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하반신 마비 환자가 외골격로봇기술을 사용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가디언(theguardian.com) 캡처
한 하반신 마비 환자가 외골격로봇기술을 사용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가디언(theguardian.com) 캡처

척수신경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10여년간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던 환자들이 첨단 기술을 활용한 재활 훈련 끝에 다리를 일부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영국 가디언의 1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겔 니코렐리스 소장이 이끄는 듀크대 신경공학센터 연구팀은 지난 10개월간 하반신 마비 환자 8명을 대상으로 재활 훈련을 한 결과, 이들의 운동·감각 기능 일부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이 훈련에는 가상현실(VR),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외골격로봇 등 첨단 기술이 이용됐다. 연구진은 VR 장비를 쓴 환자들에게 화면에 나타나는 자신의 가상 캐릭터를 걷게 하라고 주문해 환자들의 마비된 신경을 깨웠다. 환자가 BMI 장치와 연결된 외골격로봇을 입고 걷는 훈련도 했다. 1년 동안 매주 2시간씩 훈련을 받은 결과, 8명 모두 근육의 움직임과 촉감 등을 부분적으로 회복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환자 4명은 완전마비에서 부분마비 진단을 받을 만큼 상태가 호전됐다. 한 여성 환자는 근육의 움직임과 촉감을 회복했고, 생리적·성적 기능도 회복해 출산을 시도하고 있다.

 

한 하반신 마비 환자가 VR 기술을 사용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가디언(theguardian.com) 캡처
한 하반신 마비 환자가 VR 기술을 사용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가디언(theguardian.com) 캡처

이번 연구는 브라질 상파울루 알베르토 산토스 뒤몬트 신경재활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워크 어게인(Walk Again)’ 프로젝트의 성과다. 25개국 100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프로젝트로, 다양한 첨단 기술을 통해 하반신 마비 환자들의 재활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기존에는 척수를 다쳐 신체 동작이 마비되거나 감각을 잃어버린 환자들을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코렐리스 소장은 “우리가 연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런 놀라운 임상적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며 “지금까지 완전마비 진단을 받은 환자가 오랜 세월 마비 상태로 살아가다가 이처럼 기능이 회복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니콜렐리스 교수는 “모든 환자가 다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모든 환자들이 인공지능 외골격의 도움을 받아 움직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완전마비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 손상되지 않은 척수신경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이 신경들은 대뇌피질로부터 근육으로 향하는 신호가 없어 수년간 잠자고 있다가 훈련을 통해 되살아났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11일 자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전 세계 병원에서 이번 재활 훈련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더 단순한 버전을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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