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예능·광고까지 여성 외모 품평

여성 몸 훑는 미디어의 시선 폭력 심각

 

MBC 복면가왕 방송 화면 캡쳐
MBC '복면가왕' 방송 화면 캡쳐 ⓒMBC

“승모근이 많이 올라왔어요.”

“아이돌은 목 라인이 90도로 각이 졌는데, 꼬마유령님은 8시 40분 느낌이에요.”

지난 7월 24일 방영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연예인 판정단이 ‘꼬마유령’ 가면을 쓴 출연자를 향해 한 발언들이다. 복면가왕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인기라는 편견을 버리고 진정성 있는 노래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가수가 진정한 가수로 자리할 수 있는 무대”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외모, 인기가 아닌 오직 노래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연예인 판정단은 “아이돌은 어렸을 때부터 체형 관리가 철저한데 거북목 증상이 있다”면서 노래 평가보다는 외모 평가에 집중했다. 이러한 외모 품평은 특히 여성 출연자들에게 더 집요하다.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신문과 TV 뉴스, 광고까지 여성의 외모 품평에 혈안이 돼 있다. 성평등 의식과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야 할 미디어가 오히려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차별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2016 리우올림픽을 보도하는 언론들은 경쟁하듯 여성을 품평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3일 기사에서 “8월에는 예쁜 걸그룹의 무대를 잠시 잊어도 좋다”면서 올림픽에 참가한 세계 각국 여성 선수들의 외모와 인기를 소개했다. “뽀얀 피부와 귀여운 외모” “예쁜 외모와 육감적인 몸매” 등의 노골적인 표현을 사용해 선수들의 몸을 훑는다. 올림픽 출전을 준비 해온 선수들의 노력이나 그간의 경기 기록은 기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인터넷 매체들도 “얼굴도 예쁜데 몸매까지 다 가졌네” “풍만한 몸매의 비치발리볼 선수” 등의 제목을 달아 여성 선수들의 외모를 소비하고 평가한다.

리우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는 각 방송사 스포츠 캐스터들과 해설위원들도 여성 선수들의 외모 품평하기 바쁘다. SBS 캐스터는 유도 48㎏급 세계 랭킹 1위 몽골 우란체제크 문크바트 선수에게 “보기엔 야들야들한데 상당히 경기를 억세게 치르는 선수”라고 표현해 여성 혐오 논란을 일으켰다. SBS 수영 해설위원은 여자 배영 100m 예선 1조 1위를 한 네팔 선수 싱에게 “박수 받을 만하죠, 얼굴도 예쁘게 생겨 가지고”라고 발언했다.

최근 태극제약이 자사의 흉터 치료제를 광고하면서 몸에 흉터 있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인 인식이 담긴 문구를 넣어 비판받고 있다. ‘흉터는 생각보다 많은 오해를 부른다’는 주제 아래 만들어진 이 지면 광고에는 다리에 흉터가 있는 여성 사진이 등장한다. 사진 옆에는 “스턴트우먼인가? 운동하는 여자 같진 않은데;;” “수술했나? 사고 났나? 아니면 싸웠나?” “흉터만 없으면 더 예쁠 텐데 ㅠㅠ” “넘어졌나 보네~ 덜렁대는 성격인가?” 등의 글이 담겨 있다.

페미니즘 커뮤니티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는 이 광고에 대해 “시선폭력과 함께 여성을 품평하는 행위를 대놓고 전시하며, 그 원인은 여성의 흉터에 있다는 매우 불쾌한 광고”라고 비판했다. 시선폭력은 원치 않는 시선으로 인해 폭력을 당하는 것처럼 불쾌하다는 뜻이다. 메갈리아4는 이어 “여성 혐오적인 사회 풍토에 그대로 편승해 여성을 향한 공포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며 “이런 광고는 효과적이기는커녕 불쾌함만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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