번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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